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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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상징

정진규

어떤 밤에 혼자 깨어있다 보면 이 땅의 사람들이 지금 따뜻하게 그것보다는, 그들이 그리워하는 따뜻하게 그것만큼씩 춥게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눈물겨워지는지 모르겠다 조금씩 발이 시리기 때문에 깊게 잠들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눈물겨워지는지 모르겠다 그들의 꿈에도 소름이 조금씩 돋고 있는 것이 보이고 추운 혈관들도 보이고 그들의 부엌 항아리 속에서는 길어다 놓은 이 땅의 물들이 조금씩 살얼음이 잡히고 있는 것이 보인다 요즈음 추위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요즈음 추위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들의 문전마다 쌀 두어 됫박쯤씩 말없이 남몰래 팔아다 놓으면서 밤거리를 돌아다니고 싶다 그렇게 밤을 건너가고 싶다 가장 따뜻한 상징, 하이얀 쌀 두어 됫박이 우리에겐 아직도 가장 따뜻한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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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akii가 학부시절, 동아리 잡기장에서 읽고 감동받았던 시. 한때 외우고 다니기도 했고, 지금도 수첩에 적어놓고 새로 가는 곳에 잡기장 같은 것이 있으면 옮겨 적곤 함. 모든 노스모키안들에게 올 겨울이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인사를 주고받지 않아도, 세상 한 구석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문득 발견하게 될때 살아있음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무릇 가장 따뜻한 상징은...사람이 아닐까. 사람.

HeesooPark이 글을 쓴다면 꼭 아빠 이야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남들이 생각하면 아빠라고 부를 나이는 훨씬 지났지만 난 아빠를 아버지라곤 부르지 못할것 같다. 순전히 내 입장에서 아빠라는 호칭은 항상 젊은 남성으로 살고 싶어 하시는 우리 아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로맨티스트라고 내가 아빠를 함부로 칭하는 것은, 평생을 속을 끓이시며 아슬아슬하게 보내셨던 엄마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되는 것이리라. 아빠의 겉모습에 매료되었던 많은 여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때의 열정에 어쩔줄 몰라했던 젊은 날의 로맨스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스트 우리 아빠! 아빠의 월급날이 되면 엄마의 얼굴에서 가끔 보았던 그림자의 정체를 난 철이 들어서야 알 수 있었다. 감정이 여리신 아빤 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동정심이 극에 달하시곤 했던것 같다. 한달에 한번씩 들여 오시던 수박 한 수레, 엿 한 수레... 가끔 집없는 사람도 데리고 들어온다. 수박을 동네에 나누어주는 일도, 엿을 한집에 몇 가락씩 돌리는 일도, 홈리스에게 밥상을 차려주는 일도, 모두 엄마의 몫이었다. 그렇지만 엄마가 화내는 모습은 난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땐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난 나의 아빠, 엄마가 따뜻하게 펴놓은 온기 가득한 세상을 잘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see also 뜻한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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