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짝쌓아한강건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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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과연 화투짝을 계속 쌓아 한강을 건너갈 수 있을까?

hwatu-bridge1.jpg

답: 가능합니다. 그러나 불가능합니다.


1. 왜 가능한가?

  1. 화투짝(같은 크기의 직육면체 블럭)의 무게 중심을 기준선 안쪽에 놓이게 하는 각각의 indent가 {1/n} 수열을 이루고,
  2. 급수 ∑1/n 이 발산하기 때문입니다.

1.1. 화투짝 무너지지 않게 쌓기 (1)

화투짝의 길이를 "12"라고 합시다. 두 개의 화투짝을 무너지지 않으면서 가장 멀리 나가게 쌓으려면 다음과 같이 쌓으면 됩니다.
  123456789012
        123456789012
즉, 위에 있는 화투짝의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는 화투짝의 왼쪽 끝에 걸리게 하면 된다는 것이죠. 이 때 위에 있는 화투짝을 1번, 아래에 있는 화투짝을 2번이라고 하면,

  1. 1번은 2번보다 "6"만큼 더 왼쪽으로 나간다
  2. 1번과 2번의 공통무게중심은 2번의 3과 4사이에 있다

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화투짝을 하나 더 밑에 깔아서 화투짝을 최대한 왼쪽으로 더 나가게 하려면, 1번과 2번의 공통무게중심이 3번(새로 바닥에 까는 화투짝)의 왼쪽 끝 위에 오게 하면 되겠죠. 이렇게 쌓은 모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123456789012
        123456789012
           123456789012
이 때 위에서와 같은 항목을 점검해보면,

  1. 2번은 3번보다 "3"만큼 더 왼쪽으로 나간다
  2. 1,2,3번의 공통무게중심은 3번의 2와 3사이에 있다

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쌓아볼까요? 역시 1,2,3번의 공통무게중심이 새로 바닥에 까는 4번의 왼쪽 끝에 오게 하면 됩니다.
  123456789012
        123456789012
           123456789012
             123456789012
이 때,

  1. 3번은 4번보다 "2"만큼 더 왼쪽으로 나간다
  2. 1,2,3,4번의 공통무게중심은 4번의 2의 한 가운데에 있다

가 됩니다.

이제 4번의 맨 왼쪽 끝부터 1번의 맨 왼쪽 끝이 얼마나 나가 있는지 계산해보면

6 + 3 + 2 = 6(1 + 1/2 + 1/3)

이 되죠. 이러한 과정을 되풀이하면 n개의 화투짝을 쌓아

6(1 + 1/2 + 1/3 + ... + 1/n)

까지 왼쪽으로 더 나가게 할 수 있습니다. 6은 비례상수니까 생략하고 보면(처음에 화투짝 길이를 "2"로 잡아주면 됩니다), 화투짝은 급수

1 + 1/2 + 1/3 + ... + 1/n + ...

만큼 왼쪽으로 나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2. 화투짝 무너지지 않게 쌓기 (2)

위의 논의를 수열을 써서 정확하게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길이가 "2"인 화투짝을 무너지지 않으면서 가장 많이 나가게 쌓았다고 하고, 위에서처럼 맨 위의 화투짝부터 1번, 2번... 으로 번호를 붙입니다. 이 때,

a_1 = 1번 화투짝이 2번 화투짝보다 왼쪽으로 더 나간 길이
a_2 = 2번 화투짝이 3번 화투짝보다 왼쪽으로 더 나간 길이
...
a_n = n번 화투짝이 n+1번 화투짝보다 왼쪽으로 더 나간 길이

라 하고 그들의 합을

S_n = a_1 + a_2 + ... + a_n

이라 하면,

1번부터 n-1번까지의 공통무게중심 = n번의 왼쪽 끝 = S_{n-1}

n번의 무게중심 = n번의 왼쪽 끝 + 화투짝 길이의 절반 = S_{n-1} + 1

이므로,

1번부터 n번까지의 공통무게중심

= { (n-1)*(1번부터 n-1번까지의 공통무게중심) + 1*(n번의 무게중심) } / n

= { (n-1)*S_{n-1} + 1*(S_{n-1} + 1) } / n

= { nS_{n-1} + 1 } / n

= S_{n-1} + 1/n ...(1)

그런데 또한

1번부터 n번까지의 공통무게중심 = n+1번의 왼쪽 끝 = S_n ...(2)

이므로, (1)과 (2)에서

S_n = S_{n-1} + 1/n

그런데 a_n = S_n - S_{n-1} 이므로

a_n = 1/n

1.3. 그렇다면 1+(1/2)+(1/3)+...는 왜 발산하는가?


학귀신이라는 책에는 수학 악마가 꼬마 주인공에게 "1+(1/2)+(1/3)+...하면 무한히 커질까?"하고 묻습니다. 꼬마가 부정하자 수학 악마는
"1>(1/2), (1/2)=(1/2)", 그리고
"(1/3)+(1/4) > (1/2), (1/5)+...+(1/8) > (1/2), ... , (1/(2^n+1))+...(1/(2^(n+1))) > (1/2)"
이기 때문에... 라고 설명해 줍니다.

