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에서의과학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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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방법론에 대한 논의는 기본적으로 이론 선택의 문제를 포함한다. 동일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이론 중에서 "더 나은 것"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즉 어떤 것이 "좋은" 과학이론인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과학 방법론에 대한 요구였다. 여기서 과학철학의 규범적 성격이 파생된다. 그러나, 과학철학이 제시하는 과학 방법론이 실제의 과학 탐구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과 더불어 과학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방법론을 있는 그대로 탐구해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이 나타났다.

1. 역사적 과학철학과 규범적 과학철학


규범적 과학철학이 "당위로서의 과학 방법론"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역사적 과학철학은 "사실로서의 과학 방법론"에 초점을 맞춘다. 다시 말해, 규범적 과학철학이 "과학적 지식"을 가져다 준다고 믿어지는 신뢰할만한 보편적인 방법론을 논리적으로 도출하려고 노력했다면, 역사적 과학철학은 "지금까지의 과학사"에서 실제로 사용되어온 방법론을 기술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논리실증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20세기 전반의 과학철학이 대체로 규범적이었다면, 규범적 과학철학이 도출해낸 방법론이 실제의 과학에서 사용되는 방법론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적인 인식을 통해 "처방적이고 규범적인" 과학철학에서 벗어나 "실제의 과학 방법론을 탐구"하는 역사적 과학철학이 뒤늦게 나타났다. 우리는 흔히 토마스 쿤을 역사적 과학철학의 선구자로 파악한다.

2. 규범적 과학방법론의 문제들


규범적 과학방법론은 주로 과학을 경험적인 지식의 탐구로 파악하고, 경험적 명제들간의 논리적 관계를 탐구한다. 개별적인 관찰명제들과 보편적인 이론명제들 사이의 논리적 관계(귀납과 입증의 문제), 설명과 법칙의 본성(인과적인가 기술적인가) 등이 규범적 과학철학의 주된 논점들이었다. 카르납, 포퍼 등이 이러한 경향의 발전단계에서 주요한 인물들이었다.

3. 역사적 과학철학 혹은 자연화된 과학철학


규범적인 과학철학에서 철학자들이 과학자들에게 "방법론을 처방"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거부한 일군의 학자들은 실제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방법론을 있는 그대로 탐구하고 기술하는 것이 적절한 과학학(과학에 대한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쿤의 논의에서부터 촉발된 이 새로운 경향은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과학 탐구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철학의 자연화)을 주장함으로써 과학철학의 새로운 논의를 이끌었다.

4. 과학 방법론의 쟁점들 1: 과학 방법론의 합리성


규범적 과학철학이 실제 과학사의 성공을 전혀 해명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역사적 과학철학의 비판이었다. 말하자면, 뉴튼 시대의 물리학 혁명이나 상대성 이론, 양자 역학 등에서 이루어진 과학사의 발전들을 전혀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역사적 과학철학은 일차적으로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방법론"의 기술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좋은 방법론"이 무엇인가를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시 말해, 실제 과학자들은 "합리적이지 않은" 방식(우연이나 편견과 같은 요소들)에 의해서 새로운 발견을 하기도 하는데, 역사적 과학철학은 과학 방법론에서 합리적인 것과 비합리적인 것을 서로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러한 두 경향을 종합하려는 시도가 1980년대 들어서 시도되어오지만, 철학 내부에서는 여전히 뚜렷한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5. 과학 방법론의 쟁점들 2 : 쿤의 유산으로서의 상대주의 문제


위의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논의하자면, 그것은 한마디로 토마스쿤이 남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몰역사적이고 보편적인 방법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이라고 부르는 규칙/틀에 의해서 과학 탐구가 진행된다는 그의 문제의식은, 패러다임간의 비교라는 문제를 낳았다. 쿤 자신은 (뒤에 말을 바꾸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서로 다른 패러다임 사이에서 우열을 판단할 수 없다는 상대주의적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에, 결국 이론 선택이 과학자 사회의 상호작용(때로는 정치적인)의 우연한 결과라는 파괴적인 결론을 이끌어내었다 (가장 극단적인 입장으로는 파이어아벤트를 거론할 수 있다. 그는 과학과 마술이 서로 구별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서 일부의 과학철학자들은 쿤의 유산을 물려받으면서도 상대주의의 나락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인지과학의 성과를 이용해 과학자 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다 더 정밀하게 모형화함으로써 그것으로부터 규범적인 함의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들이 바로 그것이다(기어리와 쌔거드가 대표적이다). 한편으로는 보다 규범적 과학철학의 입장에서 쿤의 논의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래리 러든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과학철학 외부에서 과학사회학, 과학사학의 거센 도전은 과학 방법론에 대한 전통적인 논의보다는 상대주의를 둘러싼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1990년대 영미에서 벌어진 과학전쟁은 쿤이 던진 시한폭탄이 뒤늦게 터진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6. 과학 방법론의 쟁점들 3 : 하나의 과학 or 여러 과학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의 과학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배타적으로 "물리학" 혹은 "수리적 자연과학"에만 집중되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논리실증주의자들이 물리학을 바탕으로 한 통일학문을 꿈꾸었던 이래로, 과학철학자들은 거의 대부분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물리과학을 염두에 두어왔다. 그러나, 물리학의 모델을 생물학, 지질학, 화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 실제로 난항에 부딪쳤고, 그것이 편협한 관점이라는 비판이 증대되었다. 특히 역사적 과학철학이나 과학사, 과학사회학 등은 다양한 분야의 과학들을 "있는 그대로" 탐구할 것을 주장함으로써 예전과 같이 보편적인 방법론이라는 이름 아래 물리학만을 배타적으로 모범적인 과학으로 간주하는 것이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방법론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학문 분야나 과학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쿤이 이미 말했듯이, 과학자들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어느 특정한 패러다임 속에서 수수께끼 풀이로서의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과학적 탐구가 비판적이고 개방적이고 경험적인 성격을 지니는, 체계적인 이론 구성(혹은 모델 구성)의 과정이라는 데 동의하겠지만 그러한 애매하고 광범위한 합의를 넘어서서 과학적 방법론을 실질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여전히 (혹은 앞으로도 한동안) 어려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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