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대한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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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micMemoryFireFox/2005-08LanguageAcquisition브레임세벌식390 사랑에대한단상

콘라드 로렌츠의 공격성에관하여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거위 한 쌍을 일생 동안 결속시키는 유대관계는 승리예식이지 배우자간의 관계가 아니다. 두 개체간에 강렬한 승리예식 유대관계가 존재한다면 이것은 성적 관계의 발달을 어느 정도 '촉진', 즉 조장한다'.. 사랑에 관한 숱한 달뜬 묘사와 달리 사랑의 본질에 관해 통찰을 던져주는 글이다 (게이운동가 서동진씨의 '누가 성정치학을 두려워하라'에도 이와 유사한 구절이 나온다).

'함께 있어 승리하기 때문에, 비로소 사랑하게 되며 그 사랑이 유지되는 것이다'.

어쩌면 사랑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관계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누군가를 알게 되고, 호감을 느끼고, 친밀해지고,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지고,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지고, 마침내는 그 사람의 본질이랄 것에까지 가닿고 싶어하는 마음... 인간과 인간 사이의 그 어쩔 수 없는 틈을 메꾸는 것이 사랑말고 또 무엇이 있단 말인가. 정말 사랑이 아니라면... 아아, 우정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우정 역시 사랑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그러나 우정의 대상은 사랑의 대상만큼 내 존재를 포기하게끔 하지 않는다. 나를 포기하면서까지 그 사람에게 가닿고 싶은 욕망. 이를테면, 그 사람의 사소한 습관과 버릇을 닮아가는 일 따위. 그런 것이 사랑일 게다.

한때는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뿌듯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반쪽짜리 사랑임을 이제는 안다. 나는 한때 사랑받고 싶어 병이 나기도 하였으나 그 욕망을 안으로 안으로 삼켜넣었다. 욕망은 이제 상처가 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 사람이 고맙다. 그래서 나는 이게 사랑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할수 있다. 많이 아팠는데도 아팠던 기억은 그대로 묻혀지고 그저 그 사람이 고맙고 또 미안하다. 그래서 나는 이게 사랑인가보다 한다.

나는 내 사랑에 대해 참 할 말이 많은데... 그때 그 사람의 표정과 말투를 다 기억하고 있는데. 그리고 내가 그때 어떻게 말했는지를, 그 사람은 또 어떻게 대답했는지를... 그러나 그 사람은 모두 잊었을 것이다. 잊어요. 잊으세요 라고 나는 미련을 접는다. 이제 와서 내 존재를 알린다고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아니, 그보다도... 나는 그에게 좋은 모습으로 남고 싶은 것이다. 억지로 내 존재를 그에게 각인시키는 것은 결코 좋은 결말이 되지 못할 것이므로.

그에게 묻고싶은 말들. 왜 그랬는지 간절하게 묻고 또 묻고 싶었던 말들. 하지만 물을 수 없고, 나이가 들면 알 수 있을거야,라고 나는 나에게 말한다. 좀더 시간이 지나고 내가 좀더 자라면 다 알수 있게 될 거라고. 나는 벌써 그때에 비해 몇 가지를 더 이해했지 않나. 그러니 시간이 더 지나면 더 많이 알 수 있을 거다.

사랑받지 못했어도 나는 이제야 사랑을 믿는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감사한다. 사랑받지 못했던가? 어쩌면 사랑받았을 수도 있겠지. 그건 알 수 없다... 상황이 그랬고, 관계가 그랬으니까. 그래도 나는 이제 사랑을 믿어, 그걸로 됐다고,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자위한다. 어렸을 적 나는 이상하게 사랑을 믿지 않았으며, 공상에 찬 소녀들이 그렇듯 비극적 사랑만을 진실로 생각했다. 이제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일상적인 사랑의 <위대함>을, 같이 있고 싶고 만지고 싶고 옷매무새를 바로잡아주고 싶은 사랑의 행복함과 아픔을 알게 되었으니 그걸로 되었다.

그래도 사랑받지 못함은 아프다. 아니... 사랑받음에 대한 <기대>가 이제 거꾸로 독이 되었다. 나는 사랑을 했다. 그리고는, 사랑을 받았던가? 아니, 받지 못했던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사랑받았다고 생각했던 그 기억들이 아프다. 행복하면서 아픈 기억들. 한마디만 할 수 있었다면 내가 좀 덜 아플까?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심지어 친구들에게조차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한 얼굴을 한다. 왜? 그게 내 자존심인가? 아니... 자존심이 아니다. 나는 늘 자격없음에 쓰라려했고, 그건 마지막 순간까지 그렇다. 나는 아파할 자격도 없는 것이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사랑에 자격없음이란 없고, 그때도 물론 당연히 그런 것이었겠지만 관계에서의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나는 끝까지 그 모든 것을 삼키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자격없음에 길들여져 버려서.

추상적이고 난해하기 짝이 없는 글이 되어버렸다. 아프다는 말을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줄줄 늘여 하다니 참 바보같다. 하지만 아직 이렇게까지밖에 말할 수 없다. 좀더 많이 시간이 지나야 어떤 어떤 일이 있었고 그래서 뭐가 어땠고 어때서 아팠는지를 말할 수 있겠지. 아프다면서 아프다는 걸 감추고 포장하느라 엉뚱하게 쓸데없이 추상적인 글. 나는 끝까지 이모양이다.

다음에는 절대로 이런 사랑을 하지 않겠어. 정말이야.



아디를 남겨야 할 것 같은 말투인데 못남기겠네요 양해를

읽고서 흔적없이 가기 찔려서 남깁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랑을 꼭 하시길 기원합니다~!! -- dunkhoon 2008-06-13 07:35:05

애끓는 사랑을 경험해 본 생이 경험하지 않은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그 상처가 오래가지 않길... 새로운 사랑으로 아픔이 치유되길 빕니다. --헌터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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