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마법에서정의의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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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사회의 도래와 법률문제 - 머드게임을 중심으로(1999년작) --CyberLaw

CyberLaw가 99년 1월 수원지검 검사시보를 하고 있을 시절, ACTOZ라는 게임사의 직원분으로부터 머드게임상 아이템 매매 현상이란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정보를 접한 이후(CyberLaw는 중학교 시절부터 울티마라는 롤플레잉 게임: 온라인 머드게임의 초기모델를 즐겼습니다) 직접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란 게임을 해보는 것은 물론 게임사인 넥슨, 엔씨 측 프로그래머들과 만나고 실지로 피시방에 찾아가거나 길드 게시판등을 돌아다니며 게이머들 또는 게임 동아리 등의 의견을 수집하고 미국의 경우를 알기 위해 뉴욕타임즈 Cyberlaw 컬럼니스트 Kaplan씨와 캘리포니아 소재 정보통신 변호사 Karnow씨에게 위와 같은 가상의 재산권 현상에 대한 법적 의견을 교환하면서 나름대로의 소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99년 10월경에는 이를 바탕으로 벤쳐법률지원센타 개최 [http]온라인게임 활성화 방안에 관한 세미나에 참여 아이템 매매에 관해 박상진 연수생과 공동으로 발표하였었고, 같은 해 11월에는 사법연수원 발간 사법연수지에 "암흑의 마법에서 정의의 칼로" 머드게임을 중심으로 본 가상사회의 규범"란 글을 써서 사법연수 문학상을 받았습니다.이번에 올리는 아티클이 바로 위 수상작 입니다.



1. 가상사회가 펼쳐지고 있다


책상 위에 덩그렁 혼자 놓여있던 컴퓨터에다 전화선만 연결 한 것뿐인 인터넷이 오늘과 같은 엄청난 사회·경제적 그리고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법적 반향을 일으킬 줄 누가 예측했을까? 하지만 현재의 인터넷도 곧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바 그것은 정보의 바다에서 진정한 가상사회로의 탈바꿈이다.

인터넷을 구축하는 기본 소재라 할 프로그래밍 언어의 변화를 보면 여러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문서파일끼리 서로 얼기설기 엮어 언제든지 곧바로 접근할 수 있게 한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에서 시작하여, JAVA를 이용 정보의 송신자와 수신자가 서로 인터렉티브하게 반응을 하도록 만든 D(dynamic)HTML이 나오더니 급기야는 3차원 가상현실 기능을 구현할 VRML (Virtual Reality Markup Language)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인터넷을 구성하는 언어의 변화는 무엇을 말하는가. HTML 환경은 물리적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게 해주었다. 즉 서울에 앉아서도 뉴욕의 쇼핑몰 사이트나 워싱턴 박물관의 자료를 볼 수 있도록 연결해 놓았다. 하지만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여기에 자기의 의사를 전하기는 불편했다. 그러자 쌍방향 기능을 갖춘 D(dynamic)HTML이 나와 상업광고를 바라보는 네티즌의 호감도를 체크할 수 있게 되었고, 온라인 투표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완전한 온라인 삶을 꿈꾸는 네티즌은 시간, 공간의 제약 외에 더 나아간 무엇을 꿈꾸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현실에서의 인간-나 자신의 제약을 벗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최근 인터넷에서 이메일, BBS, 유즈넷, 포탈사이트 전 영역에서 정보검색에서 벗어나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끼는 커뮤니티가 강조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보인다.

그렇다면 이를 구현할 언어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바로 VRML(Virtual Reality Markup Language)이 그것이다! VRML은 물리적 삶 속의 갇혀있는 인간을 온라인 상에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인간의 만남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등장한 인터넷 프로그램 언어이기 때문이다.

아직 인터넷의 주류적 언어는 HTML과 D(dynamic)HTML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VRML로 이루어질 가까운 미래의 인터넷의 모습을 지금 찾아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VRML로 만들어질 미래사회의 출발을 알리는 다음과 같은 총성이 이미 울려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2. 사이버 인격(avatar 또는 persona)과 디지털 재산(virtual property)의 등장


2.1. 첫째 총성은 도메인 네임의 재산화이다.

도메인네임은 원래 인터넷상에서 사용자 또는 호스트 주소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으로 물리적 공간에서의 우편번호와 같은 기능을 목적을 했었다. 따라서 도메인네임의 순수 의도는 그저 정보바다의 길라잡이 등대 역할뿐이었다. 그러나 네티즌 사이에서 도메인네임이 쉽게 기억되고 현실에서의 상표처럼 출처표시기능, 신용담보기능이 생기자 발빠른 네티즌 중에서는 도메인네임을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팔기'위해서 등록해두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등장했다. EXXON-MOBIL.COM을 미리 확보하여 되판 어느 한국인의 일화, 최근 청바지 회사 NIX에서 도메인네임을 2억원에 응모한 것을 예로 들겠다.

