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의자본재사유화효과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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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22. 논문을 일단락지었습니다. 완성했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군요.
출간될 논문 앞머리에 이 페이지의 존재를 알리겠습니다.

난도는 경제학과 대학원 4학기에 재학 중이며, 2001년 2학기 현재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논문제목은 북한경제의자본재사유화효과분석인데 현재 약 30%정도 공정이 진행 중입니다.
이에, 논문이 작성되어 가는 과정을 노스모키안들과 나눔이 그럼직하다고 판단하여 오늘(10월20일)부터 북한경제의자본재사유화효과분석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 나눔의 시도가 그럼직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앞으로 논문을 쓰실 잠재적 학위 후보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겠고, 저도 돌아보면 새콩달콩 재미있는 기록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노스모키안들의 날카로운 질문으로 논문의 질이 높아진다면 더 좋겠습니다.

간략히 논문의 개요를 설명하겠습니다.

1. CGE모형

1.1. Computable General Equilibrium Model

한 국가의 경제를 방정식 체계로 표현한 다음, 변수를 변화시켜 전체적인 효과를 계산하는 프로그램. 예를 들면, 수입관세를 5%인하하면 우리나라 소득분배에 어떤 영향을 줄까? 혹은 노스모키안의 증가로 담배소비가 급락한다면 담배농가는 어떻게 될까?

1.2. 산업연관표

각 산업들이 주고받은 중간투입물을 표기한 거대한 행렬. 한국은행에서 매년 우리나라 산업연관표를 발표하는데, 1998년엔 402개의 산업으로 분류하였다. 즉, 402X402 행렬이다. 여기에 비산업부문인 정부, 가계, 투자, 수입, 수출 등을 포함하여 일년동안 한 나라에서 행해진 경제활동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사실은 한 눈에 볼 수 없습니다. 너무 커서

1.3. 사회회계행렬

산업연관표를 분석의 목적에 맞게 정리한 또다른 표. 산업연관표에 등장하지 않는 조세, 소득분배와 같은 자료를 첨가할 수 있다.


2. 북한경제

북한은 현존하는 가장 철저한 계획경제국가이다. 가격, 생산량, 임금을 모두 관계당국에서 결정한다. 그리고 생산과 판매의 이윤을 모두 국가가 독점한다. 더 자세히 말하면,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주체가 노동과 자본이라고 가정한다면, 노동이 생산한 부가가치는 민간이 가지지만, 자본이 생산한 부가가치는 모두 국가가 가진다고 설정했다. 시장경제모형에서 노동과 자본의 부가가치 둘 다 민간이 소유하며 국가에 일정한 세금을 내는 걸로 되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데 우리모두 알다시피 북한경제는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후퇴했다. 외적으론 사회주의국가들의 쇠망에 따른 원조와 무역의 부재, 내적으로 경제계획기구의 비효율성이 그 원인이 되겠다.

2.1. 자본재사유화

북한도 개방개혁을 원하는 집단이 있다. 북한이 김정일 독재국가라는 편리한 환상을 접어버리고, 복잡한 권력관계가 얽혀있는 하나의 정치집단으로 볼 필요가 있자. 이 정치집단에서 개방개혁파들은 금강산관광을 유치하고, 나진선봉자유산업지대를 조성하며 자기들의 세를 넓히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의 정치적역량이 성장하여 북한이 경제개혁을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난도가 다루고자 하는 모형에서는 현재 국가가 전유하는 걸로 되어있는 자본소득을 민간소유로 환원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았을때와 그랬을 때의 효과를 분석하는 것이 본 진행중인 논문의 과제가 되겠다. 참고로, 자본소득을 국가가 전유하는 모형은 연세대학교 신동천교수( 난도의 지도교수님 되시겠습니다. )가 1990년도의 북한산업연관표에 기반하여 작성해놓았다.




