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강박증중 :
숙영이는 우선, 우리말로 대화를 할 때는 영어 단어를 의식적으로 피한다. 우리말과 영어를 마땅한 이유없이 섞어쓰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느낀다(표현은 안하지만...).영어권 비디오를 볼 경우 습관적으로 영화의 원제와 우리말 번역 제목을 비교해 보고 많이 동떨어질 경우 어느게 더 나은걸까 따져보곤 한다. 통역사들을 소재나 주제로 다룬 책 혹은 TV 프로그램등이 나오면 자석처럼 달라 붙는다.
에피소드 하나. 날라리 영어 선생이 어느날 모 영어학원에 등록했다. 자기 소개를 하게 되었는데 밖에 나가면 절대 전공과목과 직업을 밝히지 않는게 이 업계의 불문률(!)이라 하필 전공을 캐묻는 외국인 강사에게 "History."라 답해주었다.(가장 무난한 과목이라 여겨졌다, 흑) 그랬는데, 그냥 넘어갈 줄 알았던 이 캐나다 사람이 눈을 반짝거리며 자기도 'history'가 전공이라며 막 질문을 해대는 통에 얼렁뚱땅 넘기느라 식은 땀이 난적이 있었다. 그 후로는 자진신고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에서 영어가 점하는 특별한 위치를 고려할 때(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기보다는 사회, 경제, 문화적 권력의 획득수단) 어쩔수 없는 현상인 듯 싶죠. 근데, 이 공부는 해도 끝이 없는 듯.
숙영이는 한국에서 영문과 나와서 딴 일(?)로 먹고 사는 사람들, 특히 작가들에게 거의 본능적인 연민을 가지며, 혹 그들의 역량이 의심을 받는다 하더라도 일단 심적으로 방어를 해준다. 대표적으로 "공지영"씨 같은 경우가 그렇다. 나는 그녀에게는 쥐약이다.
시니컬토끼는 영어교육이 전공이다. 굳이 이게 전공이 아니였더라도 영어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친구들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진다. '이건 영어로 뭐지?' 영화 볼때도 말하는거 들으면서 자막이랑 비교해본다. 물론 자막보며 내가 듣는게 이거려니- 하고 짐작하며 말이다.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