도메인네임은 가상사회로의 진입문 역할을 하는데 바로 여기에 가치가 붙고 그 다음 이 가치에 재산성이 부여된 것이다. 물리적 세계에서 재산가치가 없는 우편번호나 전화번호와 비슷하게 시작된 도메인네임이 당당히 법에 의해 재산으로 보호되는 상표유사의 것으로 변화된 것이다.

2.2. 두 번째 총성은 사이버 머니의 등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네띠앙(www.netian.com)과 골드뱅크(www.goldbamk.co.kr)에서 도입된 사이버 머니 제도는 이제는 대부분의 쇼핑몰과 회원제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투어 생겨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사이버 머니는 실제 화폐를 기반으로 하여 강제통용력을 가진 제2의 통화를 지향하는 미국의 Cyber Cash나 영국의 Mondex와는 성격을 전혀 달리하는 것으로 특정 인터넷 사회( 그것은 네띠앙같은 포탈(관문)사이트일 수도 있고, 골드 뱅크같은 종합 쇼핑몰사이트일 수도 있다) 내부에서 마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마다 점수를 누적하여 경품이나 다른 혜택을 주는 것과 같은 원리로 회원 계약에 의해 발행되어 그 회원끼리 통용되는 가상의 가치상당액을 말한다.

사이버 머니를 발행하는 기준은 각 가상 사회마다 다른데, 대체로 해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상품을 많이 구입하거나, 설문조사에 많이 참여하거나, 게시물 자료 게재를 열심히 하거나, 동호회활동을 잘하면 소프트웨어적으로 이와 같은 네티즌들의 사이버 활동을 일일이 체크해 그에 상당하는 사이버 머니로 적립해 주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모아진 사이버 머니는 현실세계의 돈처럼 원하는 사람에게 증여할 수도 있고 사이버 복권을 사서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할 수도 있다. 삼성쇼핑몰이나 채널아이처럼 일정한 액수가 되면 아예 현금으로 돌려주는 곳도 있다.

그 활용공간도 당해 사이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각 사이트끼리의 제휴를 통해 사이버 머니를 쓸 수 있는 공간을 넓혀나가고 있는 추세다. 이대로라면 주유소 경품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사이버 머니가 일본의 엔화나 미국의 달러화처럼 사이버 공간에만 통용되는 또 하나의 화폐로 여겨지고 사이버 머니와 현실 화폐간의 환율제도도 도입될지 모른다.

3. 세 번째 총성은 위의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1) 온라인 머드게임의 발달이다.


온라인 머드게임이란 수천, 수만 명의 이용자가 인터넷 등의 전산망을 통하여 동일한 게임 서버에 실시간으로 접속하여 들어가 그 게임 안에서 자기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사이버 인격{이하 아바타(avatar)2)라 한다}을 통해 또 다른 누군가를 나타내는 다른 아바타들과 어울리는 대규모 사회적 게임을 뜻한다.

머드(MUD, Multi-User Dimension 또는 Multi-User Dungeon)게임 역시 앞서 본 인터넷 언어의 발달사처럼 초기에는 텍스트에 기초하여 이루어졌으나 오늘날 PC사양의 고급화와 네트워크 속도의 향상으로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와 쌍방향 동시 게임을 지원하는 현재의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온라인게임은 오락실 오락 등 기존의 게임처럼 '일전(一戰)' 중심이 아니라, 더불어 '성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컨셉트로 운영된다. 게임 속에 각기 그 직업(마법사, 기사, 도둑, 상인 등)이 있어 그 직분을 다하면서 같은 게임 속의 수천, 수만 명의 다른 이용자들과 동고동락을 함께 하고 때론 싸우고 때론 사랑하고 결혼도 하면서 이루어 가는, 이른바 가상사회(Virtual Society) 형태로 게임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온라인 게임의 시장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3000명이 동시 접속해 즐기는 온라인게임의 고전 울티마 온라인이란 게임을 만든 미국 EA사는 작년 12억 달러(1조4000억원)의 매출과 2190만 달러(26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는 국내 온라인게임 중 최초로 올 4월 동시접속 4000명 및 유료이용자 20만명 돌파하였고 이외에도 리니지, 미르의 전설, 영웅문, 조선협객전과 같은 국내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를 합친다면 모두 100만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이용자가 수십 만 명에 달하는 하나의 거대한 독립사회를 만들어낸 게임인지라 그 속을 보면 나름대로의 질서를 잡는 두 개의 규칙 즉, 가상사회 안의 게이머들끼리 형성해낸 규칙과 울티마를 프로그래밍한 게임사가 설정한 규칙 양자에 의해 게임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기존의 게임 속 규칙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겨났는데 그것은 게임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요구되는 아바타 계정 {고유의 명칭(ID)과 비밀번호로 구성됨}이 마치 도메인네임이 거래되듯 수십 만원에 매매되고 있고, 게임 속 아이템(가상자아가 소지하는 물건 예컨대 칼, 방패, 망토, 약물, 보석, 금화 등)이 PC방 등지에서 사이버 머니처럼 현금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게임이 커지고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더욱 현실세계와 닮아감3)에 따라 가상세계와 물리적 세계와의 혼재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4. 아바타 계정 및 아이템 매매의 실제