3. 작성기

3.1. 10월20일

북한의 1999년도 산업연관표를 가지고 사회회계행렬을 작성하던중 문제에 봉착했다. 정부소득이 너무 작아서 민간보조금이 마이너스 수치가 나온 것이다. 깜짝 놀라 데이터를 살펴보니 1990년도에 비해 국민소득은 2/3로, 자본생산량은 1/2로 줄어들었다. 89년부터 98년까지 10년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더니 과연 장난이 아니다. 건네듣던 소식의 북한경제난이 당장 내 논문의 모형작업에 어려움을 줄 줄이야! 그럼 할 수 없다. 보조금을 주기는 커녕 세금을 걷는다고 가정하는 수밖에. 배급제도와 공공행정이 와해직전이라는 북한의 상황이 모델에 들어서는 순간이다.

3.2. 10월21일

제가 쓰고 있는 경제학 논문작업은 크게 세 가지 꼭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이론숙지 : 저같은 경우엔 CGE모형입니다.
* 현실파악 : 북한경제
* 내 아이디어의 명료화 : 북한경제의 개방개혁을 자본재 사유화라는 사태로 환원시킨후 그걸 이론과 현실에 맞게 디자인하기.

위와 같은 세 꼭지 논문작업은 현재 경제학과 석사급에서 가장 흔히 행해지는 형태입니다. 이론만의 서베이 논문이 10%정도 쓰여지고, 현실적 대안을 매우 실질적으로 만들어내는 정책논문도 한 10% 쓰여지는 것 같습니다만, 주로는 제가 하고 있는 작업과 같이 이론으로 현실을 계량화하는 작업을 많이 합니다.

이 세가지 작업을 짧은 시간 내에 끝내려다 보니 세 꼭지가 한꺼번에 돌아가는 혼란이 발생하지요. 그래서 매우 전략적으로 시간을 써야합니다. 오전엔 모형의 방정식체계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져보고, 오후엔 북한경제의 현실을 알려주는 현실적 자료를 서베이하고, 밤엔 내가 발생시키고 내가 해결해야할 내 아이디어의 명료화작업을 해야하고. ( 그리고 노스모크에 보고서 올려야하고 -_- ) 이런 작업들이 머릿속을 떠돌고 있어서 만성적인 조급함과 뭘 해도 불안한 증상이 나타나더군요.

그러고보면 순수한 자기 아이디어만으로 논문을 써대는 천재들이 부럽더군요. 내쉬라는 사람은 박사학위 논문이 두 페이지였다는데 지도교수가 좀 길게 써달라고 사정을 해서 여섯장으로 작성해서 제출했다는데요. 그 논문이 오늘날 게임이론의 기초가 되었답니다. 아마 다른 학문분야에도 그런 전설적인 논문이 존재하겠죠. 그러나 저같은 범재는 孔子의 학습일반론에 충실하는 편이 안전한 것 같습니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배우기만하고 생각을 안 하면 답답하게 되고, 생각만하고 배우지를 않으면 위태롭다.

생각하고 배우고, 배우고 생각하고.... 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Pluralitas non est ponenda sine neccesitate OccamsRazor

3.3. 10월22일

  • 아무개께서 페이지 제목을 바꿔주시다. 맘에 듭니다. 고맙습니다.
  • IMF 조사팀이 97년도에 북한을 방문하고 작성한 <DPRK - Finding Facts Report>를 읽었다. 이 보고서를 구한 경로는 이렇다. 한국은행 북한조사팀에서 작성한 자료를 읽다가 위의 보고서가 인용되었음을 알게 되다 -> 국회도서관과 각종 도서관을 검색했으나 발견 실패 -> 결국 자료작성자에게 이메일 문의 -> 메일로 답하기 곤란하니 전화를 해달라는 이상한 답장을 받음 -> 전화를 드렸더니 한국은행으로 직접 가지러 오라고 하심 -> 방문 및 획득
  • 한국은행에서 돌아오면서 보니 표지에 <Confidential>이라고 적혀있다. 우리말로 대외비이다. 호기심에 가득차서 읽었으나 그다지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음. 사실 내가 만지고 있는 북한99년 산업연관표 자체가 대외비라는데...... 우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기존의 북한 사회회계행렬과 내가 토요일에 작성한 것이 차이가 나는 이유를 알았다. 기존의 것은 생산용 수입재와 최종소비용 수입재를 구분하여 반영했는데 비해, 나는 그것을 구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을 구분할 수 있으려면 수입거래표라는 자료가 필요한데 그걸 어디서 구해야 할 지 모르겠다. 더구나 북한자료라서.

