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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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Shalom의 동생이 어디선가 고양이 한 마리를 얻어왔다.
노란색 새끼 고양이였는데 처음 태어날 때 부터 병약했다. 톰과제리에
나오는 고양이 톰처럼 활발하게 움직였으면 하는 마음에 이름도 톰이었는데..
다음은 Shalom의 동생 바다소년이 쓴 글이다. 글에서 엄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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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마 !
저예요,
톰.
여긴 너무 따뜻하고 좋아요.
따뜻한 우유 한 병 먹고 엄마에게 편지를 씁니다.
-2-
처음 절 발견한 언니는 접시에 우유를 담아 주셨죠. 하지만 제
가 너무 어린 탓에 먹을 수가 없었어요. 언니는 그런 절 보고
식욕이 없는 줄 알았죠.
언니는 한참 어딘가에 전화를 하더니 새벽에 절 데리고 밖으로
나왔어요. 그리고 거기서 엄마를 만난거죠.
그때는 너무 불안했어요. 어두운 라면박스에서 1시간 넘게 앉아
있으니 어지럽기도 하고 구토도 쏠리고...
어디까지 가는걸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죠. 그
러다가 박스 문이 열리고 불빛이 들어오는 걸 보고는 어딘가에
도착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곳이 엄마방이라는 건 나중에 알
았어요.


사흘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울기만 했기 때문에 배가 무척 고
팠지만 접시에 담긴 우유는 먹을 수가 없었어요. 엄마는 그런
저의 입을 계속해서 접시에 갖다댔지만, 입술에 묻은 우유로 겨
우 목을 축일수만 있었을 뿐이었죠.
배는 고팠지만 엄마방은 무척 따뜻했어요. 엄마가 절 박스에서
꺼내 절 이불속에 꼬옥 감싸주셨을 땐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죠.
그때 갑자기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어요. 꽤 피곤했던 모양이
예요. 그런 절 보고 엄마는 아파서 그런 줄 알고 걱정하셨지만,
전 괜찮았어요. 배가 조금 아팠지만 가벼운 복통이라고 생각해요.
한참을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눈을 떴을 때 엄마는 침대 밑바
닥에서 이불도 없이 그냥 잠들어 있었죠. 그때 제가 얼마나 미
안했는지 아세요 ? 제가 '야옹~'하고 엄마를 부르자 엄마가 잠
에서 깨서는 절 다시 박스 안에 넣어주셨죠.
혹시 할머니가 실수로 박스를 버리기라도 할까봐 흰 종이에 '상
자 안에 생명체 있음'이라고 적어놓은 걸 보고는 얼마나 웃었는지...
박스 안은 조금 불편했지만, 엄마가 깔아주신 담요 덕분에 푸근
하게 다시 잠들 수 있었어요.
-3-
새로 살게 된 곳은 무척 공기가 맑았어요. 아침엔 조금 쌀쌀했
지만, 낮이 되면 햇볕이 마당 한가운데 따스하게 내리쬐었기 때
문에 조금도 춥지 않았어요. 할머니가 접시에 우유를 담아 주셨
지만 여전히 전 먹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자 할머니가 어디선가
사람 아기용 젖병을 하나 사오시더니 거기에 우유를 넣어 제 입
에 넣어 주시는 거예요.
전 너무 기뻤죠. 허기진 배를 달래느라 한참을 빨았어요. 하지
만 젖꼭지가 제 입에 너무 커서 먹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
서 많이 먹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오랜만에 맛보는 우유여서인
지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배가 조금
아팠지만 괜찮아요. 이런 공기 좋은 곳에서 지내다 보면 낫겠죠 뭐.
그날 엄마는 늦잠을 주무시고 늦게 나오셨죠. 전 반가운 마음에
힘껏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아직 전 잘 걸을
수가 없을 만큼 어렸거든요. 대신 엄마가 달려오셔서 전 엄마
품에 안길 수가 있었어요.
절 낳아준 엄마에게서 느끼던 따스함은 없었지만 정성을 다해
절 안아주시는 엄마를 보고 절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
죠. 고마워요, 제 발톱에 긁혀 따가운 것도 참아가며 절 품어주
신 덕분에 그때는 배가 아프지 않았어요.
좀더 오래 안아주셨으면 했지만 엄마도 일하러 갈 시간이 되었
고, 그래서 전 그때부턴 혼자 놀기 시작했어요. 옆에서 검은고
양이 형들이 절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구요. 앞으로 함께 지내게
될 형들이라 생각하니 처음부터 잘 보이고 싶어 다가갔는데, 형
들은 오히려 절 무서워 하는 것 같았어요. 전 그냥 형들을 부르
기만 했을 뿐인데...
