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우리나라에는필즈메달리스트가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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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는 사실 노벨상에 버금가는 필즈메달이 있다. 캐나다의 수학자 필즈가 만든 이 상은 동시대 가장 뛰어난 업적을 이룬 40세 미만의 수학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수학자에게 있어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다. ABeautifulMind의 주인공 존 내쉬도 사실은 필즈메달에 도전한 수학자로서 그가 필즈메달을 받았더라면 말년의 노벨상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필즈메달 수상자가 무려 3명이나 된다. "학문의 즐거움"으로 유명한 히로나카와 복소다양체이론의 고다이라, 그리고 몇년전에 대수기하에서 이룬 업적으로 수상한 모리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수상한 분야가 모두 대수기하와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몇가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이 대수기하에 있어 학문의 중심지라는 것과 일본에는 모리와 히로나카말고 쟁쟁한 대수기하학자군들이 존재하리라는 사실이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한 점이다. 물론 일본은 다른 여러 수학분야에서도 많은 좋은 학자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특히 대수기하만큼은 일본의 수학실력이 최고라고 자부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와 비교해서 우리나라는 현재 통상 분류되는 수학의 제분야에서 다른 여타의 나라들에 비해 비약적 실력을 보유한 분야가 없다. Echo가 아는 한에서 그렇다. 이는 우리나라가 필즈메달에 도전하기 위한 매우 불리한 조건이자 극복해야 할 점이다. 그러나 모든 현상에는 다 원인이 있다. Echo가 나름대로 생각하는 이 문제에 대한 원인은 크게 네 가지라고 보아진다.

첫째,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의 역사가 너무 짧다

우리나라에 수학이 제대로 소개되어진 것은 해방후라고 볼 수 있다. 수학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손으로 꼽을 만한 분들이 해방후와 5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서 수학이란 학문을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분들은 돌아가셨지만 현재 수학계의 원로교수님들중에는 이 분들에게서 학위를 하신 분들도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Echo 역시 노교수님의 수업을 받은 적이 있다. 근데 얼마나 오래되어야 수학교육의 역사가 길다고 해야하는가? 이에 대하여 우리는 이웃 나라 일본의 수학교육 역사를 좀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수학교육이 시작되었고 20세기초에는 수학교육을 위한 근대적 교육기관이 설립되어서 20세기 초에 독일로 유학을 나가기 시작해서 1940년대에 이미 독자적인 연구분야를 찾게 된다. 그들은 적어도 100년동안 부단히 많은 노력을 경주해왔고 수없이 많은 선배수학자들이 쌓은 연구를 토대로 계속 연구성과를 축적해 온 것이다. 아직도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온 사람이 보다 선진화된 학문의 소개자인 우리나라의 풍토와는 달리 일본은 이제 외국으로 배우러 나가지 않는다. 이는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우리는 아직도 실력을 더욱더 쌓아야 할 처지에 있는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 대학들의 대학답지 못한 모습 때문이 아닐까 한다

연구를 해야 할 대학교수가 학생들을 유치하러 다니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우리나라의 대학이 과연 대학인가? 외국의 어떤 유명한 사립대도 재단 이사장이 교육에 관여하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우수한 수학자도 연구할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학은 수학자들이 몸담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 있는 것이 사실이고 여러가지 잡무와 교수들간의 알력으로 인해 그들이 연구에 전념할 시간도 나지 않는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보다 중요한 점은 그나마도 대학에서 자리잡기조차 힘들다는 사실일 것이다. 하나의 연구를 꾸준히 하여 결실을 보기까지 요구되는 세월은 생각보다 길다. 적어도 수학에서는 그렇다. 더군다나 필즈메달에 도전할 연구가 잘난 천재한명의 힘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필즈메달을 받은 수학자들은 모두 그들보다 앞서나간 연구자들의 연구성과를 도움으로 해서 그들의 연구를 얻어낼 수 있었다. 즉 수학적 저력이란 역사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인물에게 투영되는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연구를 지속시킬 연구풍토가 그 만큼 절실히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수시로 변하는 지원덕분에 자신의 연구분야를 고집하는 엄청난 배짱의 수학자는 보유할래야 보유하기 힘들다.

셋째,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이 너무나 획일적이다

Echo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해서 입시제도를 통해 수학을 접하게 된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사실 수학에 대하여 보다 창조적 활동을 해 보지 못한 것이 지금 수학함에 있어 천추의 한이다. 너무나 획일화된 내용과 단순한 사고의 반복적 훈련은 사실 1%의 천재가 중요한 지금에 부적합한 교육방법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과학고에 진학을 하여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육을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사실 과학고란 것이 수학만 잘한다고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방법보다는 오히려 공교육에서 보다 더 고차원적인 수준의 교육도 나름대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Echo의 생각이고 4지선다식의 답풀이보다는 창조적 해법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주관식교육으로 역시 시험제도도 운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차적으로 지적하자면 정석같은 수험대비서가 고등학교 학생들의 책상머리에 있기보다는 Monthly 같은 저널이 고등학교 학생들의 책상머리에 있어야 하며 입시제도를 좀 더 탄력적으로 운용해 고1때라도 대학입시에 응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시에 골몰할 시간에 좀 더 수학적인 교양을 쌓아나가는 것이 효율적임은 자명하다.

