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에 있을 때였다. 우리 학급을 지휘하던 교관은 모중사였다. 이름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별명만은 잊지 않고 있다. 아니 영원히 잊지 못하지 싶다.
그 분의 별명은 얼레중사였다. 그 별명의 연원은 이러하다. 뭔가 예상치 못한, 혹은 불쾌한 상황에 직면하면 그이는 "얼레~?"를 외친다. 차렷, 경례를 했는데 "단결" 소리가 작으면 "얼레~?"가 나온다. "야 너 어디서 왔어(출신을 묻는 것임)?"라는 질문에 "네, 화장실에서 왔습니다"라는 대답을 하면 역시 "얼레~?"를 들을 수 있다. 그 이후에는 희극과 비극의 절묘한 교차시점이 일정 시간 지속된다(사병들은 이때 가슴을 졸이면서 그이의 얼굴을 면밀히 관찰한다). 아차하면 얻어 터지거나 단체 기합을 받는 것이고, 얼쑤 운이 좋으면 "하하하"하고 즐겁게 넘어가는 것이다.
"얼레"라는 소리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무렵 우리에겐 잊지못할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의 도화선은 정확히 기억나질 않는다. 하여튼 뭔가 상당히 예외적이고 돌발적이며 불쾌한 액션을 한 사병이 취했다 -- 아마 우리가 본 이례로 가장 예외적인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를 본 얼레중사. 우리는 당연히 "얼레~"를 기대하며 마음속으로 그이의 리듬과 톤에 맞춰 한번씩 "얼레~"를 불러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는 "얼라리요~?"를 외쳤던 것이다. 이 순간, 그 다음 스토리가 희극인지 비극인지 조심스래 관찰한 생각은 안전에 없고 모두 배가 째져라 파안대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종국에 우리 모두 얻어터졌는지, 아님 군장을 돌았는지, 혹 그냥 넘어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때 얼레중사로부터 코메디의 기본을 배웠다. 그것은 반복과 반전, 규칙과 예외가 만드는 리듬에서 온다.
--김창준
그래서 유월씨가 맨날 썰렁한 개그만 하는 거에요! 으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