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FrontPage|FindPage|TitleIndex|RecentChanges| UserPreferences P RSS

{{|

낙화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 터에 물 고인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안치환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데, 돌아서 가는 뒷모습은 사람보다 꽃이 더 아름다운것 같다. 하필 이 시를 중학교 1학년때 학생 애송시집에서 발견한후, 강박증처럼 달콤한 순간이면 생각한다. 지금은 가야할때 그래서, 어딜가건 얼른 자리를 뜬다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허둥대며 죽을때까지 같이 있고 싶은 마음 굴뚝같아도 시계 먼저보고 얼른 일어서자고 한다거나. 떠나야할 때에 미련없이 떠나는 연습을 평생하며 살아도, 여전히 잘 안된다. 나 중에 나 죽을때 꽃잎처럼 미련없이 떠날수 있기를.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한국의위키위키열린세미나 뒷풀이에서 그여자가 사라진 이유


친구들을 노래방까지 인도한 그 여자는 무연히 프론트의 의자에 앉아 친구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 여자는 실내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을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불러보았다. 그리고 아마도 한두시간쯤 후엔 아쉬워하며 빠이빠이 손을 흔들고 헤어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아말감씨가 잠깐 나와서 둘이서 뭔가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의 이쁜 얼굴을 좀더 오래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빤히 들여다보면 어색해할까봐 그래서 그여자는 친구의 얼굴을 오랫동안 들여다볼수가 없었다. 지원씨가 화장실을 다녀오는 모습도 보았고, 김우재씨가 다른방으로 휙 가는 모습을 보았다. 가방을 가질러 실내로 들어가 사람들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듯 하나하나 들여다 보았다. 김창준씨가 보따리들 사이에서 종이가방을 용케 꺼내 주었다. 마지막처럼 친구들 얼굴을 일별했다. 그리고 나서 노랫소리를 뒤로하고 강남역을 향해 터벅터벅 혼자 걸어갔다. 사람이 정이 들수록 작별이 슬퍼진다. 슬픔에서 도망치기 위해 그여자는 혼자 도망을 친다. 그 여자는 앞으로도 도망을 칠것이다. 작별이 무서워서. 그러니까 어느날 그여자가 슬그머니 없어진다면, 생각하라, 그여자가 친구들을 무지 사랑했던 모양이라고. 헤어질때 골난 표정이 되는건 울음을 참기위해서다. 늘, 마지막같다.

나를 앉혀주고 가버린 그 여자


다른 사람들의 이별인사에 가까스로 흔들리는 마음을 정한 나는 그 여자에게 말했다. 가야겠노라고... 얼마나 고민하다 뱉은 말인데, 그녀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조금만 더 있으라 했다. 사람을 끊는다는 거, 사람들과 같이 있던 자리에서 차고 일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여자는 알고 있었으리라. 내 눈에서 흐르는 아쉬움을 그녀는 저버리지 않은 것인지도 몰랐다. 모든 책임을 그녀에게 얹어두리라며 연소자(?)들은 다 건너가버리고 난 넓은 방에 들썩거리며 박수를 치고, 고개를 흔들며 노래를 따라부르며 어색함을 달래려고 안간힘을 썼었다. 나만 느낄 수 있는 그 어색함이 더더욱 자신을 움츠러들게 하고, 몇번이나 최선이란 말을 우물거리며 노래를 해댔다. 그 여자는 노래를 했을까? 그 여자는 갔구나. 이렇게 가버리기도 하는구나 하면서 난 내가 여태 알아채지 못했던 다른 문 하나를 여는 기분으로, 전철 유리에 비추는 화장기 다 지워진 내 얼굴을 멍하니 낯설어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 여자는 아무말 하지 않고도 이렇게 가슴을 뜨겁게 하는구나...



"; if (isset($options[timer])) print $menu.$banner."
".$options[timer]->Write()."
"; else print $menu.$banner."
".$timer;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