아바타 계정(account 또는 ID와 비밀번호)의 매매는 기존의 게이머가 이를 구입하고자 하는 이에게 자기 ID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대신 대가(실제 돈 또는 가상게임 속 아이템)를 받는 식으로 이뤄지며 이 경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매 당시 그 아바타가 소지한 아이템이 전부 매수인에게 양도된다. 아이템만의 양도도 가능한데, 게임 속에서 아바타끼리 만나 서로 물건주기 기능을 통해 예컨대 돈과 방패를 교환하면 된다. 중세유럽을 배경으로 한 울티마 온라인이란 게임에서는 아바타가 자기 집과 성을 소유할 수 있기에 이와 같은 가상 부동산도 온라인 경매 사이트인 eBay 등지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실정이다.

다음은 국내 어느 온라인 게임에 관한 계정과 아이템을 팔겠다고 어느 게시판에 광고한 글의 일부를 옮긴 것이다.

''저한테 계정 좀 파세엽.`~~

아님 저랑 계정 교환좀 부탁 드려엽.~~!!!!

참고로 제 계정 케릭4)은..

여자 기사 16/12/18 Level 32 ac-10 +1일도

여자 요정 14/14/14 Level 20 ac1(ㅡㅡ+ 활 들구 다님)

참..글구...저 두 케릭 다 무지 착하게 키운거예여...

절대 누구 원한 가진 사람 엄뜸.... (난 너무 착하게 사랐떠...ㅠ.ㅠ)

계정 교환 할분은 케릭 저렙이라도 괜찬으니깐...연락 주세엽

글구 계정만 팔사람 덜도 연락 주세엽...

계정은 한 4만원정도 예상해엽....(ㅡㅡ++ 배고픈 학생이랍니당....ㅠ.ㅠ)

그러니....여러분덜...사회 봉사하는셈치구..제발...저한테

계정좀 파세엽.....''


(이 아래에 핸드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가 붙어 있었으나 여기서는 삭제함)


선뜻 이해 안 가시는 분도 많으리라본다. 게임을 할려면 자기가 하면 되지, 무엇 하러 남이 쓰던 중고 아바타를 굳이 돈주고 사겠다는 것인지, 그리고 활과 같은 아이템은 무엇 하러 사는지 등등.

이에 대한 설명은 조금 더 뒷부분에 하기로 하고, 여하간 위와 같이 계정과 아이템의 매매가 이뤄지고 있는데 문제는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이를 둘러싼 사기, 절도, 그리고 욕설이 난무하여 게임속 질서가 엉망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급기야는 다음의 기사처럼 게이머가 실제로 경찰에 의해 불구속되는 일까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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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성동경찰서는 부정하게 절취한 온라인게임인 「리니지」의 게임 속 아이템을 팔아 넘기려 했던 고교생 2명을 ①컴퓨터사용사기죄, ②전산망보호조치침해 및 훼손(정보통신망 이용촉진에 관 한 법률 19조 3항)③ 타인의 정보훼손, 침해, 도용(위 법 22조)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자주 들르던 PC게임방에서 이 업소 주인 지씨의 ID와 패스워드를 알아내 타 게임방에서 지씨의 ID로 접속한 뒤 그 동안 지씨가 그 동안 정성스럽게 축적했던 각종 아이템을 자신들의 ID에 옮겨 놓고 이를 20만원 가량에 팔아넘기려 했다.

경찰은 도난당한 자신의 아이템을 찾아달라는 지씨의 신고에 따라 게임제작사인 엔씨소프트의 협조로 ID를 역추적한 끝에 이들을 검거했으며 이 사건은 사이버시대의 새로운 절도사건으로 기록됐다. 심한 경우에는 이렇게 부정하게 절취한 능력치나 아이템을 한 사람뿐 아니라 다수의 사람에게 중복 판매한 뒤 종적을 감춰 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전자신문 99년 8월 12일자 기사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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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과연 위와 같은 계정 및 아이템의 매매현상이 원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왜 게이머들은 현실과 가상간의 혼동을 일으키는 가에 대해 살펴본다.

