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文. 루쉰이 자신의 짧은 평론문을 스스로 칭한 말. 잡감(雜感)이라고도 함.
루쉰은 당대 중국의 시급히 발언해야 할 문제 상황들에 대해, 자유로운 형식으로, 간결하고 날카로우며 문학적 향취를 풍기는 독특한 형태의 평론문들을 썼다. 이들을 일러 잡문이라고 한다. 널리 알려진 그의 잡문 중에는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가 있다.
예를 보여주셔요.궁금해요.
감상 ¶
- 전사가 죽었을 때, 파리들이 맨 먼저 발견하는 것은 그의 결점과 상처이다. 그들은 그것을 빨며, 웽웽거리며 날아다니고, 자신들이 죽은 전사보다 더 영웅인 체 득의만만해 한다. 전사는 이미 죽었기에 파리를 쫓지 못한다. 그리하여 파리들은 더욱 웽웽거리고, 그 웽웽거림을 영원불멸의 소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완전함은 전사를 훨씬 초월하기 때문이다.
분명, 아직 누구도 파리의 결점과 상처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결점이 있더라도 전사는 전사이며, 아무리 완전하더라도 파리는 어디까지나 파리다.
가거라, 파리떼들아! 아무리 날개가 있어도, 아무리 웽웽거려도 너희들은 결코 전사를 초월할 수 없나니, 가거라, 이 벌레들아! --"전사와 파리" 중
- 밥, 이성, 조국, 민족, 인류... 무엇을 사랑하든 독사처럼 칭칭 감겨들어라. 원귀처럼 매달려라. 사흘 낮 사흘 밤 동안 줄기차게 달라 붙어라. 이런 사람이라야 희망이 있다. 지쳤을 때는 잠시 쉬어도 좋다. 그러나 쉰 다음에는 또다시 계속해야 한다. 한 번 한 번, 또 한 번, 몇 번이라도 계속해야 한다. 혈서, 규약, 청원, 강의, 눈물, 전보, 집회, 추도사, 신경쇠약, 이런 것은 모두 소용없다. 혈서가 무엇을 가져오는가? 단지 볼썽사나운 혈서 한 장 뿐이지 않는가? 신경쇠약은 자신의 병이 될 뿐이다. 더이상 그것을 보물로 여기지 말라. 나의 경애하는, 그리고 미운 친구들이여! --"무엇을 사랑하든 독사처럼 칭칭 감겨들어라" 중
-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고향" 중
- 혁명문학의 근본 문제는 작가가 한 사람의 혁명가이냐 아니냐에 있다. 작가가 혁명가라면 어떤 사건을 쓰든, 어떤 소재를 사용하든 모두 혁명문학이다. 분수에서 나오는 것은 모두 물이요, 혈관에서 나오는 것은 모두 피다. 구호만 요란하고 속이 텅 빈 작품으로는 눈 먼 장님이나 속일 수 있을 뿐이다. --"혁명문학" 중
- 근래의 혁명문학가들은 대체로 유난히 어둠을 두려워하고 어둠을 은폐하지만, 시민들은 조금도 거리낌없이 자신을 표현한다. 전자의 정교한 영리함이 후자의 둔중한 마비에 부딪히면, 혁명 문학가들은 감히 사회 현상을 정시하지 못하고, 까치는 환영하고 올빼미는 싫어하는 할멈으로 변해가지고 약간의 길조를 긁어 모아 자기 도취에 빠지게 되고, 그리하여 시대를 초월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태평가결" 중
- 다만 하나 더 기억나는 것은, 열이 날 때, 서양인들이 임종시에 다른 사람들에게 용서를 빌고 자신도 다른 사람들을 용서해주는 의식을 치르곤 한다는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는 것이다. 나의 적은 많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신식 사람이 내게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나는 생각해보고 이렇게 결정했다. 계속 그대로 원망하시라, 나 또한 한 사람도 용서하지 않을테니. --"죽음" 중
- 마지막으로, 연합 전선은 공동의 목적을 갖는 것을 필요 조건으로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반동파들은 벌써 연합 전선을 결성했는데, 우리는 아직 단결하지 못했다." 기실 그들이 의식적으로 연합 전선 결성한 것은 결코 아닙니. 다만 그들의 목적이 같기 때문에 행동이 일치하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에게는 연합 전선같이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전선을 통일하지 못하는 것은 목적이 일치되지 못한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어떤 사람은 소집단만이 목적이고 어떤 사람은 기실 개인만이 목적입니다. 만일 목적이 모두 노동자 농민 대중에게 있다면 당연히 전선도 통일될 것입니다. --"좌익 작가 연맹에 대한 의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