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날은 이탈리아의 격언인
Traduttore, traditore
이다. 번역의어려움을 표현하기 위해 널리 쓰이는 경구이다.
'번역(飜譯)은 반역(反逆)이다'로 흔히 번역되는 이 경구는 사실은 '번역자는 반역자' 정도의 의미이지만, 그럼에도 전통적인 번역인 '번역은 반역이다' 또한 군더더기 없고 충분히 뜻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원어에서 '번역', '반역' 대신 '번역자', '반역자'를 든 것은 traduttore와 traditore의 발음의 유사성을 이용하여 pun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한국어 번역인 '번역은 반역이다' 또한 원 표현의 거의 모든 면을 완벽하게 옮기고 있다. 한자어 음운 구조의 우연에 의해 놀라울 정도로 반역적이지 않은 번역이 나온 셈이다.
자기모순? --PuzzletChung
번역은 결국 타 언어로 씌여진 내용에 대한 자국어 문화로의 '억지 변환'으로 이루어지게 될 수 밖에 없다는 필연을 말하고 있는 경구죠. 만약, 구수한 한국어 사투리로 씌여진 소설 한편을 프랑스어나 독일어로 옮기려 한다면, 그 시도는 처음부터 원작자에 대한 반역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시도가 되죠. 설사 그것이 반역이라도, 용기를 가지고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주도면밀하고 반역을 통해서 원작자가 말한 것과 동급내지는 그 이상의 번역물을 내어놓아야 하는 것이 번역자의 앞에 놓여있는 난제인 동시에 위대한 업적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2의 창작이라는 말은 1의 창작에 대한 무자비한 피의 쿠데타를 뜻하게 되기 마련이죠. 이 문장의 비유적인 내용을 좀 더 확장하자면, 우리가 매일매일 읽게되는 번역물들은 다름아닌 하루하루 그 '원작자'의 피로 얼룩진 글들이라는 말이 될런지도. 물론, 반역에 실패하면, 피를 흘리는 쪽이 번역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만. 번역이라는 내용을 떠나서 우리가 한 말들의 '진의'가 도살당하는 것은 국어 생활 중에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긴 합니다. 그래서 정말로 위의 경구의 번역은 무혈입성인 것입니다.--Ro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