5. 아바타 계정 및 아이템 매매의 원인-온라인 게임의 구조


앞서 말했듯이 온라인 머드게임은 다른 류의 게임과 달리 게임의 엔딩이나 프로그래머에 의해 설정되어진 게임의 목적이란 것이 없다. 즉 적의 보스를 죽인다 든가(슈팅/파이팅 게임), 야구경기처럼 9회라는 시간 제한이라든가(스포츠 게임), 네트워크 게임5)인 스타 크래프트처럼 상대기지를 초토화한다(전략시뮬레이션 게임)해서 게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게임사는 머드게임 속에 가상의 나라를 짓고 그 안에 적당히 도시와 강, 산맥, 동굴 등을 만들어 놓은 뒤 일정 수의 괴물('몹'이라 함)이나 사냥감용 동물 몇 군집을 풀어놓으면 그걸로 사실상 그 임무는 다한 것이 된다.(영화 메트릭스나 트루먼 쇼의 통제자(GOD)를 닮은 존재가 바로 게임사이다) 게임의 운영은 전부 머드 게임 속으로 접속해 들어온 게이머들끼리 게임 속 채팅창을 통한 대화로 스스로의 룰을 만들어 자기들끼리 함께 사냥하러가고, 괴물 잡으러 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셰리 터클 미국 MIT대학 과학사회학 교수는 그의 대표저작 '화면 위의 삶(Life on the Screen)’에서 '게임은 의사소통이다’고 말한바 머드게임에서 그의 말은 가장 찬란한 빛을 발휘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특성을 게임의 자유도라고 하는바 머드게임은 슈팅게임이나 어드벤쳐게임 등 어느 다른 게임보다 더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다.

문제는 처음 시작하는 게이머의 아바타는 힘도 약하고 가진 것도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온라인 게임은 성장게임이기에 괴물과 싸우거나 사냥을 많이 하여 돈을 벌고 경험치를 높여야 다음 레벨(1에서 시작 최고 100레벨)로 승급된다. 보통 처음 시작한 아바타들은 고레벨의 다른 아바타에게 무기쓰는 법, 사냥하는 법 등을 배우거나 물어서 하나씩 밟아 나아가면서 레벨상승을 하곤 한다. 머드 초기에는 고레벨의 아바타들이 신참 아바타들에게 자기가 안 쓰는 아이템도 주고 돈도 주고 하여 별 문제가 없었는데 점점 게이머의 숫자가 늘고 거기에 따라 사냥감의 숫자가 늘 모자라게 되고, 또 컴퓨터 프로그래밍된 괴물과 싸우는 것에 재미를 잃어버린 고레벨 게이머들이 늘어나 이제 그 대상을 사람이 조종하는 다른 아바타로 삼음에 따라 약육강식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언제 자신의 아이템을 다른 아바타가 자신의 아바타를 죽이고{이를 PK(player killing}이라 함} 뺏어 갈지 모른다는 두려움, 나도 당했으니 하루 빨리 무슨 수를 쓰더라도 고수가 되고자 하는 갈망(정상적으로 노력해서 레벨을 올리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에), 이러한 심리가 게임사회에 번져감에 따라 저레벨의 아바타를 소지한 게이머들은 게임에 지친 고레벨의 아바타에게 접근 나에게 그가 가진 고급 무기나 아니면 통째로 그 고레벨의 아바타 계정을 현금을 줄 터이니 팔라고 하기 시작했고, 또 이런 매매가 일어나자 전문적으로 밤낮없이 레벨상승시켜 다른 이에게 팔기 위해서 아바타를 만드는 아바타 장사꾼이 등장하고 급기야 위의 전자신문 기사와 같은 해킹 사건도 일어난 것이다.6)

특히 리니지라는 게임에서는 반왕(反王)제도가 게임의 주된 동기부여인데, 이는 현재의 왕을 타도하는 것을 권유하는 체제를 뜻한다. 그리하여 왕위 찬탈에 성공하면 곧 다른 이로부터 이제는 타도의 대상이되고, 이런 식으로 게임이 순환되기에 그 곳에서는 힘의 논리가 팽배해져 있다. 이렇듯 위 매매현상의 이면에는 온라인 게임에 독특한 무엇이 담겨져 있다.

