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
순간의 詩가 있는 순간의 그 자체로의 세계
─
- with
김범수 - 보고싶다.
─ 귤현역
택시를 타고 돌아오다가,
요금에 놀라, 전철을 타고 가야겠단 생각으로,
값을 지불하고 귤현역에서 내려,
기분 나쁜 눈빛으로 퉁명스런 말을 하는 사가지 없는 역무원에게
600원 짜리 부평행 표를 끊고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나오는 역 안을 이리 저리 휘돌다,
문득 아주 생소하고 신기한 즐거움으로 어지러히 공간을 휘저으며
혼자라고, 혼자라고 노래도 따라 부르고, 뛰고, 쉬다가,
어느새 마중 나온 그 커다란 기계를 나 홀로 타니,
퍽도 신기하단 기분을 느끼며 그 횡횡한 기계 안을 이리 저리 둘러보다,
10분 후에 출발한다는 역무원의 방송을 듣고는
꼬리 쪽에 자리를 홀로 잡고서,
나 와 같은 홀로의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다, 5분, 10분 지나도 사람이 오질 않자,
절실히 " 아. 사람이 보고싶다 " 느끼고는
몸매 좋은 아가씨는 아니더라도 제발 사탕 빠는 꼬마라도,
인상 무서운 깍두기 아저씨라도, 허리 꼬부라진 할머니라도, ,
나와 같은 홀로의 사람아 제발 나타나 달라고 기도하는 순간 기계 문 닫히고 떠나버리는
그 순간에,
아.
나는 철저하게 외로운 사람이였구나.
문득 아주 생소한 슬픔으로......
그 큰 귤현을 홀로 보내다
─김필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