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가되고마는선배들의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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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논문을 찍어낼 때 보통 학교 앞 복사집 혹은 소규모 인쇄소와 계약을 하는데, 50부 단위로 계약이 된다. 50부라고 하면 상당히 많을 것 같지만, 국내의 관행상 같은 연구실 동료를 비롯해서 교수님들, 읽어보지 않을 걸 뻔히 아는 다른 연구실 친구들 및 선배들, 기타 읽어봐도 십중팔구는 이해 못할 친척 친지들 모두에게 한권씩 논문을 돌리게 되기 때문에 50부가지곤 턱도 없다. 그래서 보통은 100부를 주문한다.

아는 사람에게 다 돌린 후 남은 논문은 회사 응시할 때 등을 위해 몇 권을 보관하고, 대학에 의무적으로 내야하는 논문 제껴두어도, (사람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보통 30부 이상씩 남는다. 이런 논문들은 '연구실에 들어오는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라는 명목으로 연구실에 비치하게 된다.

연구실에 보면 같은 논문들이 그러지 않아도 부족한 책장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게된다. 이렇게 많이 찍어야하나?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졸업하는 사람들의 논문을 받을때마다 이거 내가 보기나 할까하는 생각들.. 물론 못받으면 서운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내가 졸업할때는 인쇄할 수 있는 최소량이라는 30부만 찍으리라.. 학교에 8부내고 연구실에 한3부정도, 그리고 집에 2부, 나머진 어떻게 되겠지... --AEBass


1. 논문의 용도 1 : 베개


후배들은 이들 논문을 정말 잘 이용한다. 여름철 더운 한 낮, 혹은 긴긴 겨울밤 술 한잔 걸치고 차 끊겨서 갈 곳 없어 학교 연구실에서 자야할 때, 선배들의 논문은 좋은 베개가 되고야 만다. 사실 논문을 자기 취향에 맞춰 겹쳐 쌓아놓으면 그만큼 좋은 베개도 없다. 팁을 살짤 공개하자면.. 바로 누울땐 두세권, 모로 누울땐 다섯권 정도가 적당하다.

내 석사논문도 지금쯤 베개가 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설령 베개가 되어서라도 후학들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나도 한없이 기쁘겠다. 하지만, 자다가 논문에 침은 흘리지 말길 기원한다. --Pion

2. 논문의 용도 2 : 직각자

그 공학논문들을, 정말 공학적인 용도에 쓰는 경우도 있다. 실험을 위해 frame 을 짤 때, 마땅한 직각자가 손에 닿는 것이 없으면 논문을 가져와서 귀퉁이에 대고 직각을 잰다. 이 논문을 쓰기 위해 나처럼 고생한 선배들의 노고에 또 한번 감사드리면서.


3. 논문의 용도 3 : 냄비받침 혹은 컵라면 덮개


귀한 논문을 어찌 베게나 직각자로만 쓰리오. 우리의 민생고 해결하는데 있어 매우 귀중한 도구(tool)로도 사용하나니, 옛날에 대학 신문사에 굴러다니던 꺼먼표지의 논문들은 한겨울 석유난로에 올려놓고 끓여먹던 라면냄비의 받침으로도 아~쭈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신성한 책상을 태우면 안되니깐. ;)

하드카바 논문을 찌개받침으로 쓰는 분이 또 있군요. 이번에 하나 더 받기로 했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면적이 커서 좁은 밥상을 너무 많이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4. 논문의 용도 4 : 이면지


논문을 항상 단면에만 인쇄하는 것에는 이면지를 활용하라는 선인들의 뜻이 담겨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뒤면에 아예 오목판이나 야설등을 넣는것도 좋을것 같더군요. --asiawide

5. 논문의 용도 5 : 마우스패드


코팅을 하지 않은 석사논문은 볼마우스용 마우스패드로 최고다.

6. 논문의 용도 6 : 책장받침대


논문의 하드커버는 찢어서 책장의 기울기를 조절하는 받침대로도 종종 쓰이곤 한다. yoonseok
yoonseok 님의 논문은 여러번 읽고 있습니다. 지금 봐도 아주 재미있어요 =) jacopast
논문을 받은자의 예의는 그것이 세상에 공개되지 않도록 될 수 있는 한 깊이 파묻거나, 소각하는 것이다. =) yoonseok
하지만 전 남잘되는 꼴은 못봐요 ^^ jacopast
노트북 밑에 깔아서 방열판으로 쓰일 수도 있겠군요. 제 노트북은 유난히 열이 많습니다. --PuzzletChung

7. 논문의 용도 7 : 모니터 받침대


모니터가 너무 낮으면 자세가 나빠져서 목, 등, 허리에 무리가 오기 쉽다. 모니터 아래에 논문들을 차곡차곡 개어서 모니터의 높낮이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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