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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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뇌종양' 이라 지칭하나, 발병 부위에 따라 그 종류도 다양하다. 흔치 않은 질병이기에 본인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좋겠거니와 혹 노스모키안 중에 겪어보신 분이 계시면 경험을 공유해주셨으면 한다. --Astro


1. Astro의 경우 (두개인두종)

1.1. 첫번째 조짐

돌이켜보면 이 질병의 조짐은 지난 2003년 여름경에 나타났던 것 같다. 한여름 모기에 물렸었는데, 좀처럼 그 상처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 때는 자취하느라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러려니 했다. 헌데, 이것이 해를 넘기도록 제대로 아물지 않고 오히려 크기 3,4센티미터 가량의 타원상 병반으로 크게 곪아버린 것이다. 이미 12월 말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온 지 한두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오랜만에 군대 의무병 정신을 발휘하여 빨간약(포비돈 요오드)과 과산화수소 등 소독부속들을 사다가 상처를 누벼가며 모질게 소독해서리 2004년 2월에서야 제대로 아물릴 수 있었다. 그 후에도 잠깐잠깐씩 긁힌다든가 멍드는 상처도 잘 낫지 않아 왜 이런가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냥 대수롭게 넘겼다...

1.2. 두번째 조짐

대학 새내기시절에는 이틀밤을 새도 머리가 아프기는 커녕 대여섯시간 자고 일어나면 멀쩡하던 몸이었다. 그러던 것이 왠지 몸이 피곤하고, 때로 두통까지 있어 가끔 펜잘등을 찾는 일이 생겼다. 위궤양의 조짐이 있어 2004년에는 술도 거의 입에 대지 않았었는데... 이상하다 싶었지만, 학교까지 지하철로 편도 1시간 거리라 통학하는 것이 힘든가부다 싶어 또 그냥 넘겼다.

1.3. 세번째 조짐

병을 발견하게 된 가장 확실한 조짐이다. 2004년 6월 8일. 이날은 금성의 태양면 통과가 있는 날이어서 과내 소모임에서 작은 행사를 했었다. 거기 도우미로 잠깐 갔던 적이 있다. 이날 이후 시야에 뭔가 걸리는 게 생겼다. 시야 중앙이 허옇게 뭔가 낀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행사 때 도우미로 나갔다가 망원경으로 햇빛을 잠깐 본 탓일거야... 좀 있으면 나아지겠지... 싶었지만, 이건 한달이 가도 두 달이 가도.. 영 나아지는 것 같지가 않았다.

1.4. 발견

그래서 처음 찾아간 병원이 신촌 역 근처 안과였다. 그때가 작년 10월 초. 처음 거기선 안약을 하나 주고 일주일동안 투약한 후 경과를 보자고 했다. 아마 눈 자체의 질병으로 추측한 듯 했다.
일주일 후. 전혀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번엔 시야검사라는걸 해 보기로 했다. 결과는 황당했다. 양쪽 눈 다 시야를 반으로 갈라 바깥쪽 반이 거멓게 나온 것이다. 왼쪽 눈은 시야의 왼쪽 반이, 오른쪽 눈은 시야의 오른쪽 반이....
의사는 안과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과의 문제같으니 큰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해 보라고 하며 진료의뢰서를 써 주었다. 진료 의뢰서에는 '하수체종양 의심' 이라고 영문으로 쓰여 있었다.

더 큰 병원의 안과로 찾아가 다시 시야검사를 하고, 시력검사도 받았다. 이때 받은 개인적인 감상. 이 병원 안과는 정말 급하지 않다면 절대 가지 말 것. 다른 안과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곳은 필요없는 검사를 올 때마다 시키는 데다가 사람 정말 피곤하게 만드는 곳이다. 게다가 한 것도 없는데 (아, 그거요? 여기 말고 신경외과로 가세요. 끝) 돈은 꼬박꼬박 다 받는다. 몇천원일 망정.....
암튼, 문제는 그게 아니고.... 안과를 지나 신경과로 갔다. MRI 날짜를 예약하고서... 신경과 의사는 눈의 문제가 아닌데 왜 MRI 대상을 이렇게 잡았나며 찍을 곳을 수정했다. (그 과정에서 MRI 비용도 10만원가량 싸졌다. 역시 안과..ㅡㅡ; ) 시력검사 결과 눈 자체에는 이상이 없었으니까... MRI를 다시 예약하고.. 일주일 후 찍고, 그리곤 먼저 안과로 갔다. 안과에선 눈엔 문제가 없으니 더이상 이쪽으로 올 필요 없다며 서류를 주곤 신경과로 가라 했다. (그 한마디 들으려고 시력검사를 다시 받았다...대체 왜 시력검사를 받냐고...)
신경과에선 촬영지를 보더니 약 2.5센티미터 가량 되는 커다란 혹이 머리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며 내게도 그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 본 종양. 끝내주게 황당한 모습이었다. 문외한인 내가 얼핏 봐서도 수술하기 힘든 곳에 박혀 있는(머리 정중앙이니까... 대뇌 바로 밑.)...
신경과 의사는... 이건 약물같은 걸로 치료될 수 없는, 자기 분야 외의 것이니까 신경외과로 가보라 했다.

