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속분쟁해결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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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7. CyberLaw 지음 (Version 0.7)

기존 분쟁 해법의 문제점

바람의 나라, 리니지, 뮤와 같은 온라인게임 속에서 캐릭터간 분쟁이 생길 때, 이를 어떻게 풀고 있는 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물론 분쟁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없애는 것이 최선이겠으나, 인간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분쟁은 불가피하고 또 어쩌면 사회의 성장 동인으로서 긍정적 구실을 하기도 해왔음을 고려할 때 분쟁을 최소화하고 이를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 범위 내에서 원만히 관리하는 최적의 제도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비록 차선의 방책일지라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MMORPG 게임(보다 정확히는 가상사회) 속 분쟁해결 제도에 대한 연구나 고민은 그간 언론 등에 보도된 피해 사례나 갈등양상에 비추어 볼 때 턱없이 적지 않았나 같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대체로 오늘날 아래 세 가지 유형의 분쟁해결 방안이 가상사회의 분쟁해결 시스템으로 작동 중인 듯하다.

  • PK를 범한 캐릭터에 대해 다른 캐릭터들이 합법적? PK로 맞서는 등의 '눈에는 눈' 탈리오 해법
  • 게임사가 책정한 규칙에 의거 행해지는 구금, 필터링 혹은 계정 박탈 과 같은 시스템적 해법
  • 경찰, 검찰에 의한 현실 사법 기구에 의한 해법.

그런데 이 어느 것 하나 가상사회의 정의를 세우는 데 적합한 것이라 할만 한 것이 없다. 먼저 탈리오식 방법은 캐릭터들이 게임사회 속에서 형성된 윤리, 가치관에 입각하여 자치적으로 집행하는 분쟁해결책이고 눈앞의 불의에 대한 가장 신속하고도 충격적인 방법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평균적 정의감이 아닌 개인 감정에 휩싸여 심판내리기 쉬워 복수의 연쇄 고리를 낳기 쉽고 가해자가 고레벨이거나 피해자가 저레벨 유저인 경우 그다지 효과적인 방안이 못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게임사의 개입에 의한 시스템적 혹은 인적 해법 역시 불의에 대한 응징여부가 전적으로 권위적인 게임사의 판단과 의지에 좌우된다는 점, 효율성 위주로 기계적으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선의의 활동 자체를 봉쇄해 버릴 우려 그리고 게임 사회에서 캐릭터들이 자치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억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가상사회 정의 시스템으로 자리잡기에 부족하다.

끝으로 경찰, 검찰에의 고소는 현실 공권력의 작용이라는 최후의 수단이라 소소하고 일상적으로 다수 일어나는 게임 내 작은 분쟁에는 사실상 적용되지 못한다는 과소규제의 면이 있고, 아이템 강도와 같이 큰 분쟁의 경우에는 경찰 고소가 되어 버리면 입건이 되고 어린 게이머들에게 전과자의 멍에를 씌우기 쉽다는 점, 달리 말해 가상사회 내 허약한 질서유지의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원인 해소 없이 모든 책임을 게이머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 과잉 규제의 면이 공존한다.

위 세 가지를 줄여 첫째는 커뮤니티 동료들에 의한 자치적 해법, 둘째는 게임사에 의한 기술적 해법, 셋째는 현실사법기구에 의한 법적 해법이라 할 때 아무래도 바람직한 것은 가정, 교회, 대학의 경우와 흡사하게 내부 분쟁의 상당부분이 첫째 방법에 의해 해소되는 것이고 둘째 방안은 첫째 방안을 보조하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그리고 셋째 방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게임 밖 현실에 대해 미친 예외적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것일 것이다. 다만 앞서 지적했듯 현재 작동 중인 커뮤니티 자치적 해법은 힘에 입각한 복수 수준에 머물고 있으므로 보다 문화적이고 발전적인 해법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현실 사법기구 유사모델 도입의 난점