현재 인문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더불어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으로 우열반을 나눌 것을 희망합니다. 학생들이 학교 수업 시간에는 자고, 학원 수업 시간에는 쌩쌩한 이유가 다 있습니다. 진짜아티스트

넷째, 수학자들에 대한 사회의 배려가 너무나 되어있지 않다

다른 기초과학분야가 비슷비슷한 처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아니면 수학을 공부하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것또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도 그 지식을 활용할 기회가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 말고 없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요번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일본인이 기업연구소의 연구원이었다는 사실과 비추어 볼 때 이는 물론 우리나라가 말로는 지식기반 사회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고급인력을 제대로 대접해줄 줄 모르는 눈 뜬 장님들이 국가를 경영하는 한심한 나라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한 수학자들이 지금에 받는 대우는 너무나도 그들의 능력에 비해 터무니 없어 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니 어떻게 수학자들이 의욕을 내서 연구를 하겠는가? 해마다 증권가나 컴퓨터 산업과 관련한 사업체에서 수백명의 수학자를 많은 봉급을 주어가며 고용하는 구미의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의 기업가들 역시 수학을 선택하고 그리고 성공적으로 학위과정을 끝낸 엘리트에게 진정 엘리트다운 대접을 해준다면 보다 먼 장래를 위해서도 그 보다 나은 투자는 없다고 본다. 수학은 정말 어려운 학문이다. 수학이 쉬운 것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수많은 수학자들이 있다. 그들에게 칭찬과 박수를 아끼지 않는 분위기에서 필즈메달은 탄생하지 않을까?


필즈메달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 분야에서 꾸준히 지식을 축적해나가는 작업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는 물론 현재 학문이 발전하는 방향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리더십을 보유한 수학자가 꾸준히 세계적인 수준의 수학자들이 하고 있는 일들을 계속 소개하는 일이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된다. 즉 월드클라스에 들어가는 수학자들이 우선은 많아져야 하는 것이다. 수많은 정리들과 씨름하고 위대한 수학자들의 작업을 이해하는 일은 개인의 엄청난 노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사실 우리나라의 많은 수학자들은 실제로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Echo

p.s. 필즈메달은 현재 순수수학의 분야에서만 수여가 되고 있어 응용수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뛰어난 학자들은 사실 이 상을 수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뛰어난 응용수학자가 있느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응용수학을 잘 하기 위해서는 순수수학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힘들기 때문이다.

다섯째, 수학을 후원하는 기관이 없다.

V. I. Arnol'd에 의하면 수학은 세 가지 분야(후원받는 측면에서)로 나뉠 수 있는데, 첫째가 암호학으로 KGB나 CIA같은 정보기관에서 후원한다. 두번째는 유체역학으로 이는 핵잠수함을 만드는 곳에서 후원한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천체역학인데 이는 군대나 아니면 NASA같은 미사일이나 로켓관련 기관에서 후원한다. 우리나라에는 국정원이 있지만 암호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이고, 핵잠수함을 만드는 곳도 없으며, 대륙간탄도탄이나 우주로켓을 개발하는 곳도 없으니 수학이 후원받지 못하고 결국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P --- 세리자와

대전에 국립 암호 연구소가 있지요. 국정원과도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봐야 별 대단한 건 안하겠지만요. --Khakii
국방연구소도 있는데 우주로켓은 아니더라도 탄도미사일정도는 연구한다고 들었습니다. 얼마나 수학을 활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서두.--Echo

여섯째, ...

중고등학교때는 죽어라 수학하다가 대학가면 너도 나도 영어만 한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연구분야가 널려있으면서도 실제로는 다들 자기가 하는 것만 하고 자신의 무지가 드러남을 두려워 한다. 그런 자세로는 천재가 있다한들 그가 천재인지 둔재인지 어떻게 알까. 천재 스스로도 자기가 둔재인줄 알고 살것이다. 또 있다. 사실 천재는 한쪽으로 좀 모자라서, 겉으로 보기에 좀 둔하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겉으로 좀 둔한 사람들을 깔본다. 선진적인 사회분위기가 되기 전에는 천재를 키워줄 수 없다. 물론 10년 이내로,, 필즈메달이 나올거라고 기대하고는 있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험악한 분위기에도 엘리트코스를 밟아오면서 천재성을 고스란히 유지한 녀석을 구경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녀석을 반쯤 존경하고, 반쯤 기대한다.

그러나

ㅡ.ㅡ;; 군대갔다. 쩝.
커헉-_-;;; --아무개
무시무시한 반전. -- Lazy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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