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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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8989501008]

부자의 그림일기, 오 세영

만화에 탐닉하는 시절이 내게는 없었다. 행동발달 과정에서 한가지가 결핍되었다고나 할까. 그림을 세세히 들여다봐야 만족하는 습성때문인지도 모르고, 한창 그걸 봐야할 시기에 기회를 놓쳐 버려서 그런지도 몰랐다. 한마디로, 만화책 빌려볼 여유가 없는 유년이기도 했다. 더 간단하게 말하자면, 만화책 빌려보는 아이들은 일명 부잣집아이들이었고, 나는 그 축에 못끼었다. 그대신에, 만화가 좋아서 직접 그리는 쪽을 선택했다. 집에 굴러 돌아다니던 플레이보이를 보면서 연마한 누드화를 곧잘 그려서, 주로 남자 여자 입맞추고 그런 장면 그려서 아이들에게 선심썼다.

오세영의 부자의그림일기는 내가 갖고 있는 몇 안되는 만화책중에 한가지. 휙휙 넘기지 않고, 그림 한컷 한컷을 감상하는 일이 즐겁다. 오세영의 그림은, 보통 돌아다니는 막넘어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구석구석 음미하도록 짜여져 있다. 신사임당의 그림에서 사마귀, 민들레, 풍뎅이 따위와 같은 별볼일 없는 소재들이 그림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듯, 오세영의 그림에는 이름모를 들꽃같은 소재들이 화면 구석구석에 담겨있다. 만화가 아니라, 민화를 감상한다는 느낌.

한국적 만화라고 할까? 정말 진한 감동을 주는 만화였다. 유랑도서관을 통해서 접하게 되었는데 한권 꼭 사두고 싶다. 뿐만아니라 만화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로 최고일 것 같다.

다 읽고 나서 생각에 잠겼다. 멋진 만화. 우리나라에도 이런 만화가 있었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어른들을 위한 만화가 있는데(야한 만화뿐 아니라). 하나둘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읽어줄 사람이 없다. 책을 사줄 사람이 없다.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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