몇 몇 게임 관계자 분들은 이런 자치적 해법의 필요성에 동조하면서 다소 원론적으로 캐릭터들 가운데 게임 밖 사법기구(경찰, 검사, 판사, 집행관)와 유사한 형태의 조직을 만들고 그 운영을 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필자는 적어도 현 단계에서는 그 실현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분쟁해결 시스템은 해당 커뮤니티의 심리적, 문화적, 윤리적 토양을 감안하지 않고 옮겨 심게 되면 금방 썩어 문드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사법기구가 존재하려면 법을 형성하는 입법기구가 가상사회 내에 존재해야 하고 그보다 앞서 헌법과 같은 기본법이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판타지 세계를 기반으로 한 가상사회에 21세기 한국의 실정법 제도(헌법을 비롯한 형법, 형사소송법 등)를 들여 올 경우 형성 과정 중에 있는 게임 속 캐릭터들간의 게임 속 정의에 대한 콘센서스가 잘 반영하긴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사냥과 퀘스트를 마다하고 재미없고 난해한? 수사, 재판업무에 매달릴 캐릭터가 얼마나 될 지 또한 그 권위와 공정성에 얼마나 캐릭터들이 동의할는지 의문이다. 게임회사 입장에서도 현실 사법제도 모방에 들어갈 시스템적 지원 역시 어렵고도 방대한 작업이라 부담스러울 것이며 또 이들 수사관, 판검사 유사의 역할 수행을 할 캐릭터들에게 전문적 법률교육을 시킬 능력도 또 현실 법조인들을 가상사회로 리크루트할 수도 없다는 점도 참작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필자는 게임 밖 수사관, 판검사와 같은 소수의 전문화된 분쟁해결조직을 게임 내에 모방 도입하는 류의 자치적 해법보다는 게임 내 행동양식을 경험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개개의 일반 게이머(캐릭터) 전원에게 게임 속 정의의 척도를 재는 공(저울추)을 평등하게 나누어 준 뒤 이를 일상적으로(따로 재판기일 없이) 어디서든(따로 법정에 모이지 않고) 행사하게 하여 그 것이 모여 가상사회내의 평균적인 정의감이 측정되게 하는 식의 자치적 분쟁해결 시스템을 제안하는 바이다. cf FourAsOfWiki ?

해당 커뮤니티 구성원 가운데 심판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얼핏 영미법계의 배심제와 비슷해 보이나 선출된 소수의 배심원이 특정일 특정 법원에 출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 동료 대다수가 일상적으로 장소 제한 없이 본인 개개인의 양심적 척도에 따라 그때그때 마다 동료입장에서 사법적 심판을 내리고 한편 이런 동료들의 부정적 평가를 받더라도 동료관계 속에서 꾸준히 노력하면 속죄할 수 있도록 자발적 출구를 열어 둔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아직 아이디어 단계에 불과하고 실제 적용과정시 게임 관계자들에 의한 수정이 필요할 것이지만 가상사회에 특유하고 친 가상사회적인 자치적 분쟁해법을 위한 첫 시도라 생각해주시기 바란다.


정의의 저울


저울의 구조

일정 조건(예컨대 매달 혹은 레벨 승급) 충족시 마다 각기 평등하게 일정 수(예컨대 5개)의 공이 저울의 오른 쪽에 올려진다. 운영여하에 따라서 게임 내 명예롭고 희생적인 퀘스트 성공시 그 보답으로 공을 더 보유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맨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에는 오른쪽 저울에만 5개의 공이 놓여져 있다고 전제하자. 플레이를 거치면서 때때로 왼쪽에 공이 올려질 수도 있는 데 왼쪽에 쌓이는 공의 개수는 타인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은 정도를 나타내고, 오른쪽 공의 개수는 스스로가 행한 선행 혹은 타인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은 정도를 가리킨다. 참고로 캐릭터 상호간에는 상대방의 저울의 기울기나 공의 보유수를 알 수는 없다.


저울의 왼편 공 올리기

게임 플레이 도중 자신에게 부당하게 해를 가하거나 게임 사회 윤리를 어긴 자를 보면 언제 어디서든 다른 이나 어떤 제도에 의지함 없이 자기 오른 저울 위의 공을 원하는 수치만큼 빼내어 그자의 왼쪽 저울에 보냄으로서 그를 심판할 수 있다. cf 온라인 테트리스 대전게임??과 유사하게 비췰지도...

이처럼 개인적으로 심판할 수도 있으나 자신이 가진 오른쪽 공이 얼마 안되거나 없어 그 자에 대한 처벌을 미흡하게 했다고 느낄 경우에는 커뮤니티 내 동조자를 규합하여 그 자의 왼쪽에 공을 던지라고 부축일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제안자의 행위가 만약 그 사회 내에서 지나친 행동으로 여겨지게 되면 거꾸로 제안자 자신의 왼 저울에 공이 쌓여갈지도 모른다.

'눈에는 눈'식의 감정싸움을 막기 위해 왼쪽에 공을 던질 경우 하루 뒤 재차 확인 창이 뜨게 하고 그 때 다시 발송버튼을 불러야 비로소 그자의 왼 저울에 발송되게 한다. 위반자에게 전해지는 경고(발송 후 확인단계에서 취소한 흔적) 또는 확정적 도달 통지에 있어 누가 던졌는 지를 알 수 있도록 발송자의 아이디를 표시해주는 것과 그 대신 정의의 여신과 같은 중립적이고 상징적인 캐릭터가 일종의 집행관이 되어 익명으로 전해주는 것 중 어떤 것이 나을 지는 좀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타인의 저울 왼편에 공을 던지게 되면 자연히 자기 오른 저울 공이 같은 수로 줄어들게 한 것은 현실 사법제도의 소송 진입비용(법무사 비용, 변호사 수임료, 인지대, 송달료 등)과 유사하게 지나친 공 던지기의 남발과 현금거래화를 막기 위함이다.

