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이름 중에 시대감각에 좀 맞지 않는 세련됨이 모자란 이름이 더러 있으나, 그 중에서도 순덕, 갑순, 을순, 순자, 말자 등은 가히 undefeatable한 지위를 가진 이름들이다.
순덕 ¶
여성의 이름 중 최고는 역시 "順德"이다. 도대체 어디서 이 이름이 나왔을까? 바로 주역에서 나온 것이다. 주역 46번째 괘인 地風升의 象에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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地中生木, 升, 君子以順德, 積小以高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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地中生木, 升, 君子以順德, 積小以高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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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로는 지풍승에서보다 坤卦의 의미가 더 명확하게 順의 德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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彖曰, 至哉坤元, 萬物資生, 乃順承天. 坤厚載物, 德合无疆, 含弘光大, 品物咸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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彖曰, 至哉坤元, 萬物資生, 乃順承天. 坤厚載物, 德合无疆, 含弘光大, 品物咸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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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에 가로되, 지극하도다. 곤의 원이여! 만물이 바탕하여 생하나니 이에 順히 하늘을 이으니, 곤이 두터워 만물을 실음이 德이 무강한데 합하여, 머금으며 넓으며 빛나며 커서 품물이 다 형통하느니라.
곤은 어머니이다. 대지이다. 언제나 돌아가도 반겨 주는 곳.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누가 "순덕"을 촌스럽다 하는가?
갑순, 을순 ¶
이것은 "순덕" 에서 조금 변형된 이름이다. "순"은 그대로 가져 오고, 순서를 의미하는 갑, 을을 가지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갑을은 木에 속하고 仁, 즉 어짐이다. 갑은 양목이고, 을은 음목이다. 갑목은 단단한 아름드리 나무이다. 을목은 부드럽고 연한 양치 식물의 종류이다. 갑목은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는다. 하지만 을목은 휘어져도 부러지지 않는다.
을목은 생명력의 상징이다. 어떤 상황에서나 을목은 적응해 낼 수 있다. 부딪히지 않고, 투쟁하지 않는다. 막히면 돌아가고, 구부리면 구부러진다. 하지만 쉽게 끊어지지 않고, 부러지지 않고, 결국 원하는 곳에 다다른다.
을순은 둘째에게 붙이는 이름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둘째들은 항상 관심의 순위에서 밀린다. 맏이에게 밀리고, 막내에게 밀리고... 하지만 둘째들은 강하다. 그들은 생존의 법칙을 알고 있다. "을순" 또한 아름다운 이름이지 않은가?
순자, 말자 ¶
이것은 일본 이름에서 온 듯 하다. 일본에서는 여성의 이름 끝에 "子"를 붙인다.
피천득님의 "인연"을 기억하는가? "아사코"를 기억하는가? 청순하면서 아름다운, 아침의 이슬을 머금은 듯한 그 청초한 이미지를 기억하는가? 그런데, 이걸 우리말로 옮기면 이름이 "조자(朝子)"가 되어 버린다. 좀 깨는 감이 없지 않은데, 반대로 우리가 "순자", "말자"님들을 볼 때마다 "아사코"를 떠올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부산사람들은 "을순"이란 이름을 "을순"이라고 발음할까? "얼쑨"으로 발음하쥐 않을까여? 먼 옛날, 한양에 은미라는 아리따운 낭자가 있었는데 그 낭자를 사모하던 부산출신 수재가 있었던바, 그 부산청년이 하루는 은미낭자에게 전화를 때렸던것. 마침 낭자의 부친께서 전화를 받으셨던바,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던 낭랑한 그 음성 "여버세여. 이 언미씨 계신가예?" 낭자의 부친 대답하여 말씀하시길, "네..언미여? 그런 사람 없는데여. 잘 못 걸으셨습니다. 찰카닥 (즌화끊는소리)" -- 그 부친, 혼자서 이리저리 생각하시다가 나중에 무릎을 치시면서 탄식하시길..오호라 언미가 아니였던것 같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