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운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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뎡만은 두 달 가량 런던의 호텔에서 살면서 런던 인근 서레이라는 지역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을 했다. 기차도 탔지만 운전도 했다. 아래 글은 홈페이지에 올리기 위해 썼던 것으로 말투가 약간 건방지지만 크게 손보지 않았다.

1. 렌터카 회사는 어디에나 있는 AVIS, 허츠, 그리고 좀 싼맛에 가게 되는 Budget, Thrifty (아이스크림과 다른 회사) 등 모두 히드로 공항 지점을 두고 있으니까 공항에서 빌리면 된다. 그러나 공항에서 대뜸 빌려 런던에 들어가는 건 좀 권장할 짓이 못 된다. 일단 런던 호텔 중에선 별이 4,5개인 주제에 주차장 없는 데가 너무 많고, 한밤에 운전 대뜸 시작하기에 -그것도 열시간 비행기 탄 다음에- 런던은 그다지 적합한 연습 장소가 아니거덩. 일단은 튜브나 히드로 익스프레스 타고 런던에 들어가고 차는 나중에 픽업하는 게 좋으리라는 개인적인 생각.

easycar라고 꽤 싼 회사가 있긴 한데, 값이 파격적으로 싼 대신 조건이 안좋다. 차에 easycar라는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고 (떼면 고액 벌금) 보험 조건도 안좋다. 차 배달/ 픽업 서비스 따위 당근 없다. 선불이며 미리 반납해도 마일리지를 줄 뿐 돈으로 안 준다. 웬만하면 안 빌리는 게 좋다. 빌려봐서 하는 말이다. -_-;

2. 주차.
런던의 주차 사정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내가 묵었던 런던에서 처음 묵었던 호텔도 이름은 힐튼이나, 건물이 18세기인가 19세기에 지어진 지나치게 역사적인 건물인 나머지 부속 주차장을 안 갖고 있었다. 여기뿐만이 아니라 주차장 없는 호텔 진짜 많으니까, 주차장이 필요한 사람은 꼭 예약시 확인해야 한다.

공립 주차장은 오후 6시면 닫는다. 오후 6시가 넘으면 차를 넣을수도 뺄 수도 없다. 시립 주차장은 무시무시하게 비싸다. 하루 종일 (25시간 정도) 주차했더니 요금이 45파운드인가 나왔다. 거리 주차는 통상 정해져 있는 시간에 정해진 구역에만 주차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대개 아침 8시 반까지는 (이른 곳은 7시) 차 빼야 된다. 20분 늦었다가 40파운드짜리 딱지 맞았다. 절대 권장할 수 없음이다. 주차장 확보 안 되어 있으면 열라 돈 많지 않은 이상 차는 포기하는 게 좋다.

3. 오토/매뉴얼
의외로 오토는 빌리기 어렵다. 드물다. 보통 운전자들 중에서도 오토 몰고 다니는 비율이 꽤 낮은 편이다. 매뉴얼의 경우 스틱의 위치는 핸들이 왼쪽에 달린 한국식 차와 같다. 즉 뒷좌석에서 바라보았을때 좌측 상단이 1단, 하단이 2단으로 내려간다. 한국에서 차를 몰 때 오른손으로 하는 일을 왼손으로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힘을 줄 때 자연스럽게 팔이 몸 안쪽으로 들어오게 되므로, 1단에서 2단 넣을 때 그냥 밀어 내리기만 하면 4단으로 들어가게 되는 일이 생긴다. 이것만 주의하면 된다.

4. 통행/라운드 어바웃
의외로 방향은 그다지 헷갈리지 않는다. 다른 차들만 잘 쫓아가면 되고 다른 차 안 보일 때는 저속하시라. 오히려 제일 문제는 차로가 좁아서 생긴다. 도로 자체가 정말 좁고, 런던 시내에서는 길가 양쪽으로 주차도 해 놓고 자전거도 달리고 버스도 달리고 (나름대로 전용차선이 있거던) 해서 꽤나 복잡하다. 자기 차선에서 안 삐져나가게 꽤 조심해야 된다. 내 경우 핸들의 가장자리를 차선에 놓고 달리는 방법을 썼는데, (한국에서는 백밀러의 가장자리를 차선에 놓고 달리는 타입) 좀 익숙해진 다음에도 커브를 돌 때는 꽤 신경써야 했다.
라운드 어바웃은 교차로마다 있는 영국 특유의 시스템으로, 한가운데에 섬이 있고 도로가 그 섬을 둥그렇게 돌면서 가지를 뻗고 있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삼각지에 가면 그런 교차로가 있다는데 나는 한 번도 못 가봐서 어떤지 모르겠다. 일단 라운드 어바웃에 진입하기 전에 자기가 나가고 싶은 출구가 몇번째인지 잘 봐야 한다. 제대로 확인을 못 했으면 일단 계속 돌면서 확인을 해야 한다. 여러 바퀴 돌아도 흉이 아니다. 오히려 잘못 나가면 일방통행 투성이 런던에서 크나큰 곤경에 처하게 될 지도 모른다;
진입 순서가 처음에는 헷갈리는데, 기본적으로 '지금 돌고 있는 차가 없으면 내가 들어간다' 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돌고 있는 차가 있어도 내가 들어갔을 때 그 차의 운행에 방해가 안 되면 들어가도 된다. 즉 돌고 있는 차가 자기 속도를 줄이게만 안 하면 되는 것이다.

