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자와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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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소녀의외출에서 열아홉 영자씨의 가슴아픈 사연은 교육관련 책에 종종 소개되는 미국소녀 지니(Gennie)를 떠올리게 한다. Gennie라는 한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는 1970년대에 미국의 한 중산층 가정의 다락방에서 발견되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외부와 단절된채 다락방에 갖혀서, 마치도 양계장의 닭처럼 넣어주는 먹이만 먹고 자라난 소녀이다. 그녀의 부모는 아마도 종교적인 이유로 그녀가 세상의 악에 물들까봐 두려워 세상으로부터 철저하게 그녀를 갈라놓은 모양이다. 외부 인사들에 의해 발견된 그녀는 체격도 정상이었고, 얼굴은 천사처럼 예뻤는데, 정신적인 성장은 유아와 다를게 없었으며, 짐승의 소리처럼 울부짖는 거 외엔 말을 전혀 하지 못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몇년간 그녀가 인간답게 성장하도록 돌보며 말을 가르치려 하였지만 결국 실패하였다.

쌍둥이 늑대소년 형제들의 실화도 있다. 밀림에서 아마도 짐승들에 의해 키워진 듯한 두 소년 형제가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끝내 문명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였고, 인간의 말도 배우지 못했으며,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차례차례 죽고 말았다.

이러한 사례는 인간의 행동발달 과정이나 언어습득과정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연구과제가 된다.

깊이 학문적으로 들어갈 것도 없다. 시골 할머니들은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까막눈이어도 인간의 행동발달과정에 대해서는 전문가 수준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가만히 드러누워 있다가고개를 가누고등밀이를 신나게 하다가 이리저리 뒤집다가배밀이를 하다가 --앉혀놓으면 제법 혼자 중심잡고 앉아있다가 -- 마침내 슬금슬금 네발로 기다가 -- 엉거주춤 서는 연습을 하다가 -- 마침내 아장아장 걷게된다. 그런데..이런 연쇄과정의 한두마디를 생략하는 아이들도 이따금 있다. 네발로 기는 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일어나 걷는 애들도 더러 있다. 성질 급한 요즘 엄마들은 우리 아이 운동의 천재가 되려나봐!!! 박수치고 좋아할 일인지 모르겠으나 옛 시골할머니들은 이런 일을 그리 반기지 않았다. 사람이 다 때가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기만성이라고, 조금 늦되는 아이들이 튼튼하다고 믿었다.

소아과 전문의에 따르면 행동발달과정의 일부를 건너뛰는것은 역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한다. 무언가 발달단계를 결핍하고 있다는 얘기다. 모든 개체는 그 종의 히스토리 전체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난자와 정자와의 결합에서 탄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곧 인간이란 종의 발전의 역사를 기록영화처럼 보여주는 셈이다.

미국소녀 지니는 또래의 다른 보통 인간의 아이들이 누려야할 발달과정 --예컨대 사람들과 교류하고, 대화와 감정을 교환하고, 교육을 받는 그 모든 과정이 결핍되었다. 그러니 겉모양만 사람일뿐, 진정 인간(Social Being)으로서 발달해야 할 어떤 단계도 거치지 못했다. 한국소녀 영자역시, 미국소녀 지니처럼 극단적인 예까지는 아니지만,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었고 밀림보다 험한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대처해야할 방어력을 전혀 익히지 못했다. 비극의 싹은 그녀의 아버지가 딸을 산골오지에 가둬놓은데서부터 이미 자라나고 있었다고 본다.

아..하지만 우리의 영자에게 아직 희망은 있다. 그녀는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종교인으로 거듭남으로써 치유하고, 극복하려 하고 있다. 인간의 행동발달은 진화 (evolution)의 단계를 밟지만, 인간의 정신능력은 때로 혁명적 발전(revolution)을 감행하기도 한다. 이세상에 낙원은 없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삶을 낙원으로 만들수는 있다. 영자는 어쩌면 자신의 삶 뿐만아니라 타인들의 삶까지도 치유하는 길을 가게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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