6. 아바타 계정 및 아이템 매매를 둘러싼 어려운 문제들


대개의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은 아바타 계정의 매매와 아이템 매매 자체를 약관에서 금지하고 있다. 이와 달리 게이머들은 아바타는 자신이 만든 것이며 아이템 역시 이를 얻기 위하여 게임 속에서 엄청난 노력과 많은 시간을 쏟아 분 것이기에 이에 대한 모종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어 팽팽한 대치국면이 형성된 현실이다. 특히 현금을 주고 아바타나 아이템을 넘겨받은 게이머들은 더욱 더 자기가 산 것에 대해 강한 소유욕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게임사들은 기본적으로 약관에 위배하여 통해진 매매 자체를 승인하지 않고7) 발각시 해당 아바타의 계정을 삭제조치하고 있다. 그리고 약관에는 위와 같은 매매로 인한 책임에서 게임사를 면책시키고 있다. 지금도 온라인 게임사의 인터넷 사이트에 가보면 누군가에 의해 아바타 계정을 해킹당하거나 게임 속에서 사기를 당하거나 이중매매로 피해를 입은 게이머들이 게임회사를 상대로 구제조치를 요구하는 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양자간 기본 인식의 차이는 게임사는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게임 속에서 즐기는 것에 게임비용을 낸 것일 뿐 아바타나 아이템 자체에 대한 게이머의 권리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임에 반해 게이머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도메인네임이나 사이버 머니와 같이 이들은 이 새로운 디지털 재산을 '사용'하는데 그치지 아니하고 '교환'가치까지 부여한 가상의 재산권으로 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양자간의 인식차가 타협을 이루기 힘든 상황 속에서 또 다른 어려운 이슈가 하나 등장했는데 그것은 아바타라는 존재의 묘함이다. 아바타는 게임 속 사회에서 인식되는 또 하나의 자아이다. 인터넷 속 익명성이 주는 자유로움과 유사하게 아바타도 꼭 현실의 자아를 닮아야 한다는 구속이 없다. 현실에서의 필자는 남자, 한국인, 사법연수생이지만 게임 속에서는 여자, 중세 독일인, 음유시인일 수 있다. 이름도 물론 현실의 것과 같지 않아도 된다.

이런 자유로운 '또 다른 나'인 아바타를 과연 다른 게이머에게 팔 수 있는 것인가? 게임 속에서도 나를 표상하는 아바타를 둘러싸고 많은 인간(정확히는 아바타)관계가 형성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뚝 잘라져서 내가 조정하던 아바타를 다른 게이머가 사가지고 조정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한편, 매매를 금지한다고 아바타를 게임사가 말도 없이 삭제(아바타에겐 사형에 해당)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앞서 인용했던 계정 매매 광고 중간부분을 다시 보면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참..글구...저 두 케릭 다 무지 착하게 키운거예여...

절대 누구 원한 가진 사람 엄뜸.... (난 너무 착하게 사랐떠...ㅠ.ㅠ)

이 말은 자기가 위 아바타(케릭)를 처음 만들어 키워 지금 파는 시점에 이르기까지 다른 아바타들에게 원한 질 만한 나쁜 짓을 안했다는 것이다. 위 매도인의 경우는 그래도 광고를 성실히 한 편인데 게임 속 실컷 나쁜 짓을 해서 거의 몰매 맞기 직전의 악명 높은 아바타를 남에게 비싼 현금을 주고 판 경우도 많다. 이 경우는 매수인이 게임 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왕따 당하고 심하면 PK 당하게 된다. 이처럼 자기의 분신이라 할 아바타를 파는 것이 윤리적이냐의 문제 (법적으로 재구성하면 채권의 양도가능성문제중 일신전속성의 판단문제) 뿐만 아니라 매매를 허용한다 할 경우에도 아바타의 나쁜 전력에 일종의 하자 담보적 성격을 인정할 것인 가도 아바타 매매에 딸린 고민거리라 하겠다.

7. LambdaMOO에서의 실험과 실패-가상 강간 사건


위 사건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 머드인 람다무(LambdaMOO)의 한 방에서 Mr. Bungle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이 남성 아바타가 같은 방에 있던 두 명의 여성 아바타를 성적으로 유린한 것을 말한다.

Mr. Bungle이란 아바타는 어느날 람다무 속에서 아무런 정당한 이유 없이 갑자기 성적 추행을 시작했는데 그는 부두 인형(voodoo doll)이라는 것을 가지고 같은 방에 있던 legba라는 아이디의 여성을 강제적으로 자신과 성행위를 하게끔 만들었다. 얼마 후에 그는 부두 인형만을 방에 두고 그 방에서 몸을 빼어 사라지고는 밖에서 그 부두 인형을 계속 조종하여 이번에는 Starsinger라는 아이디의 여성 아바타를 성추행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 Mr. Bungle은 이 여성들을 서로 강제적으로 성교하도록 시켰다.

이와 같은 Mr. Bungle의 잔혹 행위는 Zippy라고 불리는 한 위저드(머드나 무와 같은 가상 사회형 게임에서 일반 플레이어들보다 더 많은 힘을 갖는 사람 - 보통 시스템 관리자나 회원들이 선출한 대표들이다)가 나타나 자신의 마술로 Mr. Bungle과 그의 부두 인형을 새장 속에 가두어 버리고 나서야 끝이 났다.

