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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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와 버튼


단추라는 단어는 옷에 붙어 있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연상하게 한다. 그런데 버튼이라는 단어는 옷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조각을 연상시키기 보다는 기계나 전자 제품 등에 붙어 있는, 그것을 누르면 장치를 움직이게 만드는 볼록 튀어나와 있는 부분을 연상하게 한다. '버튼을 누른다'는 말은 어떤 작동을 하게 만든다는 것을 연상시키지만 '단추를 누른다'는 말은 단순히 옷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조각을 누른다는 것을 연상시킨다. 버튼은 언제부터 옷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조각 이상의 뜻을 갖게 되었을까? 그 이상의 뜻을 갖게 되었을 때 어떤 현상이 벌어졌을까? 버튼과 단추라는 단어는 옷을 연결하게 만들어 주는 물건이 나왔을 때 생긴 단어일까?

버튼은 단추보다 위에 있는가?


단추는 옷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조각이고 버튼은 누르면 장치를 움직이게 해주는 부분이라는 뜻으로 두 단어를 이런 식으로 구분해서 쓰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김치', '태권도', '샌드위치' 등의 단어는 특수성을 반영한 단어라서 어디서나 그대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테지만 단추나 버튼은 어느 곳에서나 보편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을 텐데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구분을 두고 쓰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서양은 기술이 발달한 곳이고 동양은 미개한 곳이라는 잠재 의식을 형성해 가는데 큰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을까?


주황색과 오렌지색은 다르다. 같아도 되는 색이지만 다른 느낌과 다른 지시영역을 지닌다.(오렌지가 좀더 밝은 색의 느낌) 나중에 들어온 외래어가 기존의 말과는 좀 다른 영역을 차지하는 것은 자연스런 언어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단추와 버튼도, 버튼이 좀더 넓은 영역의 의미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에 대해 너무 심각해질 필요는 없을듯하다. '좀더 모르는 말'을 덜 친근한 영역에 배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언어현상이다.

단지 토박이 말과 들어온 말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각 단어에 알맞은 영역을 차지한다면 심각할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 차별과 편견이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단추와 버튼이 그러하듯이 다방과 카페(혹은 커피숍), 창문과 윈도우, 방과 룸, 칼과 나이프, 숫가락과 스푼, 파란색과 블루, 술집과 바, 결혼식장과 웨딩홀, 머리카락과 헤어 등의 단어는 단지 다른 지시영역을 지닌 것만은 아니다. 좀 더 모르는 말을 덜 친근한 영역에 배치하기 위해 왜래어를 도입하기에 앞서 기존의 단어를 연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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