3.4. 10월23일

  • 논문을 상의하는 두 사람이 있다. 지도교수님과 옆 방의 박사과정 선배님. 이 분들과 내 생각을 얘기하다보면 결국 내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귀결되고 있는걸 느낀다. 두 분의 조언을 접수해서 그걸 검정하다보면 결국 내 고민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내가 내 논문에 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북한정부가 보조금을 줄 수 없으며, 수입거래표 없이는 최종수입재 표기가 불가능하다는 내 생각을 두 분에게 확인시키는 작업을 했다. 새로 진도는 나가지 않았지만 내 생각이 더 명료해졌다.

3.5. 10월24일

  • CGE모형을 돌리는 프로그램인 GAMS( General Algebraic Modeling System ) 매뉴얼을 읽다. 거기나온 연습모델을 한 번 작성해서 돌려보았는데, 그 때부터 뭐가 잘 못 된건지 돌아가던 모델들이 돌아가질 않는다. GAMS를 다시 깔고 수차례에 걸친 재부팅을 하는 삽질 끝에, 윈도우즈를 완전히 끄고 DOS 모드에서 돌리면 된다는 편법을 발견하다.
  • 윈도우용 GAMS가 있다는데 무려 800만원! (C8)
  • DOS 모드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 윈도우즈2000부터는 나는 이제 GAMS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인가? 윈도우즈 98 이하의 버젼을 사수하고 있어야할 필요성이 생겼다.

3.6. 10월25일

북한경제모형 방정식 체계의 모수(Parameter)들을 확정하고 있다. 이것만 끝나면 내 모델을 돌릴 수 있는 출발점에 선다. 결정할 모수들은,
  • 소비
    한계대체율 : 각각의 재화를 어떤 비율로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모수. 민간의 것과 과 정부의 것, 두 개를 구해야 한다.
  • 생산과정
    대체탄력성 : 수입재와 국내재를 어떤 비율로 투입하는가에 대한 모수.
  • 생산결과
    변환탄력성 : 생산된 재화가 어느 비율로 수출되고 국내소비되는지에 대한 모수.
와 같다. 현재 봉착한 문제는, 기존모델과 내가 시도중인 모델의 산업분류가 달라서 그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되어 내 모델의 약점은, 많은 상수항들을 남한의 것을 차용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 자료가 실제치가 아니라 추정치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태이다. 추정치는 극단적인 값을 가진다. "0"과 같은......

3.7. Trials & Errors

  • 현재 가지고 있는 북한모형에 남한의 변수를 차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착각했던 이유는 기존 모형이 그렇게 했기 때문인데, 그건 매우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함이었음을 알게된 것입니다.
  • 따라서 북한데이타가 가지고 있는 극단치를 감수하면서 프로그램 내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 GAMS 프로그램을 완전히 숙지하지 못 한 상태에서 모형을 짜려니 잦은 에러가 발생합니다.
  • GAMS에는 에러를 찾아내어 지적해주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는데, compilation error(문법상의 오류), execution error(계산과정에서 드러난 오류, 0으로 나누기를 했다거나), solve error(목적함수를 근본적으로 잘 못 설정한 오류) 이렇게 세 가지 유형의 에러를 지적해줍니다.
  • compilation error는 간신히 잡아냈는데, execution error에서 막혀서 고전 중입니다.
  • 3, 2, 69, 45, 3, 2 .... GAMS가 보고해주는 에러 갯수의 진행상황입니다.

