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연말, 도시에서는 망년회니 뭐니 하며 떠들석 했을 즈으음, 농촌의 축산농가에는 구제역 대재앙이 있었다. TV만 틀면 나오는 그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제 <MBC PD수첩 - 구제역대재앙>에서 자초지종을 파헤쳤다. 이제 우리도 한 마디씩 보태보자.
1. 들어가며 ¶
PD수첩 방영에 발맞추어 정부에서는 초동대처에 힘을 쏟지 못한 잘못을 인정하였다.
"이제라도, 군을 동원하여 어쩌고 저쩌고..." 다 뒈져 버렸는데 이제라도는 무슨 얼어죽을 이제라도!
맑은이는 구제역이란 가축병을 이름만 들었지, 잘 몰랐다. 어제 PD수첩에서 보여준 화면을 보니, 간담이 서늘하였다. 처음에는 구제역이 그냥 운동신경을 마비시켜서 걷지 못하게 하는 뭐 그런 정도의 병으로만 잘못 알고 있었다. 왜냐면 TV에서 구제역 감염된 소의 영상을 내보낼 때마다 소가 걷지 못하고 퍽퍽 엎어지는 화면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 때의 그 화면은 "구제역 걸린 소를 주사 놓아 죽이는 장면"이었던 모양이다.
어제 <PD수첩>에서 보여준 구제역 소의 모습을 보니, 구제역이란 병이 산채로 순식간에 송장이 되는 괴사병이었다. 너무도 무서웠다. 전국으로 확산된 지금, 그것이 무서워 보이는 만큼 더욱더 정말 아무런 대책이 없어 보였다. 이러다가 농민도 농민이지만, 한우 씨조차도 말라 버리는 건 아닌지. 방법이 없을까? 참으로 방법이란 것이 있을 수 없어 보였다. 너무도 가슴 아프고도 허망한 현실이다.
산송장이 되어 가는 가축의 모습을 보자, 구제역 재앙 뉴스를 연일 주시하면서 평소 맑은이가 가졌던 방역에 대한 생각도 그 자리에서 풀석 무너져 내렸다. 그래도... 지금, 방법이 너무도 없어보이는 지금, 지금이야말로 이른바 민간요법이 끼어들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손 저손 다 써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이제 방역 전문가들에게 지푸라기라도 되어보자는 심정으로 맑은이의 민간요법 하나를 적어 본다.
2. 소들을 좀 따뜻하게 해 주세요 ¶
별거 아니지만 나로선 가장 중요해 보이는 일이다. 이것에 귀를 좀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맑은이는 연일 계속되는 구제역 뉴스를 주시하면서 이런 점을 보았다. 마음 속으로 계속 이렇게 소리쳤다.
"소들이 너무 춥잖아. 좀 따뜻하게 해주면 안되나? 유래없는 한파에 가축들을 저렇게 차게 돌리는데 병에 안걸리면 그것도 이상한 게지."
- 구제역 대재앙이 휩쓸고 간 모든 농가의 '축사'가 대부분 '벽이 없는 천막'으로 매우 추워 보였다. 돼지의 축사는 대체로 벽으로 둘러싸인 패쇄 건출물인데 비하면, 소의 축사는 사방이 트인 천막형태를 하고 있었다. 소 구제역이 창궐하고 있는 동안에 돼지에게는 전파되지 않고 있었던 이유가 이 축사의 모양이 한 몫을 한 것 같아 보였다. 소들이 다 죽어갈 무렵 돼지들에게마저 전파되어 그 돼지들이 그나마 남은 소들마저 모두 죽여버리게 생겼나 보다. (돼지의 전파속도는 도저히 못말리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 돼지에게까지 번지게 되자, 이제사 정치인들이 들고 나섰다.)
- 구제역은 바이러스다.
- 바이러스는 추울 때 창궐한다.
-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춥다. 따라서 과거의 방법을 그대로 썼을 때는 바이러스의 창궐을 막지 못할 것이다.
