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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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F. Ostwald의 <> 표지


"the God of Dance"라 불리는 발레리노, 바슬라브 니진스키(Vaslav Nijinsky 1890-1950)는 한동안 나의 우상이기도 했다. 사춘기 소녀가 좋아하는 스타에 가슴 설레여 하듯 꼭 그렇게 그의 사진을 다이어리 첫장에 붙여두고 스트라빈스키를 들으며 눈을 감고 그의 몸짓을 그려보곤 했다. 내게 니진스키는 뛰어난 춤꾼, 천재적 무용수 그 이상의 스타였던 것이다.

중학교 때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발레영화, <백야>와 <지젤>을 시작으로 춤의 세계에 흠뻑 빠져버린 나는, (역시 무용수였던) 브라니슬라바 니진스카야가 쓴 <<나의 오빠, 니진스키>>를 읽게 되면서부터 한번도 본 적 없는 니진스키의 공연들, <봄의 제전>, <페트루슈카>, <장미의 정령>, <목신의 오후>에 넋을 놓기도 했고, 그 파격적인 시도들과 인간적인 흔들림, 어린 시절에 대한 끊임없는 향수들에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사실, 드뷔시스트라빈스키를 처음 듣고 좋아하게 된 것도 니진스키가 그들의 곡에 맞춰 안무를 하고 공연을 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몽환적이면서도 비명처럼 날카로운 음악들 속에서 그의 춤사위를 그려내며 꿈을 꾸는 그 시간이 내겐 마냥 돌아가고 싶은 향수로 남아 있다.

시중에는 그를 둘러싼 여러 권의 평전들이 나와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는 부정적이거나 비하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인 게 사실이다. 그의 아내 로몰라와의 만남 이후 디아길레프와 계속되는 불화 때문에 특히 의심받게 된 동성애에 초점이 맞춰져 다뤄지는가 하면, 29세 이후 앓았던 정신병을 둘러싸고 이어지는 의학적, 가족사적 배경에 대한 분분한 의견들이 많은 중심을 차지하기도 한다. 심지어 그러한 병력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디아길레프의 꼭두각시로 폄하되어 그 진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했다. (실제로, 당대의 무용수 안나 파블로바나 이사도라 던컨의 전기들을 살펴보면 니진스키는 항상 어리버리한 한갓 배우로 묘사되곤 한다.) 하지만, 니진스키가 춤을 통해 발했던 그 천재성은, 그가 속했던 러시아 발레단의 고정 안무가였던 포킨의 안무를 춤으로 옮긴 몇몇 작품들이 아니라, 니진스키 본인이 직접 안무하고 여러가지 파격을 시도했던 <봄의 제전>과 <목신의 오후>, 바로 그 두 작품 속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당시 수많은 논란으로 공연이 힘들었던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의 초연도 다름 아닌 니진스키의 공연을 통한 것이었다.

스물 아홉이라는 안타까운 나이에 자신의 세계 안으로 침잠하고 말았지만, 어쩌면 니진스키는 그 삶의 비극과 예술가로서의 짧았던 삶으로 오히려 불꽃처럼 살다간 천재로 우리에게 더 잘 기억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누


저도 예전에 발레보기를 참 좋아했었는데...여자 무용수의 발끝묘기보다 역동적인 남자무용수의 발레를 더 좋아했어요.(루돌프 누레예프의 로맨틱 분위기를 좋아했다고나 ^^;) 비누님께 질문하나, 여자 무용수를 '발레리나'라고 하지만 남자무용수는 '..리노'가 아니라 '댄서'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고딩때 무용선생님이 얘기해준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저기서 '발레리노'라고 쓴 것을 많이 보는데 그렇다면 그게 아닌가봐요? -Felix

글쎄요.. 발레리노 자체가 틀린 말은 물론, 아닙니다. "principal dancer"나 "premere dancer"로 대신 쓰이기도 하지만요. 제 생각엔 아마도 발레리나가 단순한 여자 무용수가 아니라, 주요 배역을 맡고 수 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프리 마돈나에 한해서만 쓰이는 것처럼, 발레리노 역시 엄밀하게 지칭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요? 나머지 무용수들은 그냥, 무용수, 즉 '댄서'라고 불러야 한다는... --비누



오.. 저도 발레 정말 좋아합니다. 무용도 무용이고 발레음악들은 통통 튕기는 생동감이 느껴지는 것들이 많아서 한동안은 발레음악들을 좋아한 적도 있죠. 특히 구노의 오페라(Opera) <파우스트> 중에 나오는 발레음악은..으..넘 좋습니다. 한참 발레를 볼 기회가 없다가 얼마전엔 오랜만에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을 발레로 만든 것을 보게 되었는데 참 좋았어요. <한여름밤의 꿈>처럼 그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는 스토리를 대사 한마디없는 무용으로만 연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보기 전엔 심히 회의적이었고 상상조차 안되었었는데 그게 가능하더군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다시한번 가슴 절절하게 느낀 것.. 인간의 몸이라는 것이 참으로 아름답구나, 인간의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움직임이 참으로 참으로 아름답구나 하는 거였답니다. 참 결혼행진곡(이젠 너무도 흔해져서 지겨워져버린..^^)이 바로 그 멘델스존이 작곡한 <한여름밤의 꿈>에서 나온 거더군요. 그것도 다시한번 확인.. --우산

아말감도 <백야>와 <지젤>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했지요,.; 맨날 티비에 발레만 나오면 발끝 올리고 따라하고.. 몇가지 동작은 꽤 따라했었는데..;;

저도 비누님과 상당히 비슷한 과정을 거쳤답니다. 다이어리에 붙인 사진, 니진스카야의 책, 김정란씨의 시, 온갖 발레 뤼스 관련 사진들.
예술의 전당 영상자료관에 가면요, 3층에서 러시아 발레 공연 비디오 테잎을 열람할 수 있답니다. 물론 니진스키와 발레 뤼스가 아닌 파리 발레단의 공연입니다만. <페트루슈카>, <장미의 정령>, <목신의 오후>, 그리고 니진스카야가 안무한 <결혼>이 한 테잎에 들어있지요. (장미의 정령은 완전히 순정만화더군요^^*)보면서 니진스키의 발레를 상상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아아 니진스키의 페트루슈카를 볼 수 있다면 ㅠ_ㅠ
<목신의 오후>의 발레리노는 니진스키처럼 동양적인 외모를 갖고 있어서 인상이 남았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지금은 파리 오페라극장 발레단 단장인 charles jude라는 발레리노의 젊은 시절이더군요. 바리시니코프가 <장미의 정령>을 공연할 때의 사진도 어디서 본 듯한데.. kuro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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