3.8. 11월1일

  • 그동안 속썩이던 에러를 잡았습니다. 쉬운 문제였더군요. 간단한 문법으로 풀리는 문제를 복잡한 문법으로 풀려고 했다가 고생만 했습니다. 지도교수님의 한 마디가 큰 힌트가 되었습니다. 역시 "고수는 달라"라고 생각했으나, 그 고수의 한 마디를 알아듣기 위해 제가 얼마나 많은 골머리를 썩었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무수한 trial and error의 과정이 없었다면 이 결과가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았겠죠.
  • 아무튼 이제 저는 하나의 완결된 모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의 변수와 방정식을 변화시켜 원하는 결과를 얻는 작업은 상대적으로 쉽다고 하는군요. 계속 지켜봐주십시오.
  • 모형 이름은 CHOI(제가 최씨라서) 입니다. 99년도 북한경제의 현재 상황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모형이죠.

3.9. 지지부진

그간 인생을 좀 즐기느라, 모델이 돌아갔다고 여유 좀 부리느라 논문작업이 지지부진했습니다.
그/런/데! 모델이 돌아간게 아니었더군요.
The problem is infeasible 이란 메세지가 분명히 있었는데 그걸 못 봤던 거죠.
문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 non-optimal : 한계변화율이 다른 부호를 가지고 있을때 뜨는 메세지. 식 자체에 심각한 결함.
  • infeasible :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도와주고자 값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지정해주는데, 값이 그 범위 밖으로 벗어났을때 뜨는 메세지. 상하한선 설정을 다시 해주어야 합니다. 입력한 데이터가 옳게 설정되어 있는지도 검토해야 하죠.
방금까지 삽질한 끝에 non-optimal 문제는 잡아냈는데, infeasible 문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긴 시간을 투자해서 잡아내야 겠습니다.

3.10. 11월8일

엑셀로 계산해서 모델에 준 수치들을 모델 속에서 계산시키는 작업을 했습니다.
엑셀이 떨궈버린 소숫점들이 모델 속에서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해서요.

3.11. 11월13일

기존 북한모형에 없던 가계저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습니다.
가계저축이 총 자본량에 더해져야 했었고, 가계저축한계성향이 설정되었어야 했습니다.
이 모든 작업을 완수했지만 infeasibilities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박사과정 선배님이 혹시 데이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고 하십니다.
각 산업이 다른 산업과 자기 자신에게 투입한 비율을 나타내주는 투입산출표를 외생적으로 가져왔는데, 그것을 조정하여 내생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외부에서 데이터를 가져다 쓰면 함수자체는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값이 정수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미묘한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지도교수님 왈, "눈에서 눈물 좀 나야돼"

3.12. 할렐루야

그동안 괴롭히던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초기화조건을 주면서 수출입을 빼먹었더군요. 뭔가 무역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괜히 공연한 방정식 체계만 가지고 눈에 불을 켰더랬습니다.
그동안 지리한 기술적 문제를 지켜봐주신 노스모키안 여러분, 이제부터 실증분석에 들어갑니다.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3.13. trials & errors 2

모형의 초기 셋팅이 완성되면 모든 가격이 1로 설정되고, 모든 총량변수들의 값은 초기값과 같아집니다. 그런데 제 모형의 가격들은 1.5에서 2.0사이에 분포해있더군요. 무슨 문제일까요?

3.14. 할렐루야 2

모형의 마지막 명령어는 solve입니다. 그 뒤에 방정식들의 이름이 죽 따라붙죠. 만약 모든 방정식을 사용할 경우라면 /ALL/이라고 해주면 됩니다. 그런데 저는 그동안 새로운 방정식을 추가해서 묘사해놓고는 solve 명령을 걸어주지 않았던 오류를 범했더군요. /ALL/이라고 써놓고 모형을 돌리는 순간, 모든 값들이 깔끔하게 돌아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사과정 선배님이 조언을 주었습니다. 백만불짜리 조언이었죠.