1.5. 잠깐 쉬어가기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인진 모르겠지만, 이 병원은 건물 자체도 복잡할 뿐더러 원무과-돈내는 곳-도 엄청 많았다.(복잡하니까 여러곳에 생겼는지도..) 안과 원무과를 거쳐 안과에 들린 후, 신경과 접수처에 갔다가, 원무과에서 진찰비 수납하고, 다시 신경과로 가서 진료보고 거기서 다시 신경외과 접수처로 갔다가, 거기서 준 쪽지를 들고 원무과에 가서 신경외과 진찰비를 수납한 후 신경외과로 다시 간다.... 물론 번호표 뽑고 대기한 시간은 제외한 절차다... 외래진료를 가면 정작 의사얼굴 보는 시간보다 저렇게 잡다하게 오가고, 기다리는 시간이 7,80%는 되는 듯 하다. 병원에 오면 왜 그리 아픈 사람이 많은지... 의사얼굴 몇마디 듣고 그렇게 몇분 있으려고 반나절을 갖다바쳐야 하는.... 그렇게 오가다 보면 재택진료(화상진료)의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병원 신세를 한동안 지게 되면서 정말 불합리하다고 느꼈던 점은 바로 선택 진료... 란 놈이다. 원래는 환자에게 더 나은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던 이 제도는 환자에게 더 많은 돈을 뜯어내기 위한 제도로 변질되었다.
의사 친척을 두고 있거나, 선천적으로 병원을 제집 드나들듯 하던 사람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원과는 조금 거리가 먼 생활을 하게 마련이다. 때문에 어딘가 갑자기 아프게 되면 누가 신참인지, 누가 베테랑인지 모른 채로 생판 남인 의사에게 자신의 몸을 맡겨야 한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의사 경력이 일정기간이 넘고 어느 정도 실적이 있는 의사들을 선정하여 환자에게 선택하도록 한 것이 선택 진료 라는 제도다. 물론 그만큼 경력이 있는 의사이므로 이 선택진료 의사에게 진찰 및 치료를 받을 경우 일정 비율의 돈을 더 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수술을 받은 신경외과에는 그 선택진료 의사 외에 일반진료 의사가 없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의사를 선택했던 안했던 상관 없이 신경외과에는 선택진료의사밖에 없으니까 내가 받는 진료는 선택진료이며 따라서 나는 그에 따른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난 선택한 적도 없는데 돈을 더 내라니. 선택의 여지도 주지 않고 무조건. 그에 대한 간호사의 해명은 이랬다. 신경외과는 특수한 분야라서 선택진료 의사밖에 없다. 그러니까 환자는 진료시 선택진료에 해당하는 비용을 내야 한다는 거다. 혹시 이게 당연한 해명이라고 생각되시는 분은 내게 다시 설명을 해 주시기 바란다. 나는 납득할 수 없었지만, '환자'라는 입장이니까 억지로 납득한 척이라도 하고 진료를 받아야 했다.

내일 또 쓰겠습니다. 혹시 노스모크에 이런 얘기는 맞지 않는다.. 프리필로 옮겨달라... 고 하신다면 옮기겠습니다. --Astro
뇌종양치료기라는 제목은? 가 어떨까요?

1.6. 선택진료

{{|내가 수술을 받은 신경외과에는 그 선택진료 의사 외에 일반진료 의사가 없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의사를 선택했던 안했던 상관 없이 신경외과에는 선택진료의사밖에 없으니까 내가 받는 진료는 선택진료이며 따라서 나는 그에 따른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난 선택한 적도 없는데 돈을 더 내라니. 선택의 여지도 주지 않고 무조건. 그에 대한 간호사의 해명은 이랬다. 신경외과는 특수한 분야라서 선택진료 의사밖에 없다. 그러니까 환자는 진료시 선택진료에 해당하는 비용을 내야 한다는 거다. 혹시 이게 당연한 해명이라고 생각되시는 분은 내게 다시 설명을 해 주시기 바란다. 나는 납득할 수 없었지만, '환자'라는 입장이니까 억지로 납득한 척이라도 하고 진료를 받아야 했다.|}}
hey: 내용이 좀 진전되고 나면 제목이 어울리지 않게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런데, 그 병원 어딘가요? 알아야 우리도 피해다니죠.

