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있었던 그 사건의 전모를 까발려주마
(전모군 외모 분위기의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해 홍대일대 한바탕 해프닝 벌여)
사건에 가장 깊숙히 연루된 전모군 : "전 대학교 1,2년 때부터 쯩 검사는 모르고 산 사람이어여...."라고 말하며 자신의 무죄를 강변하다.
그 말의 진실됨을 오늘 뼈저리게 통감한 우리 일행은 여기에 그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자 한다. 사건의 발단은 홍대앞 M모 테크노 빠에서 시작된다. 열불나게 몸을 흔들던 우리 일행은 그 사이 전모군이 잠시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간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여전히 자기 몸의 예술적 운신이 그려내는 기하학적 동선의 미학에 탐닉하고 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그 공간을 빽빽히 채우던 음악소리가 멈추며 좌중이 일제히 고요해 진다. 옆의 "흡사-고삐리" 여성의 외마디. "떴따!"
두꺼운 문은 안에서 자물쇠로 채워지고 조명은 어두워지고, 무대위는 황량한 사막처럼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김모양왈 "야아 신난다.. 우리 쯩 조사해요~~!!" 자신의 나이가 이토록 자랑스러운 것은 자주있는 일이 아니다.
점원임직한 총각 하나가 밖에 단속반이 떠서 대기 중이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하며, 써비스로 각 테이블마다 데낄라를 돌리겠다고 한다. 즐거워하는 이모양.
심성이 착한 우리 일행은 고분고분 테이블에 앉아 노가리를 까며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을 전모군의 존재를 이제서야 인식하게 된다. 한마디씩 측은하니 어쩌니 값싼 동정심을 발휘한다.
대략 40분 정도가 지났을까. 점원 하나가 밖의 동태가 고요해진 듯 하여 손님 몇 을 밖으로 보내기 시작한다. 우리는 밖에서 떨고 있을 전모군 생각을 하며 서둘리 자리를 뜬다.
이모씨 나오자 마자, "이거 별로 안춥군" 순간 "떨고있을 전모군"이라는 말의 수식 어는 사라져 버리며, 동시에 우리의 그에 대한 연민도 깨끗히 사라진다. 전모군을 찾으려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데, 옆 모 술집에서 전모군 능청스럽게 나온다. 우 리 일행은 그를 반갑게 맞이 하며, 마치 매우 안도한 것 처럼 얼싸안고 다시금 가식적인 동지애를 확인한다.
그때, M모 테크노빠의 지배인인듯한 아저씨 얼빠진 모습으로, "어... 아저씨 단속반 아니에요?"
오호통재라... 오호통재라... 그 불쌍한 어리버리 지배인 아저씨는 우리의 전모군 을 단속반 일행 중 하나로 오인했었던 것이었고, 우리가 치뤘던 그 "한바탕의 해프 닝" 은 모두 전모군의 "독특한" 외모 덕분이었던 것이었다. 그의 외모 자체는 지극히 보편적인 것이나, 그 사건 장소에서는 일시적으로 매우 '특수한' 것이었다.
그의 말을 빌면, 밖에서 워키토키를 연상케하는 크기의 휴대폰으로 통화중이던 전 모 군에게 이상한 아저씨가 접근하더니, "어디서 나오셨어요?"라고 물었단다. 물론 그 아저씨의 의도는 '어느 경찰소에서 나왔냐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의 나이브한 전 모 군은 "가게에서요"라고 짧막하게, 그러나 무지 성실하게 답변을 해준다. 벙찐듯한 표정을 짓던 그 아저씨는 갑자기 낭패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급하게 이곳저곳 연락을 한다. 삽시간에 홍대근처의 모든 락카페는 암흑천지가 되었다. 가뜩이나 요번 호프집 화재 사건 이후로 단속이 심해졌는데 하필 토요일 피크 타임이라니. 그래도 그들의 비상 연락망은 매우 치밀해서 2분이내면 모든 점조직에 통보가 가능했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후 우리 일행은 이 사건은 길이길이 나이트계에 전설로 남아 사람들의 입에 입을 통해 전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며, 자괴감에 괴로워하는 전모군의 등을 토닥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