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꽃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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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봉숭아 꽃물을 들이고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손가락에 꽁꽁 싸매놓은 비닐이 다 벗겨지고 없었어요. 조금 더 나이가 들면서는 손가락의 비닐은 그대로 있었지만 발가락에 싼 비닐은 여전히 없어지곤 했죠. 흐하. 밀가루반죽으로 손톱옆의 살갗을 둘러놓지 않아서 살갗까지 전부 물들고는 했는데 언제나 손가락보다 더 진한 빛깔로 물들었던 기억이 나요. 봉숭아꽃물을 들일 때, 백반을 넣는 게 색이 더 곱고 진하게 나오잖아요? 그런데 이 백반을 쓰면 마취가 안된다는 속설이 있어서(우리동네에선 그랬어요) 백반을 안쓰고 들이기도 했는데 어찌나 색이 흐리게 나오던지. 그래서 그 다음부턴 백반을 꼭 넣었죠. 또 신기한 것 중 하나가, 봉숭아 꽃잎으로만 물을 들이면 색이 이쁘게 나오지가 않는 것. 잎새까지 같이 넣어야 색이 이쁘게 나오는 것. 그거 정말 신기했었어요. 어린 마음에 꽃잎으로만 물들이면 얼마나 이쁠까 하고 들여봤는데, 오히려 이쁘지가 않아서 울고 싶어졌던 게.... 아 그 때는 얼마나 순진하고 어렸었는지. ^^ 추선비

더 신기한 건 꽃잎은 전혀 넣지않고 파란 이파리만 가지고 해도 물이 아주 예쁘게 잘 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마도 주요한 역할은 이파리인 모양이예요. 꽃잎은 그냥 기분으로 넣는 거고..^^ --우산

옜날에 외가집을 가면 늦둥이 고등학생 막내이모는 봉숭아 물을 들이고 즐거워했다. 아마도 그당시는 학생들이 할수 있는 거의 유일한 꾸미기였을 것이다. 이모가 나도 해 줄려고 했지만..난 귀찮아서 하지 않았다. nonfiction

나는 재작년인가까지 매년 봉숭아 꽃물을 들이곤 했다. 열 손가락 손톱 하나하나에 꽃잎과 잎새 반죽을 올려놓고 비닐로 칭칭 감고 있으면 그 축축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파트 단지나 학교 화단, 외갓집 근처에 핀 봉숭아를 따다가 엄마가 들여 줬는데, 첫눈이 올 때까지 꽃물이 빠지지 않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 때문에 꽃물을 진하게 들여 달라고 엄마를 졸라댔던 기억이 난다. 아직은 믿고 싶은 전설이다. :) --M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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