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이라는 것은 말하다, 토론하다, 헤아리다, 분간하다, 관장하다, 견해, 조리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의미"와 "의미론"은 같지 않다.
어떤 것에 대해서 이것은 이런 의미이고, 저것은 저런 의미이다 라고 말한다면 "론"을 붙인다는 무의미하다. 예를 들어, "짱"은 "짱이다" 라고 할 때는 "제일 좋다"는 뜻으로 쓰이고, "짱난다" 라고 할 때는 "짜증난다"의 뜻이다. 라고 한다면 이것은 "의미"이지 "의미론"이 아니다. 여기다가 "론"을 붙이면 굉장히 어색하다.
하지만, "짱"은 "제일 좋다"는 의미로 쓰일 때와 "짜증난다"의 의미로 쓰일 때가 있는데, 전자는 "長"에서 온 것으로 생각되고, 후자는 "짜증"에서 온 것으로 생각된다. 라고 한다면 이것은 "의미론"이라고 붙이는 것이 과히 어색하지 않다.
"論"은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에 주로 쓰이지, 객관적인 서술에 붙는 말이 아니다. "서술론", "설명론"이라는 말은 없다. 단순히 "의미"라고 얘기하면, 그건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것이라고 비쳐질 오해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의미론"이라고 얘기하면, 하나의 "썰"이라는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만약 "의미론"을 현대 국어 사용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위의 논의는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 혹은 의미부여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 국어에서 의미론이란 것은 영어 semantics의 역어일 뿐이다. 따라서, "론"이라는 글자를 따로 떼내어 해석하는 것은 오류이다. 적어도 사회적 약속으로의 언어를 생각한다면.
동양에서의 "意味論"이라는 용어는 영어권에서의 사용과 차이가 있는데, semantics를 "의미론"으로 번역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면역의의미론이라는 책이 있다. 원제도 일본어로 "免疫の意味論"이다. 이 책의 제목은 "면역의 의미에 대해서 논한다, 생각한다, 말한다"는 의미이지, "면역"이란 단어의 semantics, 즉 語義論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 국어에서는 semantics가 의미론이고, 의미론이 semantics이다. 적어도 사전적으로는 그렇다. 그렇다고 또 한자를 통한 조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의 인생론, 내 스타킹구입론 등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의미론"은 그 의미가 이미 굳어져 버렸다. 그리고 semantics라는 것은 단순히 언어학의 개념만은 아니다. "면역의 의미론"이라고 했을 때 "면역"이란 단어 자체에 대한 어의론이라고 보는 것은 오해가 아닐까 한다. 의미론은 어떤 의미 체계(이것이 꼭 언어학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에 대한 연구 혹은 의미 체계에서의 상관관계 자체를 일컫는다. http://www.m-w.com/cgi-bin/dictionary?book=Dictionary&va=semantics
생각해 보니 아주 재미있군요. 출발한 배경 지식에 따라서 같은 대상을 이렇게 다르게 해석하게 된다는 것이. 감사드립니다. "의미론"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지상은는 한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이 자연스럽게 쓰는 단어인데, 이번 기회에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지상은는 기본적으로 "論"을 한문 문체의 한 쟝르로서 접해 왔습니다. 학술적인 글들의 대부분은 "論"이죠. "상고천진론", "사기조신대론", "생기통천론", "금궤진언론", "음양응상대론"... "의미"에다가 "론"을 붙이는 것도 "의미"를 "론"의 쟝르로 이야기한다는 걸로 써 왔습니다. 그런데, "의미론"이라는 용어에 의해서 이것이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군요. 근데, 아쉬운 점은 역시 "semantics"는 제가 쓰던 "의미론"의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은 아닌 듯 합니다. 처음 번역할때 그냥 "어의론"이라 하면 좋았을 것을... --지상은
"論"이 일종의 essay, treatise 등의 의미로 쓰였긴 하죠. 예를 들어, 로크의 인간오성론은 영어로 "An 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입니다. 하지만 의미론에서 論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의미론은 학문의 하나 외에도, (오히려 더 자주) "의미의 체계"를 뜻하기도 합니다. 말과는 상관없이 어떤 기호들의 의미 체계에 대해서도 "의미론"이니, semantics니 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의미와 의미론의 차이는, 의미론은 의미와 의미들 간의 관계가 빚어내는 그 체계와 구조를 지칭함에 있습니다.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