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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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칼럼니스트. 도올의 노자 강의를 비판한 '노자를 웃긴 남자'로 세간에 알려짐.


홈페이지 -> http://clouds.or.kr/



1 민족을 두번 죽이는 친일 단죄론

지금에 와서 50년 전의 친일에 대한 단죄론이 대두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무지에 기반한 부화뇌동이요, 또 하나는 음모이다. 여기서 무지라 말하는 것은 역사와 일제시대의 의미에 대한 무지를 말한다.

많은 이들이 일제시대의 친일행위에 대한 비난과 단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고 반대할 이유가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리고 친일 단죄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몹시도 놀라워하는 것 같다. 놀람과 동시에 분개한다. 친일파 단죄에 반대하면 무조건 매국노, 사대주의자, 수구꼴통, 혹은 정신이상자로 단정짓는다. 나도 30대 초반까지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사람 중의 하나였다. 구름은 소싯적에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민족주의자로 자처했다. 오히려 국수주의자에 가까웠고, 일본이란 나라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 역시 남달리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그때의 그런 정서야말로 젊었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이가 들면서 좀더 사유가 깊어지고 보다 폭넓은 공부와 사색의 기간을 많이 가지게 됨에 따라 이 사안이 결코 그렇게 간단하게 정의하고 단정지어 말하기 어려운 무엇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나라를 외국에 빼앗긴 결코 짧지 않은 36년의 힘들고 참담했던 세월 동안 2천만명에 달하는 조선 민족이 각자 자기의 위치와 입장에서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간 발걸음이다. 그 많은 사람들의 인생의 여정에는 2천만이라는 사람의 수보다 몇 갑절 많은 곡절과 사연과 이면이 있을 것이다. 어떤 전지전능한 신도 한 인간의 인생을 심판하여 천국행과 지옥행으로 이분할 수 없는 것처럼 어느 누구도 그 정도 오랜 세월 동안의 그 정도 수많은 사람의 행적에 대해 선악과 시비를 분명히 가릴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떤 기준과 잣대를 만들어 재더라도 그것에는 무리와 억지가 개입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자칫하면 그것은 우리 민족을 두 번 죽이는 우매한 짓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누가 친일파였는가를 가려서 확인하고자 하면 친일파가 아니었던 사람을 찾는 것이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당시 조선인으로서 지식이나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에 있어서 상위 그룹에 속했던 사람들 중 친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거의 없다는 말이다.(우리가 일일이 거론할 필요가 없는 평범한 장삼이사가 당시를 어떻게 살았는 지는 논외로 치자) 해방 직후에 겨우 빌려 탄 비행기에서 여의도 모래사장에 초라하게 내린 그야말로 한줌도 안 되는 임정 요인을 제외하고는 반일자세를 끝까지 견지했던 인사는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 명백한 사실은 자칫하면 우리민족의 자괴심과 열등감과 자학의 만성적 원인으로 침잠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민족의 치부를 들쑤셔서 공연히 모멸감을 되씹는 어리석은 짓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줌도 안 되는 임정의 요인, 해외의 독립투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국내에 있다가 친일로 전향하고 친일 행각의 오점을 남길 수밖에 없었던 불행했던 사람들과 비교해서 더 애국심이 투철하다거나, 더 저항정신이 강고하다거나 더욱 신념과 인내력이 뛰어났다고 단정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그들과 친일전향자들의 차이점은 일본의 직접적인 힘 앞에 노출된 상태이냐, 아니면 일본의 힘이 당장에는 미치지 못하는 외국 땅에 있었느냐의 차이로 봄이 더욱 옳다. 친일전향자들 중 아마도 대부분은 운이 좋게도 중국이나 미국으로 갈 수 있었다면 광복의 그 날까지 자랑스럽게 지조를 지킬 수 있었을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임정 요인이나 해외 독립투사들 중 누구라도 국내에 남아 있었다면 치욕을 받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최남선, 이광수, 김활란, 한용운, 조만식을 비롯해서 거의 대부분의 민족지도자들이 크던 작던 오점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보통 사람을 뛰어넘는 특별한 사람들조차도 버티기에는 너무나 힘든 상황이었다는 반증이다. 일본의 강압과 강요만이 요인이 아니라 전쟁의 추이가 어떻게 되어 가는 지 알 수 없이 정보가 차단되었다는 것과 희망을 갖기에는 너무도 오랜 세월이 흘렀다는 것, 고립된 상태의 한계로 인한 전황의 오해가 친일 전향의 주된 이유였다. 일본이 패망하기 한두달 직전까지만 해도 일본이 곧 전쟁에 지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던 사람은 국내에는 없었다.

