참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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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된 이야기입니다.
저는 시국사건으로 꽤 오래 징역을 산 적이 있었습니다.
징역도 떠돌 팔자였던지 교도소를 이곳저곳 전전하다가 목포까지 흘러갔지요.
그 시절에 참새 한 마리를 키운 적이 있습니다. 제 방에서 말이지요.
같이 있던 양심수 중의 한 명이 일반수에게서 얻은 것이었습니다.
그걸 제가 눈독들이고 있다가 뺏었지요.
그놈이 너무 귀여워 어쩔수 없었답니다.
그렇다면서요?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라고...그래서 쟁취했지요.

날갯죽지가 싹둑 잘려 날지 못하는 놈이었습니다.
날갯죽지를 잘랐다니! 잔인한 일이지요.
저는 이 잔인함이 가슴아팠지만,
그 놈의 귀여움에, 새까만 눈동자의 유혹에 그냥 혹해버렸습니다.
선배 중의 한 분은 그런 말을 하시더군요.
'안그래도 징역사는 처지에 날아다니는 참새마저 징역살리는건 너무하지 않냐.
날갯죽지까지 잘라서 말이야'
맞는 말입니다.
허나 변명하자면, 청춘의 꽃시절을 한 평 독방에 갖혀 썩혀버린
노총각의 주체못할 사랑을 무언가가 받아줘야하지 않겠느냐고요.
그리고 더 변명하자면, 문명이란 것이
근본적으로 다른 생물, 자연에 대한 구속, 폭력, 학살임에 다름아니지 않냐고.
소나 개, 돼지나 닭은 원래부터 인간의 옆에 머물렀었냐고.
인간의 다른 생물에 대한 구속과 폭력은
문명의 혈관속에 면면히 흘러온 바로 인간다움의 증표가 아니냐고.
그건 자랑할 건 결코 못되지만, 그러나 외면할 수도 없는 낙인같은 것이 아니냐고.
그리고 나의 인간다움을 과시하는 어색한 몸짓이
그놈의 작은 몸에는 당장은 고통이겠지만,
그러나 또한 그 인간다움으로써 그놈과 내가 존재하는 공간을
사랑으로 매울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놈은 아직 길이 들지 않은 놈이었지요.
사람을 무서워했어요.
허나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저는 그놈을 제 방에 풀어놓았지요.
하하하... 독방에, 자신 이외에, 살아있는, 숨쉬는 생물이
깡총깡총 뛰어다닌다는 사실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아십니까?
눈동자가 새까만, 자그마한 부리를 가진, 자그마한 몸집의,
자기만의 세계 속에서 나를 보고는 그 작은 머리를 갸우뚱 갸우뚱거리는,
가끔 짹짹거릴 때는 작은 부리 사이로 분홍빛 조봇한 혓바닥이 내보이는
그 작은 생물 말입니다.
저는 그놈 때문에 얼이 빠졌습니다.
손아귀에 품었다가, 볼에 비벼보다가,
놔주고는 좁은 방을 뱅글뱅글 쫓아보다가...
하하하! 정신이 없었지요.
그놈은, 좁은 방, 시커먼 인간이 결코 유쾌할 리 없었을 테지만....

먹을건 부지런히 줬어요.
밥이 오면 밥을, 과자 얻어서 과자 부스러기, 땅콩을 으깨어 땅콩부스러기,
물도 병껍데기에 담아 줬지요.
그걸 낼름낼름 받아먹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요

한번은 길을 들여볼 양으로 한동안 먹을 걸 안줬어요.
혹시 방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먹을까봐 방도 싹싹 닦았지요.
그리고는 한동안 지난 후 손바닥에 과자부스러기를 얹어 방바닥에 폈습니다.
그놈은 배가 고픈 눈치였지만 가까이 오려 않더군요.
계속 손바닥 주위를 오락가락하는 거예요.
제가 눈을 돌리고 안보는 척하면 머뭇머뭇 가까이 왔다가,
고개를 휙 돌리면 질겁을 하고 도망치는 거예요.
하하, 결국 제가 지고 말았답니다.
그 소심한 두려움에 싸인 놈이 제 손바닥 위에 올라오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제가 먼저 과자 부스러기를 뿌려주고 말았지요.
그놈은 안도하곤 즐겁게 식사를 하더군요.
저도 길들이지 못한 것이 오히려 편했답니다.
저는, 조금 덜 인간답지요.

하긴 얄미운 면도 있었지요.
온 방에다가 똥을 찍찍 싸갈기는 것.
그 왕성한 식욕만큼이나 여기저기 싸갈겨대는 똥때문에 질겁을 했지요.
혹시나 밟아 문댈까 조심조심, 일일이 찾아서 휴지로 닦아내고...
그러나 그것 또한 정듦에 반드시 따르는 즐거운 노동, 즐거운 성가심이었습니다.
추함을 껴안을 수 수 있을때, 진정한 사랑이 이뤄지는 것 아니겠어요?

그외에는 그냥 좋았어요.
제가 가만히 책보고 있으면 그놈은 제 몸 주위를 뱅뱅 맴돕니다.
벽에 기댄 제 엉덩이 뒤 어스름한 데로 가거나
무릎 밑 그늘진 곳에 머리를 들이밉니다.
참 알 수 없는 존재였지요.
손 위에 오르는 것은 그렇게 질겁을 하면서
무릎 밑에는 찾아서 기어들다니 말입니다.
담요를 둘둘 말아 던져주면 그 속에 기어들어가 자기도 하였지요.
가만히 펼쳐보면 그놈은 갑자기 깨어나 머리를 곧추 들고는
그 까만 눈으로 두릿두릿 저를 살피는 거예요.
그런 놈을 도무지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요?

