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티어링에 대한 기억 ¶
대학교 3 학년 때였나, 학교 산악회에서 오리엔티어링 대회를 한다길래 나가본 적이 있었다.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산속을 헤매는 것은 전공(지질학)이 전공인지라 전혀 어려움을 느낄 리 없었고, 산속을 뛰어다닐만한 체력도 충분했다. 그런데 오리엔티어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인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대회에 나갔다. 포스트를 몇 개 (열 몇 개쯤 되었을까) 거쳐 출발지로 돌아오는 것이 목표라.. 지도에 나와있는대로 일단 출발. 첫번째 포스트를 금방 찾았다. 두번째 포스트로 가는 길은 가파른 언덕길. 열심히 뛰어 올라가서 두번째 포스트에 도달하자 포스트 밑에 놓여져 있는 이상한 도구가 눈에 띄었다. 저것은... 그렇다. 각 포스트마다 다른 모양의 펀치가 준비되어 있었고 매 포스트마다 확인표에다가 그 펀치로 구멍을 뚫어가야 했던 것이다. 첫번째 포스트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것은 내 불찰. 오리엔티어링 대회 방법 설명을 해준다고 했을 때 가서 들었어야 하는건데.. T.T 첫번째 포스트로 되돌아 가느냐, 아니면 첫번째 포스트를 포기하느냐 얼른 결정을 내려야했다. 시간상의 손실을 감수하고 허겁지겁 언덕길을 뛰어내려갔다. 흑흑.. 결국 나는 3 위를 해서 배낭을 상품으로 받았다. (몇 명이 참가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_-)
다음해에도 역시 오리엔티어링 대회가 열렸다. 작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하고 다시 참가신청. 반드시 1 등 상품인 텐트를 타고야 말리라. 그런데 불행히도 전날 LG 21세기 선발대 참가신청서를 작성하느라 밤을 꼬박 새워버렸다. 허덕허덕.. 지친 몸을 이끌고 출발. 이번엔 작년과 달리 어느 위치에서 무슨 봉우리의 방향을 측정해서 써가는 문제가 추가되어 있었다. 어쨌거나 산속을 종횡무진 누비며 포스트마다 잊지 않고 구멍을 뚫었다. 열심히 달려가던 도중, 아뿔싸, 방금 봉우리의 방향을 측정해야 하는 위치에서 그만 깜박 잊고 그냥 와버린 것이 아닌가.. 다시 되짚어 가기엔 힘이 빠져 있는 상태였고, 측정지점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여서 적당히 각도를 계산해 적어 넣었다. 결승점에 도착해 보니 진행요원 왈 강력한 우승후보라나. 오후 늦게 다시 가서 결과를 들었는데, 나와 기록이 같은 사람이 한 명 있었고, 내가 적어낸 봉우리의 방향이 10 도 정도 틀렸단다. 그래서 2 등으로 밀려났다. 상품은 또다시 배낭. -_-; 아아.. 1 등 먹을 수 있었는데.. (LG 21세기 선발대 참가신청서는 당연히 물먹었다) 잠이나 푹자고 텐트를 노릴걸 그랬지..--Jikhan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