독일과 일본은 패망의 과정이 달랐다. 독일은 동으로는 소련군, 서로는 미영연합군이 밀물처럼 진격을 계속해서 마침내 엘베강에서 만나고 베르린이 함락됨으로서 나치는 종말을 고했다. 패망한 시점에서 독일군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은 항복했던 1945년 8월 15일 그 날까지도 만주 전체와 중국의 주요부 전체, 그리고 인도차이나 반도 전부와 말레이반도, 자바 보르네오 등의 석유 자원 지대를 점령하고 있었고, 각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일본군의 병력은 약 7백만에 달했다. 일본은 여전히 자기 나라 영토의 열배가 넘는 지역을 지배하고 있었고, 수백만 대군이 건재한 상태였으며, 그들의 사기는 조금도 저하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일본은 원자탄 두발을 맞고 졸지에 항복을 해버린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일본은 이미 해공군력이 궤멸되어 전쟁 수행 능력이 고갈된 상태였지만 국내의 지도급 인사들은 그 사실을 알 수가 없었고 여전히 아시아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의 건재만이 눈에 보인 것이었다. 최후의 승리는 연합군의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여도 그 날이 10년 후일지 20년 후일지 알 수 없는 암흑의 세월이었다.

수많은 민족 지도자들, 항일지사들이 절망한 나머지 지조를 꺾고 무릎을 꿇은 데는 이와 같은 철벽의 시대적 절망이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해외의 지사들말고는 끝까지 독립의 신념을 굽히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를 우리는 알아야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치 점령기의 프랑스와 일제강점기의 조선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을 본다. 프랑스와 조선은 결코 같이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다. 프랑스는 바로 한세대 전만 해도 독일과 싸워 이긴 승전국이며, 그 기술과 과학과 문화와 국력과 군사력에서 세계 굴지의 대국이요 열강의 하나였다. 짚신이나 삼고 삼베나 짜고 밥그릇이나 구워내는 기술 외에는 어떤 기술도 갖고있지 못한 상태에서 총 한방 쏘지 못하고 서류상의 합방으로 나라가 소멸되어버린 조선의 경우를 프랑스와 비교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어불설성이다.

그리고 프랑스는 인접한 영국의 BBC 방송이 희망을 부추기고 투쟁을 고취하는 선전을 연일 해대었고 전지구적인 전황을 신속하게 들을 수가 있었다. 독일이 패망하리라는 것은 지식인 아니라도 누구나 감을 잡을 수가 있었으며 아무리 힘들어도 몇 년만 참으면 고난이 끝나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나치 점령하의 프랑스인들 중에 나치 협력자가 수십만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만약에 독일의 점령기간이 36년 동안 지속되었다면 그래도 프랑스인 중에 대독 빨치산이 남아 있었을까? 그래도 대독항쟁의 신념을 꺾지 않고 독일에의 협력을 거부하는 프랑스인이 한 명이라도 살아있었을 지는 의심스럽다. 아니 독일이 그런 프랑스인을 한 명이라도 살려두었겠는 지가 의심스럽다.

조선인의 경우, 결론적으로는 대부분의 지사, 인망가, 지식인들이 일제에 투항을 했을망정 그 과정은 결코 부끄럽지 않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 실로 그 어떤 민족도 하지 못 했던 정도의 치열하고 끈기있는 항쟁과 저항의 기개를 충분히 과시했다. 우리는 일제시대의 친일을 가지고 우리 자신을 비하하거나 자괴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친일 행각을 이유로 당시의 사람들을 함부로 재단하고 비난해서는 안 되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친일 단죄를 말하면 안되는 첫 번째 이유이다.

두 번째 이유는 각자의 친일이 진심이었는지 자발적이었는지 그것이 어느 정도 진심이고 어느 정도 자발적이었는지는 본인 외에는 누구도 모른다. 어느 정도로 고뇌하고 번민을 한 끝인지 그건 누구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친일 행적을 보인 사람이 가능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됐던 해방이 되고 어느 날 갑자기 조국이 자기 앞에 나타났을 때, 그 조국을 위해 헌신하리라고 각오하는 것이 결코 이율배반적이거나 자기모순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선인 대부분이 일제시대에 자기가 했던 일들에 대한 부끄러움을 가슴속에 안고서 새 조국에 대한 사랑과 헌신의 각오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친일파의 애국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의 진정을 믿지 않는다. 이건 너무나 편협하고 단편적인 마녀사냥이나 마찬가지다.