해가 지고 저녁에 되어서야 엄마가 돌아왔죠. 그제서야 전 엄마
가 어딜 다녀오셨는지 알 수 있었어요. 엄마는 절 위해 고양이
용 젖꼭지를 사러 대구시내까지 나갔다 오신 거였군요 !
그날 저녁, 전 처음으로 배부르게 우유를 먹을 수 있었어요. 엄
마가 사오신 고양이용 젖꼭지 덕분에... 엄마도 즐거워했죠. 제
가 우유를 무려 10cc나 먹었다구요.. 정말 살 것 같았어요. 하
지만 둘째 날 부터는 어두운 부엌에서 혼자 자야 한다는 게 너
무 싫었어요. 그래도 어두운 부엌은 바깥보다 따뜻해서 잠을 못
이룰 만큼 춥지는 않아 다행이었어요.
한참을 울다가 잠이 들었죠... 절 낳아준 엄마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생각했어요. ....아마 다시 볼 순 없겠죠 ?
-4-
엄마는 차를 몰고 집 마당으로 올 때면 무척 조심한다는 걸 알
았어요.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죠. 몇 년 전에 제 형뻘 되는
고양이가 엄마가 몰던 차에 치어 그만 죽었기 때문이라는 걸 나
중에 알게 되었어요. 그때 너무너무 슬퍼하셨죠...?
전 아침이 좋아요. 어두운 스치로폴 방을 벗어나 공기 좋고 햇
살 따스한 마당에 돌아다닐 수가 있으니까요 ! 그리고 검은고양
이 형들도 더이상 절 경계하지 않고 가끔 저랑 놀아주기 시작했
어요.
하지만 제가 형들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 품 안으로 파고들면
도망치거나 절 꾸짖곤 했어요. 저도 안 그러려고 했는데, 자꾸
만 절 낳아주신 엄마품이 생각나서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구요.
엄마는 제가 파고들어도 그냥 가만히 안아 주셨고, 전 그게 너
무 좋았어요. 2시간마다 정기적으로 먹여주는 우유도 맛있었구요.
아직 제가 너무 어려서인지 응아를 제대로 못하는 걸 아시고는
따뜻한 물에 걸레를 적셔 엉덩이를 닦아 주셨죠. 그 덕분에 전
혼자서도 응아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웠
고, 여전히 배가 조금 아팠어요. 조금씩 배우다 보면 좋아지겠죠 !
-5-
며칠동안 엄마가 많이 바빠 보였어요. 전만큼 저와 자주 놀아
주지도 않고, 우유도 엄마 대신 할머니가 와서 주고... 엉덩이
도 할머니가 씻겨주고...
그래도 전 좋았어요. 밤엔 후레쉬를 들고 엄마가 와서 꼭 한번
씩은 품어주셨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전 엄마의 사랑을 듬뿍
느낄 수가 있었답니다. 제가 '야옹~'하지 않고 '그르르르~'하고
소리 낼 때는 최고로 기분이 좋을 때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
-6-
제 식성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엄마는 이제 우유를 한
번에 20cc씩 먹는다고 뛸듯이 좋아하셨죠. 저도 식욕이 많이 는
것 같아 기뻐요. 그렇지만 배가 전보다 조금씩 더 아파와요.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스치로폴 방에서 잠을 이루려고
할 때면 배가 더 아파와서 가끔은 고통스러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엄마를 불러보았지만 엄마는 너무 먼 곳에 있는 것
같았어요. 엄마가 오신다 해도 제 아픈 배를 어떻게 해 줄 수는
없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엄마의 따뜻한 품 속에 안겨
있으면 조금은 덜 아플 것 같은데...
-7-
엄마가 늦잠을 자는 아침이면 할머니가 와서 제 엉덩이를 씻어
주고 맛사지 해 주신답니다. 이젠 할머니와도 정이 든 것 같아
요. 할머니는 절 조금 우악스럽게 잡곤 해서 때때로 아플 때가
있었지만 그래도 절 깨끗하게 해주기 위해 그러시는 거라는 걸
잘 알아요.
물에 젖은 엉덩이를 드라이기에 말려줄 때는 무척 기분이 좋아
요. 가끔 뜨겁기도 하지만 봄바람 같이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상쾌해 져요.
너무 기분이 좋아 신나게 마당을 달렸더니 검은고양이 형들이
날 따라왔어요. 함께 어울려 놀고 있을 때 엄마가 방에서 나오
셨죠.
항상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보시던 엄마가 활짝 웃으며 "드디
어 이젠 살 것 같다"면서 좋아하시는 모습에 저도 너무너무 기
뻤어요. 힘든 날도 많았지만, 이젠 하루하루가 너무너무 즐겁답
니다. 검은고양이 형들과도 많이 친해졌고, 맛있는 우유와 따뜻
한 햇살, 밤이면 어둡지만 나를 위한 나만의 공간이 있고...