3.15. 첫 모의실험

본 모형에서 가정하고 있는 열 두개의 산업을 차례로 사유화시켜보았습니다. 즉, 각 산업의 자본소득을 민간으로 돌린거죠. 기본적 결과는 후생증가, 무역수지 소폭개선, GDP 거의 불변 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변동폭은 각 재화의 자본소득량과 산출량에 비례합니다.

  • 후생 : 각 재화의 민간소비량을 가중치만큼 자승을 한 후 곱한 수치
  • 무역수지 : 수출 - 수입
  • GDP : 부가가치의 총합. 즉, 노동과 자본으로 순수하게 새로 생산해낸 가치.
앞으로 90년도의 북한으로도 모의실험을 해 볼 계획입니다. 99년도는 앞선 경제하락성장으로 분석의 편기(bias)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생산성증가, 정부소득을 만회시킬 세금의 도입도 해야할 작업입니다.
거기에 하나씩 사유화시키지 않고 산업의 조합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 도입되면, 앞으로 모의실험을 몇 개나 더 해야할지 모르겠군요. 적당한 수준에서 마무리하긴 해야할텐데.

3.16. 생산성증가

같은 생산요소를 투입해도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은 더 많은 산출물을 내겠죠. 여기서 산출물을 부가가치라고 부릅니다. 부가가치(value added)는 노동과 자본이라는 생산요소가 투여되어 발생합니다. 이 때 생산요소를 산출물로 바꿔주는 방정식이 필요한데, 제 논문에서는 콥-다글라스 함수라는 부가가치 방정식을 사용합니다. 생산성을 증가시킨다는 말은 콥-다글라스 생산함수의 모수를 증가시킨다는 뜻이죠.

그런데 얼마나 많이 증가시킬 것인가? 하루짜리 고민이었습니다.

이전 북한모형 논문들은 남한의 생산함수 모수만큼 증가시켰습니다. 그런데 제가 남한의 값들을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국민계정을 통하여 계산해보니, 북한의 값보다 높지 않게 나오더군요. 콥-다글라스 생산함수의 특징상 생산성 모수의 최대값은 2인데 남북한 모두 1.9 이상의 높은 생산성을 나타내는 산업들이 많았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콥-다글라스 생산함수자체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한계는 한계고, 저는 논문을 써야죠. 그래서 그냥 생산함수 앞에 1.1을 곱해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생산성이 10% 증가했다고 보자는 거죠. 직관적으로는 분명히 의미가 있지만, 엄밀한 논리로는 결함이 있습니다.

생산성을 증가시킨 결과, 사유화만을 진행했을때 거의 변함이 없던 GDP가 뚜렷이 증가했습니다.

3.17. 세금도입 - 직접세

얼마만큼의 세금을 도입하면 사유화 이전의 정부수입을 회복할 수 있을까?
보통 CGE모형에서는 세율을 그냥 외생적으로 결정해 버리지만, 저는 방정식을 만들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그 방정식을 대입시켜서 모형을 돌려보니, 정부수입이 너무 많아 지더군요. 사유화와 세금도입이 그렇게 간단히 산술적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경제의 균형을 흔드는 새로운 균형이 계산되는 것임을 깜빡했던 거죠. 서로 주고받는 무수한 피드백효과를 고려해본 결과 처음에 세운 방정식에 0.7 정도를 곱해주면 적당한 정부수입이 얻어지더군요.

직접세는 가계의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직접세의 부과결과 정부수입이 늘어났고, 효용수준도 초기값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성공적인 결과입니다.

3.18. 세금도입 - 간접세

간접세는 생산활동 자체에 세금을 부과한 것입니다. 직접세와 마찬가지로 정부수입을 회복시켜주는 방정식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놈이 일정 값 이상을 넘어가면 모형의 운전을 방해하더군요. 앞에서 준 값들의 범위를 최대한 풀어놓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역시 하루에 걸친 고민을 한 끝에, 전통적인 CGE모형 운영방법대로 외생적으로 세율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간접세는 얼마일까요? 담배, 술 같은 특별소비세가 붙는 품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10%의 부가가치세가 붙습니다. 그런데 제 북한모형에는 20%내지 25%의 세금을 부과해야 정부수입이 회복되더군요.