일본군으로 복무하면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천황이 있는 쪽을 향해 절을 하고 충성을 맹세했던 사람들이 광복된 조국의 간성이 되어 나라를 지키는데 기꺼이 목숨을 바쳤고, 그 어떤 나라, 어떤 시대의 군인들에도 뒤지지 않는 모범적인 군인의 길을 걸었다. 대한민국의 법조계는 일제시대에 판검사를 했던 사람들이 틀을 잡았고, 대한민국의 언론은 덴노헤이까 만수무강을 축원했던 그 신문사들이 민족의 정론을 실기 시작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의 학계는 일본인 교수들을 스승으로 삼아 동경대, 게이죠대를 다녔던 그 사람들이 교수가 되고 학장이 되고 총장이 되어 새 조국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쳤다. 그들의 새 조국에 대한 충성과 애정과 헌신이 과연 위선일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해방된 조국의 애국자들이었고 그들이 이 나라를 세웠다. 친일했던 사람들이 각계에서 헌신하고 조금 더 알고 조금 더 경험했으므로 그들이 앞서 이끌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일인가? 천만에.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궁벽하고 가난했던 조선이라는 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올라서 있다. 신식 총 한 자루 없던 나라가 세계 5위의 군사 대국이다. 누가 만들었나? 조선민족 전부가 노력해서 만들었다. 그러나 그 리더 그룹들은 대부분이 친일했던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이제 와서 친일파를 단죄하고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대부분의 주인공들을 매국노, 파렴치범, 위선자로 전락시키는 결과가 된다. 이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그 역사적 정당성에 흠집을 만드는 통탄할만한 우매한 짓이 되는 것이다. 그것을 노리는 자들이 있다. 오매불망 그렇게 만들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자들이 있다. 바로 김정일 일당이다. 그리고 그들의 교묘한 선동에 부화뇌동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다. 친일파를 척결했다고 주장하는 항일 빨치산들이 지도한 강성대국 조선은 민족의 수치이다. 친일파들이 일제한테서 배운 지식과 기술과 경험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가 조선민족의 자랑이다. 전 세계에 당당할 우리의 모습에 오욕을 가하지 말라. 우리의 자랑스런 얼굴에 스스로 침뱉지 말라. 암울했던 고난의 시기에 우리를 위해 눈물을 삼켰던 우리 부모님들을 더 이상 욕하지 말라. 친일한 사람들? 그 전부가 우리의 부모들이다. 부모가 친일하지 않은 사람의 자식은 우리들 백명 중에 한 명도 안 된다. 소극적 의미에서는 당시 조선인의 95%는 친일했다. 살기 위해서, 굶지 않으려고, 일본인들한테 아부하고 굽실거리며 살았다. 그들이 전부 우리의 부모들이다.

우리가 누구를 욕하는 것인지를 돌아보라. 우리를 위해 희생하고 필설로 다 못할 고난과 고통의 시대를 신음하면서 살아가신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들이다. 당신들 눈에는 그 부모가 가증스럽고 한심하고 매국노로만 보이나, 내 눈에는 당당하고 부끄럼 없는 조선의 어버이로 보인다. 그들을 위해서라면 내 온몸을 던져 변호하리라. 그들에게 날아오는 돌이 있다면 내가 대신 맞으리라.

민족을 두 번 죽이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마라. 우리 부모님 가슴에 못박는 짓을 하지 마라. 일제 36년은 입으로 떠들 것이 못된다. 조용히 가슴에 묻고 각자가 생각하면서 묵묵히 나라를 위해 애쓸 따름이다. 누가 잘났고 누가 못났는가를 따질 일이 아니고, 누가 애국자이고 누가 매국노인지 가릴 일도 아니다. 그런 치욕을 두 번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모두 단결해야 했고, 과거를 불문하고 새 조국에 필요한 능력과 인재는 총동원해야만 했다. 우리가 그랬기 때문에 우리에게 오늘이 있을 수 있었다. 아니었다면 우리가 오늘 어찌 되었을까? 북쪽을 보면 그 답이 있다.



이 사람의 실체를 모르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정말 상당한 수준의 극우파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직접 확인해 보라. 참고로 시사/정치/통일 게시판은 거의 한국논단 수준이다. 위에 올려놓은 '민족을 두 번 죽이는 친일 단죄론' 을 끝부분까지 모두 보기를 권한다. 후반부에 가면 극우 논리의 극치를 달린다. --진짜아티스트
뭔가 생각이 있어서 도올을 까댄 사람이 아니었군요... 그것 참... 여담인데 이런 닭대가리 같은 자들의 헛소리를 막기 위해서라도 '친일파'라는 용어를 '일제부역자'로 바꿔써서 그 의미를 엄밀힐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bloodlust

일본때문에 우리나라 근대화 되었다는 논리로군..
일본없었음 우린 아직도 말타고 다녔겠슴다.. -- 울라떵


적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네요. -- Saint.R. 200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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