람다무 사회의 아바타들은 Mr. Bungle의 처벌과 향후 대비책을 놓고 가상 사회에 대한 온갖 주장과 이념을 가진 아바타들간에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는 정치 무대로 돌변하였고, 가상 사회에서의 반사회적 행동에 대한 대비책과 기타 여러 사회적 제도 장치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채팅이나 하는 놀이터에 불과했던 람다무가에서 진정한 하나의 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풀리지 않는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Mr. Bungle이라는 아바타는 그 세계에서 추방되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위 람다무의 아바타들은 종래 운영진이나 고레벨의 게이머가 무소불위 귀족처럼 행세하고 돌아다니다 사회문제(예컨대 욕설, 부당한 PK)를 발견하면 전적으로 그의 의사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는 위저드(wizard) 제도의 한계를 성토하며 그 대안을 모색하였다.

람다무가 커져가고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그들은 보다 민주적인 절차를 만들고자 했는데, 그것은 일정수의 아바타들이 서명을 받게 되면 그들이 일종의 입법안을 공개 게시판에 붙여 일정수의 찬반투표로 그 가부를 결정짓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여 통과된 법안은 게임사도 지켜 그에 따른 기술적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되어있었다.

위 새로운 제도를 놓고 투표를 한 결과 과반수는 넘었으나 3분의 2의 득표에는 달하지 못해 위 제도는 부결되었다. 위 민주적 제도의 도입이 실패하자 대신 위 람다무의 운영진은 아바타 제도에 대한 대대적 수정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아바타의 책임(accountability)감을 강조하기 위해 다중인격성(multiplicity: 익명성과 유사하게 가상사회에서는 현실 삶의 흔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속성, 예컨대 나는 지킬 박사같은 아바타와 하이드 박사같은 아바타처럼 2개 또는 그 이상을 만들어 놀 수 있다)에 손질을 가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현실세계에서 인격정보와 그가 등록한 가상사회 속 아바타의 등록정보를 일치시키고 바꾸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일종의 실명제의 도입이다, 종전에는 계정 등록시 주민등록번호, 주소, 신용카드 번호 등의 연락처 기재가 필요 요건이 아니었으나 앞으로는 이를 입력해야 아바타 계정을 부여했고 아바타도 1개만 허용하는 식으로 아바타의 자유를 억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하버드 로스쿨의 Lesssig교수와 MIT대의 Mnookin 교수는 위와 같이 가상세계를 현실세계와 동일하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 달리 말해 책임을 물리기 위해 현실에서의 몸처럼 가상의 몸인 아바타도 불변의, 고정된, 일관성있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상상력의 빈곤을 이유로 가상세계가 가져다 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쉽게 포기하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즉 현실 인간들이 날 때부터 몸에 달고 다녀야 할 부조리한 사회적 터부들(인종, 성별, 국적, 경재력, 사회순응도, 기호 등)을 가상사회 속에서도 계속하여 달고 다녀야 한다면 그러한 가상사회는 따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그들은 비판하였다.

8. 머드게임(가상사회)에 적용되어야 할 규범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위 람다무의 실험은 가상사회의 장점을 훼손시켰다는 점에서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우리는 실험을 계속하여야 할 것이다. 아바타 계정 및 아이템 매매의 문제는 람다무에서의 강간사건보다 더 현실로 삐쳐 나와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게임 속 혼돈을 방치하게 되면 수십 만에 이르는 나이 어린 국내 게이머의 정신감정에 부정적인 영향(모로 가도 힘만 쌔면 된다는 사고에 젖게 됨)을 심어주게 되고, 나아가 국내 온라인 게임의 쇠퇴 종국에는 한국적 가상사회의 좌절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암흑의 마법으로 처리되던 그러한 시절을 뚫고 나와 바야흐로 정의의 칼을 뽑아야 할 시점인 것이다. 그러면 정의의 칼은 어떤 칼이어야 하는가. 람다무 속의 강간범 Mr. Bungle을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로 처벌하고 가상절도범인 고등학생을 형법 제 329조의 절도죄로 처벌하면 게임 속에 정의가 서광처럼 빛나게 될 것인가?

과연 머드게임 속의 분쟁을 해결할 가장 공정한 칼은 어느 것일까? 아래와 같은 세 가지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8.1. 첫째, 게임 외부의 현실 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게임 속에서 아바타가 느끼는 그대로 현실 법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더구나 형법은 죄형법정주의라는 대원칙에 걸려 아바타를 물리적 세계의 인간과 동일한 것으로 보지 못하므로 Mr. Bungle에게는 강간죄는 인정되지 않고 다만 폭행, 모욕, 또는 성희롱으로 처벌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글 앞부분에 나왔던 신문기사처럼 사이버절도도 훔친 아이템인 칼, 방패 등은 현실측면에서 볼 때 물건(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가능한 자연력)으로 해석할 수 없기에 궁여지책으로 해킹을 처벌하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으로 가게된 것이 보인다 (다만 컴퓨터사용사기죄에 대해서는 후술하겠음).