5. 고속도로/도로 표시
고속도로는 motorway라고 표시하며, 기본적으로 무료이다. 그 아래 국도는 A4, A40, A320 등으로 내려간다. 숫자가 커질수록 규모가 작은 지방도로이며 속도 제한도 낮아진다. 고속도로에선 대개 7-80마일까지 밟는 분위기이지만 숫자 세자리 도로에서는 40마일 정도다. 속도 제한 표시는 달리면서 확인할 수 있기는 한데, 전반적으로 잘 안 지키는 분위기이기는 하다. 그래도 딱지 맞으면 엄하니까 너무 많이 넘지는 말도록 하자.
예를 들어 내가 런던에서 출퇴근하던 길을 보면, A4-M4-M25-Junction 11-A320 순으로 도로를 탔다. A4는 런던 시내에서 고속도로인 M4 (고속도로는 표시 앞에 M이 붙는다.)로 이어지는 꽤 큰 중심 도로이다. M25는 런던 주위를 커다랗게 원으로 두르고 있는 환상도로이며, 출퇴근시간에 열라 막히기로도 유명하다. Junction은 Exit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정션 표시는 대개 고속도로 위를 가로지르면서 서 있는 표지판의 좌측 하단에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되어 있다. 이 가로지르는 표지판은 각 차선의 제한 속도를 표시하거나 방향을 표시한다. 도로 좌측에 서 있는 단일 표지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A320은 편도 1차선의 소규모 지방 도로. 이런 지방 도로에선 사슴 주의 표지판도 볼 수 있고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옆으로 다니기도 하니까 조심해야 한다.
고속도로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남북 구분이다. 미국 고속도로에서는 고속도로를 갈아탈 때 남쪽으로 가면 뭐가 있고 북쪽으로 가면 뭐가 있는지 대충 지명을 같이 소개하는데, 영국 고속도로는 그걸 잘 설명해주지 않는다. 일단 타고 나서야 이쪽으로 가면 뭐가 나오는지 알게 될 때가 많다. 즉, 갈림길 표시판에 그냥 이쪽으로 가면 M25 North/ M25 South라고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소리다. 잘 모르겠으면 갓길에 차 대고 지도 보자. 지도는 Road Atlas라는 것과 A/Z 시리즈를 많이 보는데, A/Z은 시내 운전할 때 지명 단위로 사서 보기 편하고 (London A/Z 같은 식으로) Road Atlas는 지방 단위 운전할 때 보기 편하다. 둘 다 렌트카 회사에서 빌릴 수 있고 슈퍼나 서점에서 사기도 쉽다. (단 그 지역의 지도와 전국도만 다루는 경우가 많겠지.)

6. 주유
휘발유값은 한국이랑 비슷하다. 셀프 서비스가 많고 카드도 받는다. 일단 주유하고 나서, 불켜져 있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영수증을 주면 계산해 주는 식이다. 대개 그 가게는 편의점을 겸하고 있을 때가 많다. 단 24시간 영업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도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영국은 법적으로 매일 24시간 영업을 금하고 있다. 그래서 24시간 슈퍼마켓도 토요일 밤에는 문을 닫고 일요일에는 12시부터 6시까지만 영업한다. 24시간 운영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다. 보통 도로상의 소규모 주유소도 (확인은 못했으나) 그러리라는 예상이 매우 강력하게 든다.
주유 여담을 소개하자면, 나도 꽤 이 차 저 차 많이 몰아봤지만 그런 건 처음이었는데...영국에서 빌렸던 메르세데스 벤츠 A의 주유구는 버튼을 눌러 여닫는 게 아니라 주유구의 한쪽을 통 치면 반회전식으로 열리게 되어 있는 형식이었다. 이거 여는 방법을 몰라서 30분동안 쇼했다. 주유구 주변에는 비슷한 고민을 했던 다른 운전자들이 남긴 흔적인듯, 손톱에 긁혀 (억지로 열려고 했겠지) 페인트가 떨어져 나간 자국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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