- 예방접종을 한 소들도 다 쓰러진단다. 접종은 건강할 때 맞는 거니까, 당연하지. 접종을 하고 항체가 생겨 있다 해도 그 항원을 인식할 뿐, 항체 그 자체로 힘은 아니니까. 이길 방법이 있을 뿐이다. 힘이 있어야 그 방법을 쓰는데, 한 마디로 이길 방법을 쓸 힘이 없다는 것. 항체가 있으니 적을 알아보기는 하지만, 적을 무찌를 힘이 가축에게 없다면, 백신접종은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밥 안 굶겼는데" 가축들이 왜 병과 싸울 힘이 없나? 없다! 왜냐면 너무 추워서, 얼어 죽기 직전이기 때문에, 얼어 죽거나 병에 걸려 죽거나 의 상황에 노출되어 있으니까. 병마가 찾아왔을 때 그 에너지는 창고(피하지방)에 있을 뿐, 그것을 에너지로 전환할 힘을 쓸 수가 없다. 병마와 싸우는 일보다 체온 유지하는 일이 더 급할테니까. 이렇게 심각한 한파에서는 외부에서 그 시동 에너지를 보충해 주어야 한다. 바람막이를 제대로 하여 보온을 돕고, 좀 더 신경을 쓴다면 난방도 해 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생체화학반응이 적극적으로 일어날 수 있으니, 병마와 싸울 힘도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난방이란 말까지 나오니 사람이 쓸 에너지도 모자라는 작금에 가축들을 살리기 위해 난방을 해? 현실을 몰라도 너무도 모르는 소리로 들리지는 몰라도, "가축의 씨라도 보전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그 정도의 일은 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가축을 죽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거다. 가축의 자체 면역력을 증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감염되지 않은 농가에서의 예방접종이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면역력을 높여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
사람의 경우를 보자 :
- 사람은 감기에 걸렸거나 병에 걸렸을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것이다. 추울 때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손부터 녹이고 따뜻한 물을 마셔 몸을 녹이고. 사람은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문밖에서는 몸을 겹겹이 싸고 목도리 두르고 모자 쓰고 장갑끼고 부츠신고 생쇼를 한다. 그런데 가축들에겐 천막 아래에서 찬바람 맞으며 무사하길 바란다? 가당찮은 소망이다.
- 사람이 예방접종할 때 제일 먼저 체크하는 것이 뭔가를 보자. 감기에 걸렸느냐고 물어보고, 몸이 현재 전쟁중인지 열체크를 하고, 주요 바이털 수치가 정상인지를 체크한다. 통과하면 접종하고, 통과 못하면 현재의 전쟁이 끝나면 다시 오라고 집으로 돌려 보낸다. 다시 말해, 예방접종은 건강한 상태에서 컨디션 좋을 때 하는 것이라는 게 상식이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소독도 하고 접종도 하고 살처분도 하고 이것 저것 다 해야겠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가축들 중에서 감염 안된 가축들을 분리시키고, 그들의 컨디션을 좋게 만들어 주어, 예방접종에 성공하고, 따뜻하게 겨울나기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난리통을 지나 봄이 왔을 때, 그 가축들의 씨라도 건질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3. 초동 대처 ¶
최초의 구제역 검역에서 여러번 오진을 하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커졌다고 한다. 맑은이가 본 것은 따로 있다.
이번 구제역 초기에 정부관계자로부터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는, 방역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만 귀에 딱지가 되어 남아있다.
"구제역은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으니까, 구제역 감염된 고기일지라도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걱정들 말고 안심하고 고기 드십시오."
별스럽지 않아 보이는 이 말을 뭣때메 귀에 딱지로 남겨놓아는가면, 이 말에는 우리 정부의 방역에 대한 태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구제역에 걸린 소,돼지는 방역의 입장에서는 유통되어서는 안 된다. 감염된 곳이 발견되면 인근의 사방 500M(?) 살처분, 이것이 1번 메뉴얼이라는데, 어찌하여 감염된 가축이 유통될 수 있단 말인가. 위와 같은 말은 방역의 입장에서는 성립할 수조차 없는 말이다. 그런데도 위와 같은 말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은 정부관계자들이 구제역에 걸린 가축의 유통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물론 그 말은 소비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또한 그 말은 구제역 가축의 유통에 대해 아무런 경계를 보이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구제역대재앙이라는 오늘을 맞이한 것이다.
무엇으로 어떻게, 한 산업의 초토화 현실 앞에 책임을 질 수 있단 말인가.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이다.
4. 감염 루트 ¶
꼭 살처분하는 축사의 현장에 서 있는 느낌으로 쓰다 보니 정신이 쏙 빠져 버려서 빠뜨릴 뻔 했다. 감염루트와 무역전쟁을 엮는 이야기다.