엄마는 제가 우유먹을 때 가장 즐거워하는 것 같아요. 우유를
먹을 땐 저도 모르게 귀가 쫑긋쫑긋 움직여요. 엄만 이런 제 귀
를 보고 무척 즐거워하셨죠.
밤에는 약간 외롭지만 그래도 참을 수 있어요. 더 신나는 아침
과 낮이 있으니까요 !
-8-
엄마...엄마... 어디 계세요 ? 배가 너무 아파요. 이럴 때 엄마
가 안아주신다면 조금은 덜 아플 것 같은데...
아...
엄마...
......
갑자기 움직일 수가 없게 됐어요. 배아픈 쪽 다리가 움직이질
않아요. 엄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은데... 지금은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어요... 엄마...
......
이젠 움직일 힘이 남아있지 않아요. 언제쯤 아침이 올까요 ...
언제면 엄마가 나타나는 걸까요 ? 배가 너무 아파서 눈을 뜰 수
가 없어요. 제가 어디로 가는 걸까요 ?
......
한참 정신을 잃었었나 봐요. 아침이 왔지만 집 밖으로 나갈 수
가 없네요. 그때 들리는 발자국 소리... 엄마 소리라는 걸 알고
는 너무 반가워 나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거라
고는 엄마를 부르며 '야옹~'하는 것 뿐...
......
엄마가 나타났어요. 엄마..왜 이제야 오시는 거예요... 얼마나
아팠는데... 얼마나 힘들었는데...
엄마의 왼쪽 손에는 저를 위한 우유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전 배
가 너무 아팠어요. 엄마의 정성을 생각해서 입을 벌리기는 했지
만 더이상 우유를 먹으면 어떻게 될 것만 같은 생각에 금방 입
을 다물어 버렸죠. 그때 엄마는 제가 평소때와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마침내 엄마가 절 안고 집 밖으로 꺼내 주셨지만 전 한발짝도
걸을 수가 없었어요. 갑자기 엄마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을 땐
정말 울고 싶었어요.
제가 왜 옆으로 누워있는거죠 ? 이젠 나머지 세 다리마저 말을
안 들어요. 엄마.. 일으켜 주세요... 제발...
......
엄마가 따뜻한 물을 들고 다시 나타났을 땐 너무 많은 힘을 빼
버린 것 같았어요. 제 힘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걸 알고는 절 일
으켜 바로 눕혀 주셨죠. 덕분에 전 다시 눈을 뜰 수가 있었어요.
엄마가 눕혀준 자세가 너무 편했거든요.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바라보니 제가 뛰놀던 마당이 보이네요.
그리고 옆에는 절 위해 준비한 우유병과 제 머리를 끝도 없이
쓰다듬어 주시는 엄마의 모습이... 이젠 배가 아프지 않아요...
......
전 너무 행복해요. 제가 이렇게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그리고 잠시나마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 수 있
었던 것이...
엄마...
울지 마세요..
엄마가 그렇게 우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언제나 활짝 웃기만 하던 엄마가 왜 우는지...
이제 갈 때가 되었나 봐요.
누군가 절 부르는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아져요.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아요.
......
-9-
엄마...
저 여기에 있어요.
이곳은 춥지도 않고 배고프지도 않아요. 무엇보다도 더이상 배
도 아프지 않구요.
그리고 엄마의 모습도 너무너무 잘 보여요.
참, 엄마. 제 무덤에 넣어주신 묘비명... 잘 읽었어요.
┌──────────────────────────┐
│'상자 안에 생명체 있'었'음'
│부디 하늘나라에서 나보다 더 좋은 엄마 만나길 바란다.
│안녕....
└──────────────────────────┘
엄만...
지금도 울고 있잖아요...
그만 우세요. 저 이렇게 행복한데... 엄마가 자꾸 울면 제가 너
무 미안하잖아요...
-10-
저 혼자 먼저 가버려서 너무너무 미안해요.
하지만 엄만 이해하실꺼라 믿어요. 왜냐하면 엄만...
우리 엄마니까요.
엄마,,,
사랑해요...
안녕......
안녕............
하늘나라에서,
노랑고양이 톰 드림.
|}}

1999년 10월 28일 오전 10시, 사랑하는 노랑고양이 톰은
10월 9일 바다소년의 집에서 소년이와 그의 어머니 손에 길러
진 지 20일만에 장 파열로 인해 하늘나라로 떠났다.
태어나 한번도 진짜 어미의 젖을 먹어보지 못하고 어미의 사랑
을 받지 못한 새끼고양이,
넓은 세상을 그토록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싶었던 고양이 한 마
리가 이곳을 떠났다.
떠나간 그를 그리워하며 이 글을 남긴다...




(지금도 우리집을 자기 집처럼 여기며 살고있는 괭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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