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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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고 지금 이 세상에서 가을은 사계중에서 가장 짧은 계절이 되었다. 기분이 울적해서 친구를 만나 소주라도 한잔할라치면 떡이 되도록 마신다. 다음날 속이 쓰려도 과음에 대한 후회는 없다. 아내의 잔소리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린다. 올 가을은 참으로 참기가 힘들다. 가을을 잃어버려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 기후에 있어서 치명적이다. 난 가을이 짧아져서 민족성까지도 변질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의 하나다. 그렇다고 가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과학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십대 이후의 실직을 당연시하는 세상에 살면서 친구의 가을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고민은 결코 남의 것이 아니라는 걸 하루에도 몇번씩 다짐을 한다. 아내는 아들의 석차가 떨어졌다고 과외를 끊으려 하고 아들은 부모의 주머니사정이야 어떻든 과외를 하겠다고 하고 난 해답을 주지 못한다. 성능이 아주 많이 떨어지는 돈버는 기계로서 할말이 없다. 가족이기주의에 대한 숙제가 있어서 목차를 정해 달라는 아이에게 해답을 주지 못했다. 다 각 자 자기의 인생을 살고 있으므로 가족이란 동행하는 타인이 되어간다. 메말라 가는 감정이 가을에 다시 살아나는 시간이 될 수 있으면 하고 생각하지만 하루의 반을 사무실에서 보내고 나면 또 다른 허전함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다만 내 생의 마지막 날은 가을날이었으면 한다.

1300 페이지를 넘는 끔찍한 두께의 책 까뮈 반항과 부조리의 ... 를 이주일간 다 읽었다. 인간적으로 너무 두꺼운 책이었다. 소설도 아니고 전기일 뿐인데. 중간중간 내가 읽고 느낀 것은 까뮈같은 인생을 많은 남자들이 부러워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장인정신을 가진 작가. 사랑과 가정을 동시에 지키고 싶어 한 남자.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남자. 사랑과 가정이 별개의 여인들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면 요즘 사회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당시는 더더욱 그랬겠지만. 자신의 일에 몰두하여 열심히 산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 주는 느낌은 일종의 찬란한 빛이다. 스스로를 닦는 일. 그 일에 몰두하는 모습의 아름다움에 여인들이 까뮈에게 몰렸는지도 모른다. 결핵으로 죽지 않고 다행스럽게도(?) 교통사고로 죽은 까뮈의 인생에 대하여 난 많은 호감을 느꼈다. -- 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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