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versity Phys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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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우리 누나는 대학 입학을 했다. 방학이 되어 집에 내려온 누나는 대학에서 쓰는 교과서 몇 권을 갖고 왔다. 모두 원서였는데, 근처에 대학을 다니는 사람이 없던 나는, 과연 대학의 (그것도 외국의) 교과서가 우리네 고등학교의 그것과 얼마나 다른 것인가 궁금했고, 누나 몰래 하나를 훔쳐보게 되었다. 제목이 UniversityPhysics였다(나중에 알고보니 이런 제목의 물리 개론 교과서는 수십권이 넘고, 또 대부분 파란 표지를 썼다). 잉크블루의 새파아란 표지에 사전 두께만 하고 크기는 마소잡지만했다. 신기했다. 이런 판형의 책을 거의 보지 못했던 나로서는.

그 날 내가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책을 스르르 넘겨보는데 총천연색 칼라에 그림이 여기 저기 있고 법칙이나 요약 등이 알기 쉽게 박스화 되어 있고, 다양한 글씨체가 마치 디자인 작품인 양 그 속에서 춤추고 있었다. (당시 내가 쓰던 물리 교과서는 국정 교과서로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 이게 대학 교과서라는 거구나. 나는 대학 교과서라면 당연히 우리 고등학교 교과서보다 더 지루하고 더 단조로울 것이라 생각했었다.

본격적인 놀라움은 사실 그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고전역학에 관련된 부분을 슬슬 읽고 있는데, 이런! 저런! 맙소사! 내가 평소 물리 교과서를 보고 수업을 들으면서 궁금해 하는 부분들이 모두 말끔히, 명쾌히, 이빨 사이에 뭐 빼내듯이 시원하게 설명되어 있는 것이었다. 뭐 그리 대단한 내용도 아니지만, 당시에 나로서는 엄청난 충격과 경이였다. 이해가 되었다!

그 책을 보고는, 한동안 한국의 교육 상황에 대해 정말 불만을 가졌다. 외국에서는 전부 이런 책으로 공부할 것만 같았다.

간혹 집에 내려가면 구석탱이에 누렇게 변해가는 이 잉크 색의 UniversityPhysics를 보며 한번 스윽 쓰다듬어 주면서 그 때의 떨림을 회상하곤 한다. --김창준

See also 추억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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