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미지)을 듣기. (혹은 이와 같은 감각 전이/변환)
과거 대중가수였고 이제는 명상음악가로 더 알려진 김도향씨가 며칠전 KBS에서 특강을 했다. 어떻게 건강해질까, 어떻게 행복해질까 하는 내용이었는데, 강의 중 그림듣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CM송에 대한 대가다. 요즘에도 판매되는 상품으로 "스크류바"라는 아이스크림의 CM송이 있다. "이상하게 생겼네 XX 스크류바 비잉 비잉 꼬였네 들쑥날쑥해 사과맛 딸기맛 좋아좋아 맛있는 얼음과자 XX 스크류바". 이 노래를 들으면 그의 천재성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노래를 5000곡도 넘게 작곡했단다. 한창 때에는 모든 것이 CM송으로 들렸단다. 자기랑 대화를 하는 사람의 말도 CM송으로 들렸다고 한다. (영화 아마데우스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이런 조언을 해준다고 한다.
"그림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화가들은 또 소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모든 감각은 나중에는 결국 하나가 된다는 말을 했다.
국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판토마임 배우(이름은 기억 안남)에 대한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는 시골에 학교를 만들어 놓고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독특한 수업이 있었다. 물건의 느낌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비닐 봉지를 막 구겨놓고는 그걸 몸으로 표현하게 하는 식이다. (연극 수업에도 이 비슷한 것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음)
미국에서 "전문가 시스템"에 한창 열을 올릴 때에 과연 전문가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하는 인지심리학(CognitivePsychology)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고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 때 밝혀진 것 중 하나가 전문가는 초보자에 비해 문제해결시 "비유"(analogy)를 아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떤 지식 K가 A라는 영역에만 적용되고, 내가 하고 있는 B라는 영역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A와 B의 위상공간을 겹쳐놓아 봅니다. 그러면 K와 같은 위상이 분명 B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주로 K의 의도와 동기, 하층구조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면 이런 "비유"가 쉽습니다.
재미있게도, 이런 비유에 의해 A 공간과 B 공간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K에 대해 내가 전혀 모르던 새로운(정말 "아하 경험"이라고 할만한) 내용을 깨닫기도 합니다. 비유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머리 속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조합 시도가 일어나고, 그 때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이런 훈련이 평소에 되어 있으면 문제 해결시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비유를 잘하는 사람은 좀 더 촘촘한 지식 네트워크를 갖고 있습니다. DegreeOfWikiness 가 높은 것이겠죠.
내가 기존에 가진 지식과 새로 들어온 지식을 계속 링크 거는 것, 이것이 제가 공부하는 주요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비근한 예를 들자면, 저는 "내 방에 있어 위키는 무엇일까"하는 화두를 늘 갖고 다닙니다. 이것이 위키는 물론 제 방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비유"를 감각간에 적용한 것이 그림듣기입니다. 프로그래머들 중엔 코드를 맡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감각 전이/변환 훈련은 훌륭한 몸 공부요 감각 공부가 되는 것 같습니다.
--김창준
나는빠리의택시운전사의 한장면이 기억나네요. 이건 들으며그리기 이군요. --홍차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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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은 얘기를 해주었던 화가 선생님이 있었단다. 프랑스에서 국제 아동그림대회가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학생대표가 참가하게 되었단다. 으레 어느 경치 좋은 들에서 그림대회가 열릴줄 알았는데 웬걸, 어느 큰 강당이었다는 것이었어. 석고 데쌩을 하려나 보다 생각한 이 학생은 강당 안을 휘둘러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석고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지. 다만 음악소리만 크게 들리더라는 거야. 이 한국 학생은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는데 옆의 학생들은 무엇인가를 열심히 그리더라는 것이었지. 결국 이 한국 학생은 붓에 손도 못 댄 채 대회장을 나오면서 엉엉 울었다는 얘기였어. 그 학생은 드뷔시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라는 그 그림대회의 뜻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었지.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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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은 얘기를 해주었던 화가 선생님이 있었단다. 프랑스에서 국제 아동그림대회가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학생대표가 참가하게 되었단다. 으레 어느 경치 좋은 들에서 그림대회가 열릴줄 알았는데 웬걸, 어느 큰 강당이었다는 것이었어. 석고 데쌩을 하려나 보다 생각한 이 학생은 강당 안을 휘둘러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석고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지. 다만 음악소리만 크게 들리더라는 거야. 이 한국 학생은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는데 옆의 학생들은 무엇인가를 열심히 그리더라는 것이었지. 결국 이 한국 학생은 붓에 손도 못 댄 채 대회장을 나오면서 엉엉 울었다는 얘기였어. 그 학생은 드뷔시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라는 그 그림대회의 뜻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었지.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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