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낚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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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8985712098]

윤대녕, 1995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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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마치 철길에 나와 있는 사슴이 멀리서 달려오는 기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무엇인지 모르고 우두커니 서 있듯이, 다가오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펄 루주, 샴푸, 귀 냄새, 소주에 탄 푸른 물감...... 따위가 아니었던들 그날 나는 그녀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때로는 재가 된 기억 속에서 쥐눈만한 불씨가 마른 검불과 엉켜 마음의 솥을 데우는 경우가 있음을 보게 된다. 아니겠지, 싶었던 눈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차린 그녀는 대번에 윗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모면할 길 없는 부당한 위험에 직면했을 때처럼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당황했음일까. 그녀로서는 창졸간에 닥친 일이어서 반사적으로 선제 공격을 하며 옆으로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후다닥, 이라고 표현해야 좋을 그런 투로 먼저 입을 연 것은 내가 아니라 그녀였다.

왜 저를 쳐다보시죠?

갑자기 날아온 공을 얼결에 받은 심정으로 나는 잠깐 휘청거렸다. 그 암암하던 순간에 그러나 나는 그녀가 나를 알아봤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표정에서 나는 그걸 분명히 읽어낼 수가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느린 문어체로 이렇게 더듬거리며 말했다.
당신이 저를 쳐다보는 이유와 같습니다.

from p.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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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로 소설을 쓴 것 같은 느낌이다.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어가며 읽어야 했다. --나를잊어줘

어..잊고 있었던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윤대녕이 좋아졌다. 서사문학을 이렇게 서정적인 언어로 표현해 내는 작가는 드문데... --선천성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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