직접세와 비교해보면, 정부수입을 증가시키면서, 효용수준과 GDP를 초기값 이하로 갉아먹습니다.

3.19. 논문의 작성

앞에서 모형 돌리느라고 끙끙댄 시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금방(일주일 정도) 글을 썼습니다. 논문에 보고하고자 새로 시도한 모의실험 횟수는 모두 46회. 앞머리에 북한경제의 현황과 변화방향 등 정리하는데 걸린 시간이 약 삼일. GAMS로 계산된 내용을 논문에 보고하기 좋게 엑셀로 만들어 정리하는데 하루. 본론과 결론 쓰는데 걸린 시간 이틀. 참고문헌, 영문초록, 목차 등 잡다한 곳에 들인 시간 하루. 이리하여 논문 포맷으로 총 50 페이지 정도의 가뿐한 논문이 탄생했습니다.

3.20. 결론

북한당국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유화를 도입하려 한다면 어떤 산업이 가장 효과적인가?
: 농업이다. 북한 당국은 이미 협동농장의 독립채산제를 실시하고 있거니와, 개인이 발생시키는 이윤에 대한 인센티브를 좀 더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중국 역시 집단농장을 해체하는 것에서부터 개혁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다는 사실은, 이 점에 대한 또 하나의 예증이다. 그러나 사실상 모든 산업에서 사유화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발생하고 있고 여러 산업에 대한 복합적 사유화의 부작용도 보도된 바 없으므로 반드시 농업 사유화만을 최우선시 할 필요는 없다. 농업의 뒤를 이어 서비스업과 중공업이 사유화로 인한 효과가 큰 산업이다. 한편 경공업의 사유화는 무역수지를 크게 개선시킨다.

사유화가 정부수입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가?
: 그렇지 않다. 직접세가 부과되면 정부수입의 이전 수준 회복과 사유화의 효과가 결코 상충적이지 않다. 이는 현재의 조세 시스템인 기업이익금을 확대하거나 사유화와 연동된 새로운 직접세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사유화 효과를 상쇄시키지 않으면서도 정부수입을 보전할 수 있음을 뜻한다. 단, 현재의 거래수입금에 해당하는 간접세는 경제활동을 왜곡시키면서 정부수입과 사유화효과 사이의 상충효과를 가져온다.

사유화를 시행할 시점은 언제가 좋은가?
: 현재의 상황이 누적된 저성장의 파급효과가 아직 가시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90년도 수준으로 경제가 회복된 후에 사유화를 한다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만약 이차산업(공업)에 대한 사유화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다면 경제지표가 90년도 수준에 이르기까지 기다려도 좋다. 그러나 일차산업에 대한 사유화 시행이 90년도 수준으로의 회복을 좀 더 앞당길 수도 있다. 즉 산업별 단계적 사유화 정책이 가능하다.

만약 사유화 정책과 투자도입이 병행된다면?
: 본 논문에서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투자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국 정부의 달러 원조, 외국 기업의 합작 투자, 국제경제기구의 차관 등 가능한 투자도입 방법을 고려해볼 때, 인센티브 제도의 도입을 전제로 한 투자도입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 시도한 사유화 효과를 투자의 도입과 연동시켜 분석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분석 방법일 것이다.

4. 후기

밀린 일기를 쓰듯이 노스모크에 올리는 작성기를 끝냅니다. 제 논문은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학술지인 <통일연구> 2002년 호에 실리게 됩니다. 특별한 관심이 없는 한 남들에게 읽힐 만한 글이 아닙니다만, 바로 그 특별한 관심이 있는 몇 사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CGE모형으로 논문을 쓰고 있던 어떤 분이 우연히 제 작성기를 여기서 발견하고 제게 문제를 문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분께 답변 메일을 적으며, 이 작성기가 남아있을 가치를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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