저울의 오른편 공 올리기

저울의 오른 쪽 공은 앞서 설명하였듯이 매달 혹은 레벨 승급시 레벨고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동일한 수를 부여받는다. 게임사의 운영에 따라서 단독 혹은 단체 퀘스트를 성공리에 마칠 때 획득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다만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고레벨 유저나 군주, 촌장과 같은 세도가들이 다른 이를 추방하기 쉬워지고 반대로 이를은 쉽게 추방당하지 않게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타인에게서 선물로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얻은 저울의 오른쪽 공은 아래와 같이 사용된다.

자기 저울 왼쪽에 공이 남아 있을 경우
(1) 오른 공 받을 때마다 자동적으로 왼쪽 공이 1:1 비율로 지워진다.(속죄)

초기 상태처럼 더 이상 지울 자신의 왼쪽 공이 없고 오른 공만 남게 될 경우
(2) 타인의 저울 왼쪽에 던져 그자를 응징할 수 있다.
(2) 타인의 저울 오른쪽에 던져 그자에게 선물하거나 용서해줄 수 있다.

아이템 구걸과 달리 스토커식 공 구걸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보는데 왜냐면 구걸로 괴롭히다 오히려 저울의 왼쪽에 공을 받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저울의 눈금 재기

이렇게 하게 되면 각 캐릭터마다 저울 눈금이 때때로 오른쪽, 왼쪽으로 왔다 갔다 기울게 되는데 만일 어느 날 남들로부터 받은 왼쪽 공이 너무 많아져 미리 게임사가 규정하거나 혹은 동료들간 약속된 데드라인 눈금에 도달해할 정도로 왼편으로 확 기울게 되면 그는 소속 커뮤니티 영향권역으로부터 장소적 추방(진입차단)의 벌을 받게 된다.

이 때 동료들의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 속죄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음을 반성하고 벌을 달게 받을 것인지 아니면 억울함을 항변할 재심의 기회(예컨대 변명의 진술 기회를 준 후 동료들이 신임투표를 행사하는 식)를 가질 것인지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도록 그에게 최종 확인절차를 부여하여 혹시 있을 지 모르는 저울제도로 인한 억울한 희생자의 탄생을 막는다.

운용의 묘에 따라서는 누적 10표는 특정 상점 접근금지, 누적 30표는 마을에서 추방, 누적 50표는 성에서 추방, 누적 70표는 사냥터나 영지로부터 추방과 같은 에스컬레이터식 차단도 시도해봄직 하다. 결과적으로 모든 지역의 커뮤니티들로부터 추방당하게 되면 최종적으로 당해 서버로부터 그 캐릭터는 추방될 것이다.

일단 추방되어 아예 다른 커뮤니티 권역이나 타 서버로 가게 되면 왼 저울의 공은 처음처럼 0으로 환원되기에 그 지역에서는 새 사람으로 살아 갈 수 있다. 그가 원래 추방되었던 곳으로 돌아가려면 추방당할 때 받은 왼쪽 공의 일정 수만큼 오른 공을 모아야 가능하다.

반대로 이번에는 매월 혹은 자신이 퀘스트 수행이나 남들로부터 받은 오른 쪽 공이 많아져서 미리 게임사가 규정하거나 혹은 동료들간 약속된 명예 눈금에 도달할 정도로 오른편으로 기울게 되면 그것은 그가 동료들로부터 평판이 좋고 자기 헌신적인 퀘스트를 완수하였다는 증빙이 되므로 소속 커뮤니티 영향권역 내에서 일정한 신분 상승의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게 한다.

운영의 묘에 달렸으나 특정 지역으로의 사냥권, 퀘스트 팀원 모집권, 특정 장식 아이템 획득권과 같은 권리부여나 레벨업의 조건으로 삼는 것 등이 떠오른다. 왼 쪽과 마찬가지로 공 50개는 C권리, 75개는 B권리, 100개는 C권리 식의 에스컬레이터식 운영도 가능할 것이며 이런 권리를 얻게 되면 그에 해당하는 수치의 오른 공이 사라지게 된다.

나아가 군주나 촌장과 같은 공적 인물들의 경우 그 자격 요건으로 일정 수의 오른 저울 공의 보유를 요구하고 임기 도중 오른 공이 다 사라져 오히려 왼쪽으로 기울게 되면 앞서 무법자 추방시와 유사하게 리더에 대한 커뮤니티 구성원들 전원의 신임투표를 받도록 설정하는 것도 실험해 봄직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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