현실 법의 적용상 문제는 가상의 아바타가 느끼는 법(여기서 법은 법전에 인쇄된 것이 아닌 공정함이라는 인류의 감정을 의미)감정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위 강간 피해자인 아바타가 당한 충격은 단순히 성희롱에 그치지 아니할 것이며 절도 당한 아바타의 충격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절도가 아니라 해킹으로 보면 피해자는 게임사이지 아이템 빼앗긴 아바타는 아니라는 이상한 결과가 나온다. 더욱이 성전환수술로 여성으로 바꾼 남자(?)를 강간한 사례에서 우리나라 대법원은 성염색체가 XY인 이상 수술에도 불구 남자이므로 강간이 아니라고 한 판결에 비추어 보면 가상사회속 성별 전환 등의 마법과도 같은 일들을 현실계의 법으로는 도대체 담아내기 힘들 듯 싶다.

결국 현실세계의 법으로 가상세계 속 문제를 다루기에는 너무 관련 법규정이 정비되어 있지 않으며(남의 아바타 비밀번호를 훔쳐 게임 속에서 절도, 강간, 폭행, 욕설 등의 행위를 하여도 모두 똑같이 해킹죄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 또 만일 해킹 안하고 순전히 게임 속에서만 남의 아이템을 훔치면 어떻게 처벌 할건지?), 거꾸로 정비를 잘 갖추게 되면 이는 가상세계란 끓는 쇠를 현실세계의 거푸집에다 굳혀 내는 것과 같아서 이 역시 게임 속의 자유도를 해치는 결과를 낳으므로(왜냐면 게임을 현실처럼 만들기는 쉬우나 현실을 게임처럼 만들 수는 없기에) 마찬가지로 바람직하지 않게 된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또한 머드게임은 인터넷 베이스라 꼭 우리나라 사람만이 즐기는 것이 아니다, 당장 미국의 울티마 온라인이라는 게임이 국내 상륙해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바람의 나라"라는 온라인 게임을 만든 넥슨은 올 9월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현실계라는 외부에서 보면 복잡 다기하기 그지없는 이 공간(물론 접속해 들어간 게이머 사이에는 아무런 이상할 것 없는 동질적 공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자국내의 골프클럽처럼 볼 것인가, 아니면 교회나 대학같은 자치단체로 볼 것인가, 또 다른 국가유사의 단체로 볼 것인가, 아니면 그냥 게임은 게임으로 볼 것인가? 법률가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8.2. 둘째, 현실과 게임 속 중간에 위치한 게임사가 기술, 시스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은 ID 실명제 또는 ID와 이메일 연계제(특정 아바타에 대한 비밀번호관리, 이벤트 소식제공, 기타 모든 고충처리를 특정 이메일로만 전해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실명제의 효과를 거두는 것)를 통하여 현실 인격과 가상인격을 단단히 엮는 방법을 들 수 있다. 본 제도의 주된 효과는 아바타를 아무리 삭제해도 그가 새로이 다른 아바타로 재등록하여 동일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아바타가 아니라 그를 조정하는 게이머(현실인간)자체의 재진입을 막아버린다는 점이다.8)

이밖에 PK 자체를 기술적으로 금지하는 방법(문제는 PK도 가상사회에서는 있을 수 있고 또 재미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강하다), 음란용어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필터링 소프트웨어를 통해 게임 내 욕설이나 음란한 말을 원천 봉쇄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시도되고 있다.

이 방안의 문제는 규범이란 것이 완전히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에 의해 완전히 대체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판사나 검사도 컴퓨터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지만 가상사회 건 실제세계 건 분쟁의 모습은 하나같이 똑같은 것이 없고 다 나름대로의 정상을 고려할 점이 있기 마련이다. 이 점은 결국 인간에 의해서만 심판되어질 수밖에 없다. 형사소송에서의 양형제도는 이러한 지혜의 산물이라 하겠다. 너무 딱딱한 정의의 칼은 달리 보면 폭력의 칼처럼 부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8.3. 셋째, 게임 내에서 아바타들이 스스로 분쟁해결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예컨대 울티마 온라인에서는 나쁜 짓(초보 아바타를 재미로 죽이거나, 남의 아이템을 훔친 경우)을 한 아바타의 색깔을 회색으로 바뀌어지게 하면 그 때부터는 게임 안의 모든 다른 아바타들은 그 회색 아바타를 정당하게 처단할 수 있게 한 것을 들 수 있다. 게임 내의 분쟁해결제도는 아직 그 모습이 구체적이지 않고 생성중인 규범 방안9)이라 하겠다. 아바타라는 새로운 가상육체의 장점을 살리면서 동시에 가상사회의 반규범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동시에 지울 수 있는 제도는 과연 가능할 것인가? 결국 그 답은 게이머의 상상력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이 위 세 번째 방안의 한계이자 희망인 것이다.

