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의식중에 튀어나오는 말들 ¶
아이들을 상대할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말들이 있다. '남자애가 왜 울어' 라든지 '여자애가 왜 그렇게 덜렁대냐' 류의 발언 말이다. 나 또한 소위 여자애로 자라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들이 '기집애가 칠칠맞다'였던것 같다. 그냥 '애가 칠칠맞다'라고 말하면 될것을 왜 꼭 주어에 여자애임을 밝히는 단어를 집어 넣음으로써 여자애들은 이래선 안된다 등의 제약을 가르쳤던 것일까?
친한 친구의 엄마가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고 계시는 이유로 나는 고만고만한 나이의 아이들을 많이 접하는 편이다. 아이들을 대할때 나는 가능한 아이들을 성별로 가르는 말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는것을 발견했다. 국민학교 2학년짜리 남자애가 있는데, 성격이 너무도 유순해서 조금만 큰소리가 나도 기가 죽고 학원 애들에게도 늘 밀리는 아이다. 이 애는 어디가 깨져서 피가 나면 금방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이기도 하다. 바닥에 앉을때도 아빠다리를 하고 앉는게 아니라 정말 다소곳하게 앉아 있다. 얘가 무슨 행동을 할때 마다, '남자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걸 그나마 약한 이성의 힘으로 꾹꾹 누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2. 요즘 선생님들은 ¶
요즘은 국민학교에서 ten little indian boys노래를 가르칠때 맨끝에 ~boys and girls 라고 노래하게 가르친다고 한다. 대학다닐때 교육학을 부전공으로 할까 하고 몇과목을 들은 적이 있다 (교생실습 나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지만).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어른들의 태도에 대한 내용을 배우고 토론한 적이 있다. 흔히들, 남자애들은 수학과 과학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여자애들은 언어, 인문과학쪽에서 두각을 나타낸다고 믿는다. 내가 쓰던 교과서의 저자에 의하면, 생물학적으로 남자애들이나 여자애들의 특정 학문에 대한 능력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여기서 한가지 주의 할점은 아이들이 어떻게 키워지냐를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서 부터 레고블락같은게 장난감으로 주어진 남자아이들은 자연히 공간에 대한 이해가 풍부해 지고 인형이나 티파티 세트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여자 애들은 사회성을 기르게 된다는 것이다. 각자의 성별로 키워지는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나와 같은 세대에 선생님으로써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각자의 성별에 따라 애들을 구분하는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을것이다. 최소한 '남자니까 이런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야 하고, 남자니까 울지 말아야 하고, 남자니까 이렇게 앉아야 한다'따위의 발언을 하지는 않을것이라는 얘기다.
3. 나의 딜레마 ¶
그런데, 막상 내가 내 아이들을 갖는다면, 내 아들이 바비 인형 갖고 놀기를 더 좋아하고 소꿉놀이 세트를 사달라고 조를때, 순순히 사줄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남의 아들들은 인형을 갖고 놀아도 되고 내 아들은 안된다는 모순적인 생각. 또 내 딸이 레고블락에 더 흥미를 느끼고 비행기나 자동차 조립하기를 더 좋아한다면 나역시 기뻐할거라고 생각할때 이 무슨 double standard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아들의 여성화는 안되고 내 딸의 남성화는 적극 찬성이라니 (굳이 장난감을 여자애들것 남자애들것으로 갈라서 생각했을때). 나는 도대체 무슨 딜레마에 빠져 있는 걸까?? 이건 정말이지 깊이 생각해 봐야할 문제이다. 어쩔때는 아직 미혼인게 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다.
근데, 딸네미 키워보니까 예쁜 옷, 그리고 예쁜 인형을 정말 좋아하더군요. 여자아이로 키웠다 고 생각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성차별적인 사회 분위기를 굉장히 싫어하는 아내가 당황스러워 할 정도였죠. -- JikhanJung
어려서 변변한 공주인형 하나 개인당으로 갖지 못해본 -.ㅜ; 아말감은, 커서야 완전 공주병이 들어 지금도 왕성하게 공주에너지를 발산하는 중입니다. ^^; 이게 바로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밤 새는 줄 모른다... 기왕에 공주에너지는 일생에 한번 이상은 발산할거, 어려서 발산해버리는게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에요. ^^*
결국엔 그 이유로 딸네미에게 제니를 안겨줬지요. 이 딸네미의 공주 시리즈는 도대체 언제 끝날것인가... Normalct
어려서 늘 책과 블록과 BB탄 권총을 들고 놀며, 인형놀이나 소꿉놀이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고무줄 놀이도 안 했으며, 자기 집 냉장고에서 실험하다가는 비오는 날 먼지나게 두들겨 맞을 것을 예감하고 윗집 남자아이에게 노벨상에 버금가는을 운운하여 윗집 냉장고에서 냉동개미 만들기 실험을 하던 heyjin은 스물 넷이 되어서야 바비와 브라이스의 매력에 혹해버리고 말았다. (돌피가 아니길 다행이다. 돌피는 너무 징그러운 느낌이다.) 물론 heyjin의 취미는 컴 뜯기, 홈페이지 만들기, 수도꼭지 고치기 등등 아주 실용적인 데 국한되어 있지만, 아마도 여자는 "예쁜 것을 사랑하는 본능"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엄마가 어렸을 때 인형을 사주려고 별별 노력을 다 했다고 하기는 하시던데. 늦게 깨어난 본성인 것인가......4. 원망 ¶
나는 지독한 방향치이다. 차를 타고 한바퀴만 돌아도 어디가 어딘지 영 감을 못잡는다. 공간을 인식하는 능력이 정말 뒤떨어진다. 방에 누워서 집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화장실의 어느쪽 벽이 내방의 어느쪽 벽과 붙어 있는지같은 종류의 생각을 하다가 머리가 아파서 그만둔게 한두번이 아니다. 어렸을때 엄마가 조립식 장난감 사달라는 나의 요구를 '여자애가 무슨~'이란 말로 묵살해 버리지만 않았어도 하는 원망을 잠깐 해본다. Jamie
공간 지각 능력을 많이 상실 당했다. 군대 탓 하는 사람들이 좀 패배적이다라고 느끼면서도, 하늘 천평, 땅 삼천평하는 전방부대에 26개월 있다보니, 어느새 지능 검사같은걸 했을 때 두각을 나타내곤 했던 공간 지각 능력이 쇠퇴해 버렸음을 요즘 깨닫게 되었다. 텍스트 위주의 생활이라는 변명도 조금은 가능하다. 이메일 하루 내내 쓰고, 밤에 칼럼등의 공간에 들어가고(물론 노스모크, 지금 나에겐 인기짱인 '공간'). 공간 지각 능력을 보다 키우기 위한 작업은 어릴 때뿐만아니라 나이들어서도 계속 되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따라 틀린 부분이지만.--Ro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