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아직까지 제대로 된 유의어사전 하나 없다는 사실은 우리 말글생활의 궁핍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제대로 된 유의어사전이 나오기 위해서는 먼저, 제대로 된 국어사전이 나와야 하고, 제대로 된 국어사전이 나오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말뭉치(Corpus)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니 말뭉치 작업 조차도 막 걸음마를 걷기 시작한 -- 영미권에 비해 최소 20년 이상 뒤진 -- 상황에서 유의어사전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호사일런지도 모르겠다.
현재 국어 유의어사전은 정열적인 편집자 몇 명이 수작업으로 조그맣게 만든 것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있는 게 대부분 순수 우리말, 토박이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 우리말에 외래어,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그런 사전을 "국어 유의어사전"이라고 부르기가 미안하다. 그래도 북한에서는 이런 작업이 일찍 있어서 국내에서는 북한에서 나온 유의어사전을 참고 자료로 이용하는, 희극적 비극의 상황을 종종 보게 된다.
전산화 작업 쪽으로 들어가면 그 절망감은 더해지는데, 현재 아래아한글 같은 워드프로세서에 부가 기능으로 들어간 간략한 데이터베이스 정도가 고작이다.
인터넷 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국어 유의어 사전은 김광해 교수와 그의 학생들이 작업한 것이 있다. http://search.dig.co.kr:8080/dic_m.asp DeadLink
영어의 경우 유의어사전의 다양함에 놀라게 되는데, 대략 다음과 같은 종류가 있다. 본인은 아래의 네 종류를 모두 사용하고 있고, 그 이외에도 웹 유의어사전을 자주 사용한다.
--김창준
주제별 유의어사전 ¶
개념 유의어사전(Conceptual Thesaurus)이라고도 한다. 큰 분류(class) 15개에, 각각 작은 분류로 나뉘는데, 예를 들어 "Behavior and the Will"라는 대분류 밑에는 "Carefulness", "Request" 등의 소분류가 있고 각각의 소분류는 다시 비슷한 낱말끼리 묶어져 있고, 하나의 소분류는 주위에 반대되는 개념이나 유사한 개념과 인접해 있다. 이렇게 나뉘는 항목이 전부 1000여개가 넘는다.
이런 유의어사전은 특히, 어떤 개념은 막연히 떠오르는데 정확한 단어나 혹은 유의어도 떠오르지 않을 경우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작가의 경우 이런 유의어사전 없이 글을 쓴다는 것은 고문에 가까울 것이다. (미국에서는 글 쓰는 사람이라면 최소 4-5 종 이상의 유의어 사전을 사용한다)
Roget Thesaurus라고 불리는 가장 유명한 유의어사전이 이미 1850년대 출간되었다. 주제별 유의어사전은 물론 모든 유의어사전의 대명사로 불린다.
알파벳순 유의어사전 ¶
사전과 같은 순서로 단어들이 배열되어 있고 한가지 단어를 찾으면 그 단어의 유의어, 관련어, 반의어 등 모든 관련 단어를 보여준다.
특정한 낱말의 유의어나, 반의어를 찾고 싶을 때나, 어떤 개념의 단어가 혀 끝에서 맴도는데 그 단어의 반의어나, 비슷하지만 뉘앙스가 다른 단어를 명확히 아는 경우 사용하면 편리하다.
메리암 웹스터나 랜덤 하우스, 옥스포드 등에서 출판하는 다수의 유의어 사전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들어서는 앞서의 주제별 유의어사전과 알파벳순 유의어사전을 하나에 합본한 것이 많이 나오고 있다.
워드 메뉴 ¶
수십년 전에 Stephen Glazier라는 걸출한 저널리스트가 만든 사전과 같은 종류를 일컫는다. 주제별 사전과 비슷한데, Roget Thesaurus보다는 훨씬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분류를 다룬다. 예를 들어 경마에서 말의 눈 옆을 가리는 것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는 경우, Horse and Dog Racing 항목을 찾으면 blinders라는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혹은, 배의 특정 부위 명칭을 모르는 경우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이 모르는 단어가 전문용어라면 이 사전이 꼭 필요할 것이다.
랜덤 하우스의 워드메뉴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