처음에 누가 퍼뜨리게 되었는지. 가축들이 초토화되고 나니까 감염루트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었다. 뉴스에서는 축산인이 해외 출장에서 끌고 들어 왔다고 했었다. 책임 떠 넘기기식 보고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가지고 들어왔다는 증거는 사실상 없잖은가?
그러면 이 이야기도 개연성이 있는지를 보자. 어떤 사태에서 득을 보는 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제일 첫번째 용의자가 된다. 그 득보는 자를 앞세워서 말을 해 보자.
"외국의 누군가가 무역이익을 얻기 위해 우리나라의 축산업을 초토화시킬 뜻을 품었다면 남의 손을 빌어 그 나라 축산 농가에 다녀온 한국 축산인의 축사에 구제역 바이러스를 슬그머니 집어넣도록 사주하기."
"외국의 누군가가 무역이익을 얻기 위해 우리나라의 축산업을 초토화시킬 뜻을 품었다면 남의 손을 빌어 그 나라 축산 농가에 다녀온 한국 축산인의 축사에 구제역 바이러스를 슬그머니 집어넣도록 사주하기."
올 겨울은 유난히 폭설이 심하고 추운해이므로, 잘만 집어넣으면, 전국으로 퍼뜨리는 건 식은 죽먹기일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따름이다. 뭣하러 이 따위 추측을 하는가?
정부관계자들이 방역에 실패하고서 농민에게 책임을 돌리려고 하니, 그 농민을 변론하고 싶은 심정이 고개를 빼꼼이 내밀었다. 정부관계자도 증거없이 책임 떠넘기기 하는데, 국민이라고 추측성 발언을 못할 이유가 뭔가? 이 말이다.
그런데, SARS, 신종플루, AI, 과거의 구제역 어느 것 하나 유입을 막은 적은 없었다. 이번이라고 해서 다르겠는가? 유입은 어떻게든 되는 거다. 확산을 막을 대책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감염루트로 축산인 운운할 때, 처음에는 그런가 싶었다. 그런데 방역이 점점 대책없어 보이니까, 하고 많은 해 중에 하필이면 올해인가? 싶은 게 누구가의 고의성을 의심하게도 되었다. 급기야, 그렇다면 이것이 전쟁상황인 건데, 정말 생물학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너무 무서웠다.
올해는 가장 춥기도 했지만, 한미FTA가 우리의 목을 조르고 있는 해 이기도 하다. 구제역 대재앙을 치르면서 목이 제대로 따인 기분이다. 이제 축산업이 초토화되었으니, 미국이 대한민국의 목을 따서 하늘 높이 치켜들고 승전고를 울리고 있는 듯이 느껴진다.
한미FTA 쇠고기 시장 무조건 개방파들은 이참에 한우가 좀 죽어주기를 바라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면 이 참에 한 건 올릴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 한 건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잘 새겨 보라. 식량은 무기이다. 한미FTA 무조건 지지자들이여, 한우 다 죽었다고 좋아라만 하지 말고, 무기 없는 자신들의 목이나 잘 간수하시길.
5. 대통령의 반응 ¶
이쯤 우리들의 대통령 이야기 안 할 수가 없다.
지난 방역에서는 군투입 의사결정과 투입과정이 전투 지휘를 방불케 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지난 방역에서는 군투입 의사결정을 위해 밤과 낮이 따로 없었고 밤이니까 오늘은 자고 내일 다시 이야기 하자는 식의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를 지휘했던 책임자는 군수뇌부에 "오늘 밤을 넘겨 버리면 내일은 없다."고 그 긴박함을 전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군대를 움직였고 그리하여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인터뷰 하였다.
그런가 보다. "구제역이란 발견된 즉시 방역하지 못하면 내일이 없는 그런 무서운 병마"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두달 동안이나 강건너 불구경으로 임했다. 병든 고기 먹어도 일 없다는 이상한 소리나 하면서 말이다. 지방 공무원들이 직접 나서서 방역하다가 엎어지고 자빠지고 코빠지고 과로로 인해 차로 치고, 차에 치여 죽고, 축산농민의 비관자살까지, 그렇게 범벅이 되어 가는 속에서도, 청와대에서는 잠이나 자고 있었다는 거다, 두 달 씩이나. "오늘은 그만 자고 내일 맑은 정신으로 생각하자.", 뭐 이러면서 잤을 것이다. 내일이 없다고 했을터인데도 말이다.
