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가
- 김창준 :
- 김창준 :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도서관에서 였다. 난 당시 컴퓨터 프로그램이 사용자가 원하는 무언가를 찾아주는 것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를 위해 MODM, MCDM 등 의사결정론을 연구하고 있었다.
우연히 서가를 지나치다가 이 책의 저자 세 사람의 이름을 봤다. "오, 이 사람들이 쓴 책이군." 그들은 의사결정론에서 매우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서명에서 대충 짐작을 하긴 했지만, 완전히 대중을 위한 책이었다.
우리는 매일 결정한다. 산다는 것은 곧 결정의 연속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결정의 기술을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 세간에 나온 의사결정론 서적들은 너무 이론적이거나, 지나치게 덩치가 크다. 매일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는 잘 맞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그런 아쉬움을 충분히 보상해 줄 것 같다.
이 책은 의사결정론의 정수를 일반인이 사용하기 좋도록 좀 "말랑말랑하게" 만들었다. 고도의 수학적 테크닉이나 별도의 컴퓨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직접 종이와 연필로 과정을 따라가는 경험은 즐겁기까지 하다. 이 책을 통해 어느 차를 구입하는 게 좋을지, 어느 대학에 가는 것이 좋을지, 이사를 가는 게 좋을지, 심지어는 노스모크에 올지 말지 등을 결정하는 데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이 독자의 의사결정술을 한 단계 올려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창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 중 한가지를 약간 간략화해서 사용한 예를 보도록 하자. (참고로 김창준은 이 방법으로 집을 골랐다)
집A | 집B | 집C | |
전세값 | 4500 | 6000 | 6000 |
크기 | 13평 | 10평 | 13평 |
채광 | C | A | A |
환풍 | B | A | A |
학교와의 거리 | 5분 | 20분 | 30분 |
대중교통수단(지하철,버스)과의 거리 | 1분 | 1분 | 10분 |
시장/큰 슈퍼와의 거리 | 2분 | 2분 | 10분 |
위 평가기준들 중에서 세가지 선택후보가 모두 동일한 것은 없다. 따라서 "무시할 수 있는 평가기준"은 아직 없다. 이 방법은 무시할 수 있는 평가기준을 만들어서 지워나가는 데 그 핵심이 있다. 따라서, 평가기준 중에 하나를 골라서 "무시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가장 쉬워보이는 것부터 하도록 하자. 전세값이 간단해 보인다. 집A가 전세값이 6000으로 오른다면 다른 평가기준들 중에 무엇이 더 좋아져야 하는가 생각해 본다. 크기가 16평이 되면 6000으로 올라도 비슷하다고 생각이 든다. 그러면 집A, 집B, 집C 모두 전세값이 동일하므로 이 평가기준은 무시할 수 있다.
집A | 집B | 집C | |
크기 | 16평 | 10평 | 13평 |
채광 | C | A | A |
환풍 | B | A | A |
학교와의 거리 | 5분 | 20분 | 30분 |
대중교통수단(지하철,버스)과의 거리 | 1분 | 1분 | 10분 |
시장/큰 슈퍼와의 거리 | 2분 | 2분 | 10분 |
자 이번에는 어떤 평가기준을 무시하게 만들까. 대중교통수단과의 거리가 쉬워보인다. 집C가 10분에서 1분으로 줄어든다면 어떤 조건이 얼마나 더 나빠져야 할까. 어느 것이 판단하기 더 쉬운가 생각해서 그 놈을 조정하기로 한다. 대중교통수단까지 시간이 1분으로 짧아진다면 학교와의 거리가 40분 정도가 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
집A | 집B | 집C | |
크기 | 16평 | 10평 | 13평 |
채광 | C | A | A |
환풍 | B | A | A |
학교와의 거리 | 5분 | 20분 | 40분 |
시장/큰 슈퍼와의 거리 | 2분 | 2분 | 10분 |
이번에는 시장과의 거리를 제거해 보자. 집C가 10분에서 2분으로 줄어든다면 그만큼의 변화는 다른 어떤 조건의 얼마만큼의 변화와 동등할까? 시장까지 걸리는 시간이 2분으로 줄어든다면 학교와의 거리는 45분 정도가 되는 것과 동등할 듯 싶다.
집A | 집B | 집C | |
크기 | 16평 | 10평 | 13평 |
채광 | C | A | A |
환풍 | B | A | A |
학교와의 거리 | 5분 | 20분 | 45분 |
이번에는 채광을 제거하도록 하자. 집A의 채광이 A가 되는 것은 무엇과 동등할까? 채광이 C에서 A가 되는 것은 환풍이 B에서 C가 되는 것에 더해, 크기가 3평 정도 줄어드는 것과 동등할 듯 싶다.
집A | 집B | 집C | |
크기 | 13평 | 10평 | 13평 |
환풍 | C | A | A |
학교와의 거리 | 5분 | 20분 | 45분 |
이 상태에서 각각의 조건에 대해 등수를 내보자.
집A | 집B | 집C | |
크기 | 1 | 3 | 1 |
환풍 | 3 | 1 | 1 |
학교와의 거리 | 1 | 2 | 3 |
집C와 집A의 경우 두가지 조건에 대해 1등이다. 어쩌면 둘 중의 하나로 결정이 날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아까로 돌아가서 집A의 환풍을 제거해보자. 환풍이 A가 되면 학교와의 거리가 5분에서 20분이 되는 것과 동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집A | 집B | 집C | |
크기 | 13평 | 10평 | 13평 |
학교와의 거리 | 20분 | 20분 | 45분 |
이 상태에서는 집A가 모든 조건을 고려했을 때 단독 1위가 된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집A를 선택한다. 사실 이 단계에서는 이제까지 "행"을 지운 것과는 달리 "열"을 지우는 것과 동일하다. 즉, 집B와 집C 열을 지우는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 중, 혹은 아예 애초부터 모든 조건에 있어 열등한 후보가 있다면 그 열 전체를 지워버리고 계속할 수 있다 -- 반대로 모든 조건에서 우수한 후보가 있다면 그 열만 선택할 수 있다. (꼭 행렬 연산하는 것 같지 않은가)
위 방법은 예시로 보여드리기 위해 좀 더 간략화 혹은 과장한 것임을 밝혀둔다. 실제로 두가지 평가기준의 가치환산이 어려운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좀더 수량적이고 구체적이며 이성적인 비교판단을 하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김창준
음... 각 항목에 가중치를 두어서 계산하는 방법은 어떤가요? 항목간의 가치환산이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는 조건을 찾는 방법을 쓰는건가요? --이지수
네. 일단 이 책은 일반인이 일상 생활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책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의사결정 능력과 감(instinct라고 할까요)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가중치를 두는 방법은 그다지 적합하지 못합니다 -- 말씀하신대로 어떤 기준으로 가중치를 정할지가 어렵습니다. 물론 이 책의 저자들은 MCDM의 전문가들로 가중치를 두는 방법도 많이 개발을 했습니다.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