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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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대학에 들어간 94년 봄에 (죄송합니다, 나이도 어린게 이런 표현을 써서-_-;) 과 선배들을 따라가 얻어먹은 학관 1층 학생 백반의 가격은 700원이었다. 가격이 가격인지라 아무래도 식사가 부실해서 그랬는지 그 때는 학생 백반을 먹은 후엔 거의 항상 매점에서 커피 우유를 사 마시곤 했는데, 그게 250원이었으니 점심 한 끼 값으로 천원짜리 한 장을 쓰고도 오십원이 남는거였다. 내가 일학년 이학기인가 이학년 일학기인가에 그 가격이 올라 '학생 백반에 커피 우유'가 천원을 넘기자, 여럿이서 같이 밥을 먹은 후에 혼자서 커피 우유를 '쏘는' 것이 왠지 부담스러운 일이 됐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이후로 매년 식당 개혁이니 뭐니 설왕설래하다가 결국 일이백원씩 오른 학관 밥값은 이제 1300원이 되었다.

군대를 다녀와서 대학원에 복학한 2000년 여름부터 학교에 책상이 생긴 나는 연구실 사람들을 따라 학관 대신 공대 식당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공대 식당에선 밥값을 -- 94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 점심에는 2200원, 저녁에는 2500원을 받았다. 내가 군대에 있는 동안 BK 장학금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공대 식당에 가게 되었다고도 했고, 사실 학교에 하루 종일 있으면서 학관의 부실한 밥만 먹는 것이 마땅치 않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이제 나도 대학원생이니 이 정도 밥은 먹어줘야지'하고 생각하며 열심히 연구실과 공대 식당을 들락거렸다.

공대 식당은 '공무원 표준 양식'으로 지어진 낡은 건물에 있는데다가 인테리어라고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아서 한 눈에 보기에도 칙칙한 인상을 주는 그런 식당이다. 오래 다니다 보면 우울해질 것 같은 이 식당에는, 그래도 넓직한 유리창 밖으로 바로 보이는 관악산의 생생한 풍경을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다는 한 가지 장점이 있어 나 같은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마치 수수한 옷차림에 가려 보통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우리 동네 미인'의 모습을 혼자 보고 즐기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지금은 나뭇잎 하나 없는 나무들이 마치 소정(小亭)의 그림에서 막 튀어나온 듯 시커멓게 무더기지어 서 있는 겨울산이지만(그래도 그대로 아름답지만), 곧 봄이 오면 그때에도 칙칙하게 공부에 치여 공대 식당에서 밥을 먹더라도 산 곳곳을 점점이 하얗게 물들일 벚꽃 향기에 잠시 취해 볼 수 있을 것이며, 관악산의 가을 단풍이 그 조신한 아름다움을 슬며시 내비칠 때면 어느 한적한 오후에 늦은 점심을 거기서 먹으며 조용히 감상에 젖어 볼 수도 있으리라. 그럴 때 언제나 공대 식당 한 구석에 몇몇이 둘러앉아 기타 연습을 하곤 하는 알 수 없는 무리들 중에서 문득 아름다운 선율이 -- 작년 가을 어느날 정말 그랬던 것처럼 -- 흘러나오기라도 한다면!

공대 식당에는 가끔 참새가 날아들어와 바닥과 식탁에 흘려진 밥풀조각 같은 것들을 쪼아 먹곤 한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테이블이 있으면 그 위로 뛰어 올라가 돌아다니기도 한다. 육중하고 칙칙한 건물 안을 폴짝폴짝 뛰어 다니는 작은 살아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기쁘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런 작은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구내식당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곳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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