한번은 하도 방바닥에 똥을 싸갈겨대어서 세면장에다 풀어줬습니다.
거기서 똥을 싸든지 뭘 하든지 놀아라고 말입니다.
그놈도 제 꼴 보지 않아서 좋은 눈치더군요.
짹짹거리면서 쏘다니는 걸 보니...
헌데 저는 세면장에 들어서다가 기겁을 하여야 했습니다.
그놈이 제 세면장용 운동화 속에 기어들어가 있는 거예요.
'찍-' '하이구 시껍이야!'
발을 황급히 빼고 신발을 들여보니 그놈이 고개를 쏙 내미는 거예요.
다행히 밟히지 않고 발끝에 닿고는 말았던 것이지요.
저는 그놈을 꺼내들고,
'이놈, 간떨어지겠다' 꿀밤을 먹였습니다.
그놈도 잘못한 걸 아는지 의기소침해 있더군요.

그렇게 즐거운 동거를 한 지 채 3일이나 되었을까요.
원래 참새를 얻었던 친구가 주인이랍시고 그놈을 데려갔습니다.
'안돼, 안돼. 차라리 나를 데려가라'
저는 필사적으로 반항했지만
목포에서 이미 3년을 보낸 목포터줏대감 그 친구에게 당할 재간이 없었지요.
그 우락부락한 친구에게 얼마나 고생을 할까 생각하면서
꺼이꺼이 눈물로 지새웠습니다. 잠시.
왜냐하면......

다음날 운동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놈과의 시간을 갖기 위해 ,
그리고 그놈에게 태양과 넓은 대지와 풀잎의 경험을 안겨주기 위해
그 친구에게 사정, 그놈을 데리고 나갔습니다.
그 친구는 두고가자고 하는걸 제가 우겼습니다. 제가, 우겼지요...

그놈을 옷자락에다 둘둘 말아서 가슴에 안고 나갔습니다.
그놈에게 넓은 운동장과 하늘을 구경시켜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지요.
그놈은 옷자락 사이로 고개를 삐죽이 내밀곤
저를 불안스레 쳐다보았습니다.
'녀석,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준단 말이야'
저는 거만한 기쁨으로 그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그날은 아침에 비가 뿌렸지만 운동시간에는 맑게 개었습니다.
운동장에 나서자 푸른 하늘이 멀리 먹구름을 인 채로 펼쳐져 있더군요.
원예반의 꽃밭에는 붉고 노란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습니다.
꽃들의 환한 표정, 그놈에게 분명히 즐거운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그놈에게 선행을 배풀고 있다는, 오만한 자부심에 휩싸여 있었지요.
운동장 가녘에 오자 잔디밭위에 그놈을 살며시 풀어놓았습니다.
그놈은 제 손을 벗어나자 바삐 저-쪽을 향하여 뛰어갔습니다.
땅과 숲과 그리고 자유의 향기에 그리도 목말랐던 게지요.
또는 그 바쁜 발놀림의 끝에는 예전에 그토록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푸른 하늘로 비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까요?

저는 일반수들이 운동장에 쏟아져 나오는 걸 흘낏 보면서
운동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그때였지요.
찍 하는, 아니 찍하는 외마디 소리도 채 되지 않는
아주 짧고, 그리고 높은 어떤 소리가 들린 것은.
고개를 돌렸을 때 참새가 뛰어간 방향에 일반수들이 몇 있더군요.
밟힌 것이었습니다.
날갯죽지가 잘린 그놈은 인간의 성긴 발걸음조차 피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리고, 날지 못하는 참새가 발치깨에서 서성이고 있다는걸,
짧은 운동시간을 즐기려 달려가는 일반수들은 볼 수 없었을 겁니다.

제가 달려가니 그놈은 마지막 몸부림을 힙겹게 하고 있었습니다.
참혹하였습니다.
한 눈은 튀어나오고, 작은 부리에선 빨간 피가 스며나오고,
날개는, 어이없으리만치, 작게, 힘겹게 떨렸습니다.
그리고는, 끝이었습니다.

떨리는 손을 뻗어 그놈을 주워들었지요.
평소에는 가쁜하던 놈이 손바닥에 축 늘어지더군요.
제 손바닥도 채 덮지 못하는 그 작은 몸에서는 따스한 온기가 스며나왔습니다.
바로 옆 꽃밭에 꼬챙이로 구멍을 하나 내었습니다.
그리고 그놈을 구멍에다 넣었지요.
스르르 손바닥을 미끄러져내린 그놈은 작은 구멍속으로,
마치 물이 대지에 스며들듯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그뒤 운동을 나올때면 그놈을 묻은 꽃밭가에 가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점점 무성해지는 풀나무들은
그놈을 어디에 묻어두었는지 찾지도 못하게 하였지만,
그러나 그놈의 몸이 그 환하게 핀 꽃들의 어느 봉오리엔가에
스며들어 있으리란 생각이 저를 달래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고...
그러나 가끔 그놈을 생각하며 손바닥을 펼쳐 보고 있노라면,
그놈의 마지막 온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축 늘어진, 따스한...
아마 앞으로도 오래 기억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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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양해없이 퍼왔습니다. 벌써 수년전 하이텔 게시판에 올랐던 글입니다.
참새시리즈인줄 아셨죠? --아무개
참새 시리즈도 시국 사건과 연결된 뒷 이야기를 가지니 영 엉뚱한 이야기는 아니네요. -- 아무개2
유모 참새시리즈가 궁금해요. :) --rururara

FillMe OpeningStatement 왜 이글을 쓰신것인지?궁금한 ...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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