대통령의 머리 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 앉았길래, 오늘 밤을 넘기면 내일이 없는 그런 일에, 대통령으로서 손 쓸 궁리를 그렇게도 내어 놓지 못했단 말인가. 인정으로는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당신을 두고, 다음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미FTA 쇠고기 시장이 활짝 개방될 수 있도록 소들이 다 죽기를 기원하며 기다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면 우리 대통령이 형광등이야? 왜 소들이 다 죽은 다음에사 얼굴을 내민거야.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구제역이 어떤 병인지를 몰랐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알려주는 사람이 그렇게도 많은데 몰랐다는 말은 절대 불가능한 일 아냐? 설령 정말 몰랐다해도, 몰랐다면 몰랐던 죄라도 물어야겠다.
구제역, 구제역, TV만 틀면 나오는 그 농민의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구제역이 어떤 병이고 어떤 대처가 필요한지를, 초동대처 시에 군대를 동원할 어떤 의지조차도 보여주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 당신! 몰라서라면 모른 죄를, 구제역에 대해 알면서도 처음부터 손을 내 주지 않았다면 고의 죄를,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이 일을 신경쓰지 못한 것이라면 직무 유기 죄를, 당신은 어떻게든 죄를 면치 못할 것이다.
더욱이 가축들이 다 죽어가고, 국민들은 뭘 먹고 살아야할지를 몰라하며, 막막해 하고 있는 작금의 순간에도, 이명박 대통령 당신의 머리 속에는 개헌이라는 두 글자 밖에 없었던가 보다. 그것을 업적으로 남기시려고? 한심하기 그지 없어라. "이명박 대통령, 당신의 업적은 구제역 대재앙이라고 !!!" 이명박 대통령 당신에게는 이미 개헌업적을 남길 기회가 물건너 가 버렸던 거 아닌가? 구제역으로 나라가 발칵 뒤집혀 패닉상태가 되었는데, 개헌은 무슨 얼어죽을 개헌.
대통령은 여러가지 일을 해야 하는데, 구제역 사태로, 나라를 움직이는 수레바퀴가 멈춰야 할까? 물론 아니다. 정치일정도 돌아가야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때라는 게 있는 거다. 이미 개헌의 때를 놓친 사람이, 굳이 나라 전체가 구제역대재앙으로 패닉상태가 되어 있는 이 까칠한 때에 개헌이란 단어를 불쑥 내미는 일은, 국민의 아픈 상처를 다독여주지는 못할 망정 마구 쑤시고 후벼 파는 일로서 옳지 못한 처사다, 이런 말이다.
대통령 잘못 뽑아 놓아, 이제 나라 망하게 생겼구나. 먹을 게 없을 지경으로 몰아 놓았으니 이제 대통령은 "먹어야 살지."를 운운하며, 국민을 먹여살려야 한다며 미국에게 무릎을 꿇고서라도 고기를 구걸하러 갈 것인가?
6. 소비자들에 대한 바램 ¶
이번 구제역 대재앙 앞에서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수입개방시대에 문밖으로 손만 뻗으면 수입해올 수 있는데 농민도 아닌 내가 고기를 참아야 할 이유가 뭐야? 나라 안에 고기 없으면 나라 밖에서 들여오면 되지 뭐"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방역에 대한 공감대도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먹거리는 무기라는 걸 잊지 말고,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식량안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방역체계를 등을 두고 볼 때, 더 나은 내일을 원한다면 오늘을 참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아픔을 함께하는 자세를 보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여전히 방역은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맑은이는, 농민들과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방역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감을 전국민이 함께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다음이 있을 수 있다. 그래야만 좀 더 나은 방역체계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 마음가짐없이 "지금 수입 축산물 왕창들여와서, 국내 축산업에 큰 재앙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피부로 느낄만한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내일이되면 오늘의 일을 깨끗이 잊어 버리고, 아무일 없었던 듯이 또 그렇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누가 나서서 방역체계를 만들겠는가. 어떻게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우리 인생이, 그저 그냥 그렇게 살다 벽에 부딪히며 죽으면 그만인, 그런 인생인가? 아니라면, 대안이 있길 바란다면, 오늘 내 밥상에 밥그릇이 고기반찬이 꼬박꼬박 잘 올라오는데 내게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그건 농민의 문제일 뿐, 내 문제는 아닌거야, 라는 식의 태도를 경계하자.
