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언어의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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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0345450884]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Secret History)은 출판된지 십년이 되어가는 지금 어느새 고전의 대열에 올라 있는 듯 하다. 독서 클럽을 위한 안내서가 따로 출판되기도 했으며, 반스앤노블의 "좋은 책을 읽읍시다" 코너엔 항상 이 책이 여러 문학상 수상작과 함께 진열되어 있다. 번역되어 있는줄 미처 모른채 한 선배님이 보내준 펭귄 페이퍼백으로 처음 이 소설을 읽은 후, 나는 이윤기씨의 번역본을 사서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이렇게 빨리 읽히다니...: ) 그리고 투명한 플라스틱 더스트 커버가 씌워진 아름다운 하드커버 에디션 초판을 얼마전 구해 고이 모셔 놓았다. 다시 통독할 엄두는 안나서 이따금 인상깊었던 페이지들을 찾아 들춰 본다.

대학 청년기에 이르러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젊은이들이 겪게 되는 뜻하지 않은 사건과 그에 따른 우정과 교만, 탈선 등 정신적 방황을 긴장감 가득 담아 버몬트 주의 햄든 컬리지를 배경으로 그려낸 이 소설은, 비록 살인사건이 주된 갈등의 요인이긴 하지만 예전에 쓴 독후감에 어느분이 덧붙이셨듯 미스테리라기보다는 성장소설(Coming-of-Age)로 읽는 편이 더 나을것 같다(실제로도 미스테리 섹션에 꽂혀있지 않다). 주류 문학과 미스테리가 만나는 경계선을 오가는 이와 같은 소설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바바라 바인의 소설들이 자주 그렇듯, 거칠것이 없을것 같은 젊은 시절은 시간이 지난후 되돌아 보면 희망과 기대보다는 닥쳐올 미래와 뛰어들어가야할 사회가 결코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을 것임을 어렴풋이 깨달으며, 불안감에 방황하거나 발을 헛디뎌 나오지 못할 파멸의 구렁텅이로 추락하는 일도 다반사인 공포의 시기였을지도 모른다. 구름없는 파란 하늘 밑이었다기보다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로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타트나 바인의 소설은 가슴이 지릿하게 저며오는 통증을 안겨다 줄것같다. 나야 뭐 별 생각없이 즐겁게 보내긴 했지만... 어느때고 찾아들수 있었던 일탈의 유혹을 이따금씩 떠올릴 때마다 기나긴 인생의 시작점이라고 할수 있을 그시간을 용케 잘 버텼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십년간의 침묵을 깨고 올해 시월에 타트의 새 소설 The Little Friend가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동안 타트는 무엇을 했을까. 데뷰작 하나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여러 작가들의 대열에 또 한명이 추가되는 것이 아닌가 하며 다음 소설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은 불안해들 했다. 계속 다음 소설을 위해 자료를 모으고 조금씩 원고를 써오고 있었음이 신작 발표 소식으로 밝혀져서 다행이긴 하지만... 캐롤 오츠같은 작가들이 육개월에 한번씩 두툼한 장편소설을 써내는 동안 타트가 지키고 있던 침묵은 낯설어 보였다.

바인의 최근작 Grasshopper를 읽으며 대리만족(?)을 얻었던 나는 작년말 서점에서 예쁜 커버를 한 신간 하나를 집어들고 책날개를 훑다가 멈칫했다. "In the evocative tradition of Donna Tartt’s first novel, The Secret History, comes this accomplished debut of youthful innocence drowned by dark sins...." 이런 광고에 현혹되면 안된다는 사실은 알지만... 유혹에 못이겨 책을 집어들었다.

날렵하게 읽히는 캐롤 굿먼(Carol Goodman)의 데뷰 소설 "죽은 언어의 호수(The Lake of Dead Languages)" 일부 배경이 비슷할 뿐, 타트의 소설과는 맥을 달리하는 정통 미스테리 스릴러다. 마치 타트의 소설과 우리나라 영화 여고괴담 1편의 구성을 섞어놓은 듯하다. 사립 여학교 시절 함께 라틴어 수업을 듣던 친구들의 자살을 뒤로 한채 오랫동안 그곳을 떠났던 제인 허드슨은 라틴어 선생님이 되어 다시 그 학교를 찾는다. 그곳에서 자신이 학생시절 잃어버렸던 일기장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이십년전의 상황을 재현하듯 자신의 학생들에게 찾아오는 죽음 앞에서, 잊어버리고 묻어두었던 옛친구들의 죽음과 현재의 비극이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고 기억을 더듬어 목숨을 끊었던 친구들 루시, 디드르, 루시의 쌍둥이 남매 매트에 얽힌 비밀을 알아내고자 모험에 나선다.

타트의 데뷰소설을 떠올리게 한다는 광고 문구는 내막이 금방 들통나버렸지만, 고립된 사립여학교에서 은밀히 주고받는 여학생들간의 감정의 교류, 뉴욕주 애더론딕 산맥 근방의 커다란 호수의 정경, 뜻하지 않은 진상과 대단원에 찾아오는 가슴뭉클한 감동 등으로 소설은 아주 재미있었다. 미스테리어스 북샵에서 매월 선정하는 그달의 데뷰소설로 작년 12월에 소개되었으며, 올해 2월엔 오토 펜즐러가 추천하는 미스테리 리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2/5/12) --Jin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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