좀더 자세히 따져 봅시다. 수열에서 1+(1/2)+을 빼고 (1/3)+(1/4)+...부터 보면,

(1/3)+(1/4) > (1/4)+(1/4) = (1/2)
(1/5)+(1/6)+(1/7)+(1/8) > (1/8)+(1/8)+(1/8)+(1/8) = (1/2)

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곧 처음 2개, 그다음 4개, 그다음 8개.... 의 합이 각각 (1/2)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한히 더해가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1/2)씩, (1/2)씩, 꾸준히 늘어가기 늘어가기 때문에 이 수열은
발산한다, 무한히 커진다. 즉, 화투짝을 쌓아서 무너지지 않게 무한히 쌓을 수 있다는 결론이 됩니다.

2. 하지만 왜 불가능한가?

적어도 몇 백년 안에는 -- 그러니까 현실적으로는 -- 불가능합니다. 과연 한강을 건너려면 몇 개의 화투짝이 필요할까요?

1overx.jpg

위 그림에서

빗금친 부분의 넓이(J) = ∫(1/x)dx = log n (적분은 1에서 n까지, 로그는 자연로그)

실선 부분의 넓이(A) = 1/2 + ... + 1/n

점선 부분의 넓이(B) = 1 + ... + 1/(n-1)

그런데 A < J < B 이므로

1/2 + ... + 1/n < log n < 1 + ... + 1/(n-1) ...(1)

이제

시판되는 화투짝의 길이 = 5.2cm ≒ 0.05m

이므로,

단위 길이 = 화투짝 길이 / 2 = 0.025m (위에서 화투짝 길이를 "2"로 잡았었다)

예컨대 화투짝을 n개 쌓아 1m를 넘어가려 하면, 1m는 단위 길이의 40배이므로

1 + ... + 1/n ≒ 40 ...(2)

(1)과 (2)에서

39 < log n < 40



e^39 < n < e^40 (e=자연상수≒2.7)

지수 표현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수가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큰 수인가를 잘 안다. 실제로 계산해보면 이 수는 17자리수, 즉 "경"단위의 숫자가 된다. (경>조>억>만>일)

이 문제는 Khakii가 작년과 올해 미적연습시간에 학생들에게 풀어주고 직접 화투짝을 쌓는 시연도 해준 문제입니다. 미적분학 교재의 '탐구문제'에 DonaldKnuth의 "Concrete Mathematics"에서 인용된 것을 보고 알게되었죠.(see also GraphTheory) 서너시간 급수의 수렴과 발산에 대해 공부하고 나서 이 실험을 보여주면 학생들이 아주 흥미있어합니다. 수학을 가르칠 때 이런 류의 '이벤트'를 적절히 섞어준다면 학생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내는데 효과가 있을텐데, 사실 이런 예를 만들어내는게 쉬운 일은 아니죠.

음.. Lemmings 가 생각나는군요. ^^ 근데 {1/n} 이 어떤 의미죠? -- 수학에 약한 JikhanJung -.-;;

{1/n}이란 수열의 집합을 나타냅니다. 1/1,1/2,1/3,...이렇게 나가는 수열을 다 모아서 집합을 만든거죠. 그냥 간단히 수열 그 자체라고 이해해도 되겠습니다. {1/1,1/2,1/3,...} 그걸 차근 차근 더해가는 것을 급수라고 하구요. -- Crooner

근데 발산 하기는 하는데 0으로 발산하는거죵? -_-? --Frotw
제가 알기로 "X"로 발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X"로 수렴은 할 수 있지만. 참고로 ∑1/n 는 무한대로 발산합니다. --지원
Frotw님은 길이가 0으로 수렴한다는. 즉 lim 1/n = 0 이라는 생각을 저리 표현하신 것 같네요. ^^; 꾸는자
저의 대변자님~ *-_-* --Frotw

수열 자체는 0으로 수렴하는데 그 합인 급수는 발산하는 대표적인 예죠. 이런 점에서 베르누이 시대에는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였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 --Puzzlist
역시 파워시리즈의 세계는 월드시리즈 만큼이나 흥미진진해... ㅡ.ㅡ;;; 꾸는자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대학생들에게 미적을 가르쳤는데 저 사실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Khakii

비슷한 문제... 신문을 접고 또접고 또 접고...하면 63빌딩 높이까지 갈 수 있을까? -.-;
신문을 접어서 63빌딩 높이를 만드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신문을 반씩 자른 후 겹쳐서 쌓으면 63빌딩 높이까지 갈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실질적으로 신문지 한장을 잘 찢고 이어 63빌딩 높이만큼 길이가 되는 종이실을 만드는 것과 동일합니다.
신문지 한장의 두께가 얼마든지 계산하면, 신문을 몇번 잘라야 하는지 혹은 몇장 겹쳐야 하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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