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락개념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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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행주의자의 변

노스모크에서 가장 적응이 안되었던 것이 단락개념이다. 최근에 와서야 개행없이 단락을 적절히 묶는 것이 더 예쁘고 가독성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개행을 완전히 포기하기 힘든 몇가지 이유가 있다.

1.1. 행들이 독립적으로 파생된 경우


필자가 글쓰기를 배운 건 초등학교 2학년때 시 쓰는 공부를 하면서부터다. 시를 쓰는데는 주제에 대한 소재나 느낌들을 병렬식으로 나열하고 이를 나중에 결합시키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이 습관은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종이와 연필을 가지고 긴 글을 이런 식으로 쓰기 힘들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글을 거의 안 쓰게 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글을 쓰게 된 것은 컴퓨터의 등장 때문이었다. 컴퓨터를 쓰면 병렬식으로 나열된 것들을 결합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다시 쓸 필요 없이 가져다 붙이면 되니까...

따라서 이런 식으로 글을 쓸때는 한 줄 한 줄이 독립적으로 파생되어 결합된 것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나 의식적으로 줄 사이를 띄우게 된다.

컴퓨터가 때로는 사람을 똑똑하게도 멍청하게도 만듭니다. 단락으로 글 쓰는 버릇은 사고의 훈련입니다. 사실 단락으로 구분되었느냐 아니냐보다, 그 글과 글을 쓴 사람의 사고가 튼실하고 명확한 사유에 기반하느냐는 문제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요구되는 컨텍스트가 있고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이 있을 것입니다만, 많은 개행주의자들이 "그것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그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그럴싸한 변명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1.2. 각 행들은 사고의 과정들이다


한 줄, 한 줄은 사고 과정의 단위이다. 또한 똑같은 말을 반복한 것이 아닌 이상 각기 조금씩이라도 어떤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때로는 화자, 즉 객관과 주관의 전환이 일어나기도 하고, 분명한 것, 불분명한 것, 반말과 존대말, 사고의 주된 흐름과 부수적인 부연설명, 예제 등의 전환이 일어나기도 한다. 원칙적으로 이것을 완벽하게 표현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마치 파이썬의 문법처럼 들여쓰기가 있는 구조적인 문서구조가 될 것이다.

실제로 어떤 내용을 암기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들을 쪼개서 구조적인 형태로 다시 정리한다. 이러한 사고의 과정이나 지연 등의 현상을 다소나마 표현하기 위해서 행간을 띄우고 싶은 욕구를 억누를 수 없을 때가 있다.

어떨때는 너무 큰 단락을 보면 한줄로 프로그램하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TheElementsOfStyle에서는 단락이 너무 길지도 너무 짧지도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할 말이 없을 때는 한 줄만 적을 수 밖에 도리가 없겠지만, 여러 문장을 각기 새로운 줄에 줄줄이 나열하는 것은 그 사람이 소화하지 못한 사고를 들여다 보는 것 같아 읽기가 좀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1.3. 삭제된 글들을 위해서...


이것은 순수하게 감정적인 이유이다. 때로는 같은 내용에 대해서 여러 가지 표현이나 설명이 존재할 수 있고, 실제로 최종적으로 구성된 글에는 그 중 일부만이 선택되게 된다. 그때... 선택되지 못한 글들을 위해서 나는 조그마한 공간이라도 남겨두고 싶은 마음에서 엔터를 치게 된다.
--아무개

2. 단락개념과 인상점수


단락개념은 우리나라 대학, 혹은 취업을 위한 술시험에서 상점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3. 국어작문과 단락개념


어찌된 일인지 우리 글쓰기에서는 단락개념의 엄밀한 적용이 그다지 강조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영어에서 단락을 나누고, 묶고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모든 작문의 기본이 된다. 위키위키에서도 이런 단락개념을 가능한 한 지키려고 한다.

국어작문에서도 단락개념의 중요성은 마찬가지입니다. 고등학교 작문책을 보면 단락의 성격으로 단일한 아이디어, 응집성, 일관성 등의 똑같은 요소들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글쓰기 훈련'이 그다지 강조되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글쓰기에서 '단락개념의 엄밀한 적용'이 그다지 강조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으로 보입니다. 어느 나라 말로 쓰든 글쓰기의 기본 원칙은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글쓰기의 규칙은 논리적 사고의 규칙과도 같습니다. --Khakii

우리가 글쓰기에 단락개념을 사용한 게 도대체 몇 년이나 되는가요. (단락개념은 글을 쓰는 모든 문명권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글 쓰기에 소위 Academic English에서 요구하는 정도만큼의 단락개념이 있나요. 미국에서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글쓰기를 할 때 기본이 매 단락의 첫 문장이 Topic Sentence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글쓰기가 이런 엄밀성을 요구하는가요. 저는 우리나라에서 정규교육을 모두 받았지만 국어시간을 통틀어서 이런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영미권에서 글쓰기 훈련을 어떻게 시키는지 알기 전까지는 우리 글쓰기나 그쪽 글쓰기나 거기서 거기인줄 알았습니다. 영미권에서 나온 Academic Writing 교과서를 통해 받는 훈련과 우리가 작문 시간을 통해 받는 훈련, 그리고 그것들이 다른 곳에 어느 정도나 적용되는지 등을 직접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죠.--김창준

저의 단락개념에 대한 지식은 앞서도 말했던 고등학교 작문 교과서로부터 얻은 것입니다. 물론 수업시간에 그것이 글쓰기 훈련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강조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어 선생님으로부터 그 요지는 충분히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후 대학에서 이런저런 글쓰기를 해보면서 자연히 단락개념의 중요성을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TheElementsOfStyle은 저도 읽어보았고 영작클래스도 수강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때 보고 들은 내용이 전혀 새롭다고 느낀 바는 없습니다. 김창준님은 자신의 작문학습경험을 과도하게 일반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작문교육이 형편없다는 점은 저도 동감하지만, 제 글의 요지는 그런것이 아니었죠. 작은 차이를 너무 크게 확대해서 보는 우를 범하지 맙시다.--Khakii

어느 나라 말로 쓰든 글쓰기의 기본 원칙은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어느 정도는 공감합니다만, 언어적 특성에 따라 미묘한 부분에 차이가 있긴 합니다 -- 저는 기본적으로 문화권/문명권/언어권 간의 차이를 강조하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있진 않지만요. 예를 들어, 문장의 구조에 따른 언어의 유표성/무표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영어에서는 "I didn't go to school because it was raining"이 무표적 표현입니다. 반면 우리 말에서는, "비가 와서 학교에 안갔다"가 무표적입니다. 어떤 정보를 먼저 제시하느냐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죠. 이는 곧 사태를 인식하는 인지구조의 차이로 확장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see also 어순이보여주는세상

나라마다 글쓰는 스타일에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생각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어떨때는 모든 미국인은 미국식 문체를, 모든 일본인은 일본식 문체를 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문체란 개성의 표현, 인데 말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합리성에도 다양한 표현 방법이 존재한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Khak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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