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ura T-il De La Neige A Noel? (1996)
2001.11.19 저도 유성우를 보고싶어 베란다를 기웃거려도, 역시 서울한복판에선 잘 안보이네요... 1998년 이맘때도 유성우가 쏟아지는 우주쇼가 있었더랬습니다. 그 무렵 영화 동호회에 올렸던 글이 이참에 생각나서 옮깁니다. 중간에 유성우를 보러 친구들과 밖으로 나갔던 추억담이 잠깐 등장하거든요. 아, 소개한 이 영화도 참 좋습니다. 비디오로 나와있어요.원래 영화와 비디오 출시명에는 끝에 물음표? 가 붙어있는데, 특수문자를 안붙이는 페이지이름 원칙에 의해 페이지 제목에서는 물음표를 뺐습니다. --Felix
밑의 글처럼 삽화는 약간 과장이지 싶네요. 그래도 많이 봤네요. 50개는 넘게 본 것 같아요. 흠. 20개 이후로 세어보지 않아서...; 초록빛 섬광이 선명한 것도 있었고, 흐릿한 것도 있었고..순간이라 소원은 제대로 빌지 못했어요. 처음엔 20분이나 기다린 후여서 빌었지만요. 아름답다는 생각.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 생각이 떠오른 것 말고는..내년에도 볼 수 있다면 Felix님도 꼭 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아!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눈이 왔으면 좋겠어요.(작년에 이브날 왔던가요? 기억이 가물가물..) 올해는 오랜만에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싶거든요.; 잘 뭉쳐지는 눈이 왔으면 좋겠어요. --lovel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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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보러 종로에 나갔다가 일행이 권해서 보게된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표를 사놓고 기다리는 동안 미심쩍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미리 섣부른 기대는 꺼놓기로 결심했었다. 사전정보는 없었지만 제목이나 포스터로 보아 애들이 우르르 나오며, 어려운 상황에서 희망을 그리는 내용일듯 한데 프랑스 영화라... 일단 스필버그식의 과자냄새나는 잔재미는 기대 안해야겠고, 큰 기복이 없을 이야기전개쯤은 각오해야겠고 유럽영화에서 간혹 그렇듯 뜨악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해댈지도 모르고. 아이들이 역경을 견디는 이야기는 보는 이의 상황에 따라 위로와 즐거움이기보다는 안쓰러움과 피로를 가중시키기도 하건만. 더구나 3주전에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고나서는, 내 뇌리를 계속해서 맴도는 사막의 잔상위에 다른화면을 얹고싶지않아서 극장출입을 자제해오던 터였는데...이제 그 잔상위에 남프랑스의 흙더미가 얹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일한다.시작서부터 펼쳐지는 여름날의 밭뙈기위에서, 갓난아기인 막내를 제외한 모든아이들이 뭐든간에, 화면을 채우면서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일하고,일한다. 식사시간은 형제가 많은 집들이 의례 그렇듯이 전투적 분위기를 풍기고,어머니는 밭일과 애들 뒤치닥거리에다 애들 아버지의 요구에도 부응하랴 한시도 쉴틈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가감이 없이,그러니까 지나치게 감상적이지도 않으면서 다큐멘터리찍듯 삭막하지도 않게, 화면은 시종일관 이들 가족의 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구경하듯 담아내고 있다. 안일하게 일종의 즐거움,위로등을 얻지못할까봐 미심쩍어하며 극장에 온 내게 이 등장인물들의 계속되는 노동(정말이지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갓난아기만 빼고 누구나, 언제나 땀흘리며 일을 하고 있다.뭔가를 따거나, 다듬거나, 나르거나 하다못해 애라도 돌보고/ 가끔 자기네들끼리 뭔가를 하며 놀기도 하는데, 이것도 너무 틈틈이 놀아서...놀고있다는 느낌은 들지않는다.이집에는 그러니까,빈둥거리는 사람이 없다.)은 예상치못한 일말의 감동과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누가 한 말이더라.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 얘네들 식사장면즈음에서 이 말까지 생각나면서...
양배추와 토마토를 따고 흙먼지속에서 상자를 나르고 무우를 다듬는 아이들의 영상앞에 소위 `작업'을 한답시고 문화적 담론이니 예술의 사회적 요구이니 읊조리며 손끝과 머리로 살아가는 내 모습을 비추며,안일한 나의일상을 반성하고 있었다.(얼마나 오래갈지..그 염려에서 이 글을 쓰고있다)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에 나오는 아이들이 그 힘듦을 도처에 발산하느냐하면 그도 아니다.엄마의 표현대로 `심장에 돌이 박힌'아버지의 처사에 가끔씩 불만을 터뜨리는 것과 끊임없이 엄마손길을 그리워하는 것을 빼고는 아이들은 덤덤하다.(바로 이점이 나를 반성으로 이끈다.자기연민에 빠진 주인공들은 관객을 계도시키기 힘든 법.)
