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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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원 --김기택

(후반부)

그는 하루 종일 손익 관리 대장 대장경(損益管理臺帳大藏經)과
자금 수지 심경(資金收支心經)속의 숫자를 읊으며
철저히 고행 업무 속에만 음둔하였다고 한다.
종소리 북소리 목탁소리로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에다 자금 현황 매출 원가 영업 이익 재고 자산 부실 채권 등등을
청아하고 구성지게 염불했다고 한다.
끝없는 수행 정진으로 머리는 점점 빠지고 배는 부풀고
커다란 머리와 몸집에 비해 팔다리는 턱없이 가늘어졌으며
오랜 음지의 수행으로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그는 매일 상사에게 굽실굽실 108배를 올렸다고 한다.
수행에 너무 지극하게 정진한 나머지
전화를 걸다가 전화기 버튼 대신 계산기를 누르기도 했으며
귀가하다가 지하철 개찰구에 승차권 대신 열쇠를 밀어넣었다고 한다.
이미 습관이 모든 행동과 사고를 대신할 만큼
깊은 경지에 들어갔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30년간의 장좌불립(長座不立)'이라고 불렀다 한다.
그리 부르든 말든 그는 전혀 상관치 않고 묵언으로 일관했으며
다만 혹독하다면 혹독할 이 수행을
외부 압력에 의해 끝까지 마치지 못할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나마 지금껏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의 통장으로는 매달 적은 대로 시주가 들어왔고
시주는 채워지기 무섭게 속가의 살림에 흔적없이 스며들었으나
혹시 남는지 역시 모자라는지 한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의자 고행에만 더욱 용맹정진했다고 한다.
그의 책상아래에는 여전히 다리가 여섰이었고
둘은 그의 다리, 넷은 의자 다리였지만
어느 둘이 그의 다리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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