Astro: 문제는 그런 문제가 그 병원에 한한 것이 아니라 모든 병원에 해당된다는 겁니다. 선택진료의 경우 진찰비의 15%, 수술비의 100%, 검사비의 50%등의 할증이 붙습니다. 그게 또 제대로 쓰이면 모르겠는데, 의사들의 회식비로 쓰이고 만다는 군요. 그와 관련해서 작년에는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들이 데모도 했었습니다. 선택 진료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의료계에서도 이에 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http]관련기사검색

1.7. 치료

10월 초. 처음 안과를 가기 시작한 이후로 한달이 넘게 흘렀다. 신경외과 전문의와 마주앉아 내 머릿속에 틀어박힌 종양의 사진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두개인두종. 그것이 내 정식 병명이었다. 지름 2.5센티. 대여섯개의 혹덩어리가 포도송이처럼 뭉쳐있는 형태. 대부분의 의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모양, 위치를 갖고 있는 매우 까다로운 종양. 수술 성공확률 열에 여덟아홉, 성공한 이후에도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열에 한둘. 그리고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깨어난다 해도 수술시 수술 경로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뇌하수체를 제거해야 하기에 필연적으로 찾아오게 되는 호르몬 부족으로 인한 후유증.
그런 설명을 듣고 나서 의사는 수술 여부를 생각해 보고 다시 오라고 했다. 그만큼 위험 요소가 있는 수술이니까..
황당하기도 했고, 지금까지 시력 외에 큰 문제도 없었던 데다가, 또 호르몬 수치도 정상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놔두더라도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지금보다 눈이 더 안 좋아지면, 그 때 가서 수술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 상태가 더 나빠진 후에 수술 받으면 더 힘들게 수술해야 한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저런 설명들을 다 듣고나서 누군들 쉽게 결정할 수 있으랴...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내가 만난 의사는 이쪽 분야에서 꽤 유명한 분이었다. 그런 걸 미리 알았다면 수술시 조금쯤 안심했을 지도.)
결국 한달여의 고민끝에 수술을 하기로 하고 날짜를 잡았다. 새해, 2005년 1월 13일.
수술 이틀 전. 생전 처음 병원이란 데 입원해서 여러가지 검사를 받고, 수술 준비를 했다. 나야 가만 있었을 뿐이고, 수술 준비를 한 건 의료진들이었지만... 관장을 한다, 코털을 깎는다.(수술은 콧구멍을 통해 들어가 종양을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거기에 수술 8시간 전 금식...
수술은 10시간 40분이 걸린 대수술이었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고 했다. 이후 5일에 걸친 중환자실 생활동안 기억나는 건 그 기간 내내 먹었던 죽과, 코를 찌르는 항생제냄새. 그리고 말 그대로 찢어지는 듯 아팠던 머리.(종양 제거 자체가 머리 내부를 찢어놓은 것이니..) 더하여 쉴 새 없이 먹어댄 물과, 먹는 동시에 방광과 연결된 호스를 통해 먹은 만큼 나오던 소변.
뇌하수체 기능 정지로 인한 요붕증이었다.

1.8. 이후 경과

일반병실로 옮긴 후 20일쯤 더 병원신세를 졌다. 두통은 일주일 가량 계속되었으며, 그 이후의 입원기간은 소변량, 전해질수치, 간 수치등의 조절로 길어진 것이었다.
퇴원할 때 내게 주어진 것은 마치 마약환자처럼 양 팔에 수없이 남은 주사바늘자국과 평생 매일 네번씩 먹어야 하는 약들. 그리고 전보다 더 나빠진 시력이었다. (종양이 시신경에 너무 단단히 붙어 있어, 떼어내는 와중에 시신경의 혈관을 몇개 건드렸다고 했다.)

아직 뇌종양의 발병에는 특별하게 밝혀진 원인이 없다. 다만 10세 전후, 그리고 20대 중반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두 기간에 걸쳐 자주 발병되는 것은 보고된다고 한다. 내가 걸린 두개인두종의 경우는 그런 뇌종양 발병자 중에서도 한자릿수 퍼센티지를 차지하는 꽤 드문 병이다.

수술 경과는 어떠하신지요 ? --무신

퇴원이후 넘치는 식욕으로 체중이 꽤 많이 불었고, 그 덕에 일년쯤 지나선 고지혈증약을 추가로 복용하게 되었습니다. 뇌하수체가 제거되었으니, 수술 직후부터 지금까지 호르몬 약도 계속 먹어왔지요. 면역력 저하, 감정 기복이 심해진 것, 체력 저하 등의 일이 있었습니다. 체럭은 3년 정도 지나는 동안 많이 회복된 것 같군요. 가장 불편한 것은 아무래도 요붕증입니다. 물을 많이 마시고 -많을 때는 하루 10리터 이상- 또 소변 역시 많이 봅니다. 현재(2008년) 물 섭취량은 많을 때의 반 정도(5리터)로 줄었지만, 여전히 좀 많은 편이긴 합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확실히 내분비 장애도 몇몇 선진국들의 경우처럼, 신체적 장애에 못지 않은 장애로 인정해줘야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As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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