누가 그런 마음을 품으려고 품는가? 실제로 내게 부족함이 없다면 아무런 생각이 없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맑은이 하고자 하는 말,
"고기가 잠시 부족한 게 아니다. 산업 자체가 무너졌다. 이를 인식하고, 위정자들과 무역상인들이여, 외국에서 싼값으로 고기들여와 사람들의 냄비근성 자극하지 마라."
고기 없을 때 함께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자가 부족한 게 아니라 산업 자체가 무너진 상황이다. 한 나라의 축이 하나 무너졌는데 그걸 다시금 세우는 대공사가 소리소문없이 진행되겠는가? 이 허술한 방역체계 아래에서, 그 어떤 약속도 없이, 축산업을 다시 하겠다고 덤빌 정신나간 농민이 있겠는가 말이다.
무역은 전쟁이고 먹거리는 무기이다. 내가 무기를 들고 있을 때 협상이 가능하고 수입조건 운운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 경쟁상품이 없을 때, 다시 말해 대한민국이 무장해제 되었을 때, 수입물품은 더 이상 시장의 상품이 아니라 독점된 무기가 되는 것이다. 협상도 불가능하며 결국 우리 목을 댕강 따 버릴 것이다.
정작 국민의 심연에는 "까짓거, 없어도 된다. 내년 따뜻해질 때까지 농민들과 함께 참지 뭐. 우리나라가 언제 고기먹는 나라였다고. 좀 참자." 이러고 있을터인데, 정치인들이 나서서 "먹어야 살지"를 운운하며 수입고기 대량으로 들여올 조건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도시민이 고기를 먹어줘야 축산농민을 살린다는 얘기는, 지금에는 거짓말이다. 곧이 듣지 말자. 고기에 대한 수요를 촉발시키지 말자. 그랬다간 수입고기 물밀 듯이 들어온다. 그러면 지금 남아 있는 축산농가마저도 다 망한다.
"국민들이여, 축산업의 초석을 다시 다질 때까지, 농민들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내년까지는 고기를 자제합시다."
"정치인들이여, 당신들 먹고 싶은 고기 국민의 이름을 빌어, 와장창 수입해 오지 말지어다."
"돈 많은 갑부들이여, 고기 먹고 싶어 죽겠거든 죽질랑 말고, 돈 싸들고 조용히 나가서 외식하세요! 안 말립니다."
"정치인들이여, 당신들 먹고 싶은 고기 국민의 이름을 빌어, 와장창 수입해 오지 말지어다."
"돈 많은 갑부들이여, 고기 먹고 싶어 죽겠거든 죽질랑 말고, 돈 싸들고 조용히 나가서 외식하세요! 안 말립니다."
이것이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맑은이의 당부이다.
(요즘 여러가지로 계속 가슴이 먹먹한) --맑은 2011.1.26(수)
7.1. 종자 확보 ¶
이런 큰 난리통이 닥쳐 겉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으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종자 확보가 아닙니까? 씨라도 건졌으면 했더니, 어떤 종자 사육장들에도, 구제역이 번졌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얼마 전에요. 너무 슬픕니다. 참담합니다. 종자 사육장까지 잃어버린다는 건 대한민국 정부가 먼산 불구경하며 놀고 있다는 소리지요.
이명박 대통령은 영화도 안 보나 보죠. 재난 영화를 보면 사람을 대피시킬 때, 어린이 여자 ... , 뭐 이런 순으로 하지 않던가요. 영화에도 나오는 그 기본조차도 지키질 못했군요.
어찌,이런 일이. 그래도 어딘가에는 씨가 남아 있을 거야. 희망을 가져 봅니다.
--맑은 2011.2.19(토)
"송아지 한마리 1만원, 쇠고기 500g 3만원."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오더군요. 어제인지, 그제인지, 뉴스에 이런 기사가 나왔습니다. 수입고기가 얼마나 많이 들어왔길래, 이런 아이러니가 다 있나요? 맑은이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야 말았군요. 도대체 뭘 해야 이 막나가는 정국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른지, 안타깝습니다. 뭘 해야 할지... --맑은 2011.12.29(수) 수요일 밤12시가 넘자, 날짜는 컴퓨터가 기억하니까, 컴퓨터의 날짜를 쓰고, 제 머리는 요일로 기억하길래, 이런 날짜와 요일이 맞지 않는 우수꽝스러움을 연출했네요. 바로 잡으면 2011.12.28(수) 또는 2011.12.29(목) 둘 중 하나가 되어야 겠네요. --맑은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