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현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CSI과학수사대’와 ‘개구리소년사건’ 때문에 법곤충학이라는 것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시기를 잘 잡았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이 책을 통해 얻을 것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잡는 사람들은 대부분 탐정소설과 같은 전개를 원할 것이다. 해결이 어려운 사건이 있고 곤충학적 지식을 통해 명쾌하게 범인을 잡아내는 것 말이다. 이 책에서도 구체적인 사건의 설명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내용들은 지극히 간단하며 법곤충학적 지식은 대부분 사건해결에 부차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이다.
이 책은 많은 장을 파리와 구더기를 통해 시체의 사후 경과시간을 추정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일반적인 독자들이 따라가기에는 부담스러운 내용이다. 그렇다고 전문가들이 봐서 유익한 내용도 아니다. 너무 지루한 내용은 모두 빠져있기 때문에 법곤충학에 관심이 있는 전문가들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자들이 쓴 논문을 봐야 할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 법곤충학이라는 학문은 낯설고 곤충을 이용하여 범죄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으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또한 이번 개구리소년유해발굴에서와 같이 사건의 가장 큰 정보를 주는 사체를 소홀히 둘러보는 우리의 수사관행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는 더 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