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형진은 장국영이 죽었다는 소식을 어제 밤(그저께 밤이겠군) 늦게 접했다. 엄청난 사건이었다. 영웅본색1에서 시작해서 영웅본색2, 천녀유혼, 기타 앨범들, 그리고 나의 유년기, 함께 비디오를 봤던 친구, 영웅본색1의 주제가 當年精을 재밌게 흉내냈던 친구, 그 동네, 그 시절의 모든 친구들과 추억들이 장국영의 죽음과 함께 페이드아웃되면서 죽어버린 기분이었다. 첫사랑도 모두 함께. 장국영은 나의 추억의 일부였다.
비록 유서에는 옛날 애인과 새로 사귄 애인을 놓고 갈등하다가 죽음을 택했다는 다소 유치해 보이는 유언을 남겼지만, 또 그는 동성애자였지만, 그런 사실들은 내겐 무의미하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커다란 구멍이 뚫린 공허한 기분.
많은 추억의 기둥을 구성하는 우상들 중 한 명에 불과할지라도, 내가 젊음을 일구어 나가는 동안 그들의 살아가는 소식을 간간히 듣는 것으로 만족했었다. 그런데, 그들 중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했던 장국영이 자신에게 주어진 햇수도 채우지 못하고 세상에서 증발해버린 것이다. 과거의 기록물들은 그대로 남겼지만, 어쩐지 나의 추억들 중에 한 움큼을 떼내서 함께 가져가 버린 느낌이다.
--안형진 2003-04-03 02:58:38
초등학교 6학년 때인가, to you라는 노래가 있었어요. 장국영이 부렀죠. 아마 to you 쵸컬릿 광고 음악이었을 거에요. 아직도 외우고, 노래방 가서도 빼놓지 않고 부르는 곡이죠. 그 노래 외우느라 그 당시 영어 밑에다가 한글로 토 달아놓고, 그리고 중국어로도 외웠죠. 그런데 이 노래를 불렀던 이가 죽었다니... 기분이 묘하네요. 이제 그 음악을 흥얼거릴 때마다 좀 우울해 질 것 같아요. 장국영 펜은 아니었지만, 그 노래때문에 그가 생각날 것 같아서.. --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