끊임없이 일하는 어린아이들이 안쓰러워 가을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서둘러 가방을 메어주고 학교로 내보내는 엄마는 올망졸망한 애들 등뒤로 외친다. '학교가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는 낫단다!' 바람 잘 날 없는 나날들 속에서도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반짝거리고,이윽고 겨울이 다가오면서는 아이들은 좀처럼 남프랑스에는 오지않는 '눈'을 기다리는데 -
영화속에서 참고 지내다가 급기야 마음속에서 절망의 심연을 느끼게된 어머니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직접 보시길...) 신에게 일종의 패배선언을 하고자 조용히 무서운 일을 꾸몄다가 일시에 거두게끔 만든 현상이 `눈'이다.(그러니까 체리향기보다 강력했던 `눈'!)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지난 주에 있었던 '별똥별 소동'을 떠올릴 수 있었는데 ...
지난 주 수요일 새벽에 나를 비롯한 친구 8 ~9명은 분당의 한 후배 작업실에 옹기종기 모여 몇시간 후에 있을 '유성우'현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70년에 한번 온다는 우주쇼를 같이보기위해 그 전날부터 수소문,더 멀리는 못가고 그래도 분당이 서울보다는 하늘이 맑고 별이 잘 보이지 않겠느냐..는 판단하에 모였던 것이다.새벽 3시경에 육교옆 언덕배기로 우르르 달려간 우리는,몇명은 중무장을 하고 누워서-(나도 그중 하나였다는...-_-;;) 1시간 반을 하늘에 시선을 꽂고 떨어지는 유성을 관전하는 쇼를 벌였는데, 애초의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매스컴의 과대광고로 정말 비처럼 쏟아질 줄 알았던 우리...) 태어나서 한번에 가장 많은 유성을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기회였음엔 틀림이 없었다...
<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 - 일 해야겠다.
# 보기전에
# 일 하는 아이들
# 눈,그리고 유성을 보던날의 이야기 -잠깐 삼천포...
그날 우리는, 평소에는 거의 하지않고 지낼만한 낭만적인 대사들을 같이 별이 떨어지는 것을 관조하면서 읊조리기도 했고, 잠시나마 실로 어마어마한 우주공간의 스케일을 가늠해보며 조악한 일상을 잊고자 했다. 또 저마다 품은 소원을 비느라고 혈안(...)이 되어있었던 시간이기도 했고- (덕분에 그후 이틀을 누워 앓는 바람에 가족들로부터 '것봐라,나이가 몇인데..'등의 비웃음을 살수밖에 없었음)
떨어지는 별의 순간적이나마 아름다운 자취, 밤에 슬며시 내리는 눈...이런류의 자연현상들은 애초에 우리힘으로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말하자면 삶속에서 '선물'처럼 자연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우연의 순간인것이다. (누군가의 말-은총은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이라는..) 매일같이 나,또는 타인이 행한 일들의 추이와 결과를 눈앞에 확인하며 살아가야하는 우리는(이런 것을 다르게 일컬어 '존재의 실존적 한계'라고도 한다나...이 문구에 새삼 철학적의미를 붙이지 않고 글자 그대로 써서) 정말 생활속에서 '한계'와 염증을 느낄때, 나로 하여금 다른 차원을 엿보게 하는 '징후'나 '전조'를 무의식적으로 갈망한다. 그것은 억지로 우리가 만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므로 '때가 차기'를 기다리거나 발원할 수 밖에... 그리고 그것을 만나는 순간, 우리는 평소 우리를 둘러싸고있는 '한계'너머를 찰나일망정 엿볼 수 있게 되고 사고의 지평은 순간적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물론, 돌아서면 그 순간은 지나가고 세상은 그대로, 나는 여전히 나일 분이지만 그 찰나로 인하여 우리는 또 앞으로를 살아낼, 힘을 내게 된다.
영화 속에서 어머니에게 있어서 그 날밤의 눈이란, '패배선언'을 거두고 순간적으로 살아낼 힘을 되찾아준 자연으로부터의 선물이자 징후였다...
* 휴...영화 처음 시작을 여름부터 했고,하도 애들이 땡볕에 일만하길래, 보면서 중간쯤에 `정말 눈이 오긴 오려나'중얼거렸더랬다 .혹시 제목에 반어법을 쓴 건 아닌가 하고.
막판에 난데없이 크게 흐르던 '눈이 내리네~' 덕분에 눈가를 적시던 눈물이 쑥 들어가버리더라. 이 부분, 정말 아쉬웠다. 옥의 티다... 오히려 튀지않게 잔잔히 깔아주었더라면(기존의 곡이 아닌걸로)좋았을것을. (정말 웬만해서는 이런 걸로 트집 안 잡는 편인데...)
# 마지막으로 배경음악에 대해 한마디
- 1998-11-23 03:36
|}}See Also 겨울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