9. 정의의 칼을 세우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의 수레바퀴를 돌려라


다시 도메인네임과 사이버 머니로 머리를 돌려보자, 이쪽에서 진행되는 논의도 도움이 될지 모르므로. 다만 사이버 머니는 가장 최근에 등장하였기에 현재로서는 큰 논의는 없고 잠재되어 있을 따름이다. 도메인네임은 현재 WIPO(국제지적재산권기구)에서 도메인네임의 등록과 관리권한을 민간법인체인 ICANN(Internet Corporation Assigning Names & Numbers) 에 일임하여 도메인 정책에 관한 재량을 인정하되 현실계의 상표와의 충돌문제(미리 도메인네임 선점하여 되파는 사이버 봉이 김선달 문제)에 관하여는 ICANN으로 하여금 적절한 조치(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최대 형벌은 도메인네임 삭제임)를 취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이 점을 앞서 아바타 매매문제에 응용해 본다면 원칙적으로 아바타 계정 관리는 게임사에게 일임하되 현실계로 그 파장이 생기면 그 침투부분에 대해서 게임사가 조치를 취하게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원론적으로는 게임의 문제에 대해서도 위의 방안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다음의 점이 반드시 참작되어야 할 것이다.

현실계의 인간과 달리 아바타는 뛰어난 장점(달리보면 단점)이 있다. 우리 형법의 정신은 죄를 미워하지 사람을 미워하지 않게끔 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육체는 완전히 바꾸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도소에 다녀오면 그 것이 어느덧 몸에 낙인(아무리 호적이나 신분기록에 범죄전력을 지운다 해도 소용없다)이 되어 결국 재활을 어렵게 만든다. 반면 아바타는 삭제되어도 다른 아바타로 들어가 얼마든지 그가 만일 새사람이 되고자 맘을 고쳐먹으면 진정한 새 삶이 보장된다는 면이 있다(물론 이 점은 악용 가능하다).

사실 범죄는 그것이 가상의 것이든 현실의 것이든 구조적 측면에서 불가피하게 생성되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앞서 본 것과 같이 약육강식의 게임 구조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 레벨을 높이기 위해 남을 죽이고 아이템을 뺏는 일이 생기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은 제도의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문제가 게임사가 기술적 수단을 동원하면, 또는 경찰서로 가서 신고하면 눈 녹듯이 해결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과 같다고 본다. 먼저 게임내부의 사회흐름과 경제흐름에 대한 반성과 참여한 아바타들로부터 Feed Back을 받아 게임을 보다 즐거운 환경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범죄는 어찌 보면 정상적인 것이다, 우리에게 죽음이 오기 전에 먼저 작은 질병이 찾아와 약을 먹도록 하여 건강을 되찾게 하듯이 게임사회에 참여한 모든 이는 분쟁에 관해 끊임없는 사회적 고민을 하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할 책임을 공유함을 인식하여야 한다.

이 점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사이버 절도범에 대하여 컴퓨터 사용사기죄를 적용한 것은 진지한 고민과정 없이 현실 법규정을 만연히 적용한 듯하다. 형법 제347조의2 컴퓨터등 사용사기죄란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있다. 사이버 절도에 이를 적용한다는 것은 위 가상절도의 피해품인 아이템을 현실계에서도 재산상 이익으로 본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과연 아이템이 현실계에서 재산상 이익과 동일한 것인가? 재산상 이익으로 보면 다음의 난해한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날 것이다.

해킹 없이 게임내부에서 도둑이(게임상 허용된 케릭터) 남의 아이템을 훔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해킹하여 그 아바타 행세를 한 다음 뻔히 도둑질 당할 곳에 그 아바타를 가져다 놓아 뺏기게 하는 것은 무슨 죄로 처벌할 것인가? 아이템에 재산상 가치가 있다면 게임 속에서 다른 아이템으로 거짓말로 속여 싸게 산 아바타도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될 것인가? (절도죄와 달리 사기죄는 재물뿐만 아니라 재산상이익도 처벌함)

그것이 재산상 이익이라면 정상 매매한 경우 이것에 대해 세금을 물릴 것인가? 특히 게임의 재미를 위해 아이템의 가격치를 바꿀 수 있는 아이템 밸런싱(balancing)권이 게임 프로그래머의 고유권한으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데 아이템에 재산상 이익을 인정하고도 계속하여 이와 같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겠는가? (* 이상의 문제들은 앞서 본 사이버 머니에도 똑같이 생겨 날 수 있다 )

위의 리니지 가상절도 사건은 결국 게임사와 게이머 모두 그 동안 게임을 즐기기 위한 것으로만 인식하고 양적 팽창을 꾀했을 뿐, 진정한 가상사회로 탈바꿈하기 위해서 마땅히 두었어야 할 자생적 분쟁해결제도를 소홀히 한데서 나온 업보라 본다10).

그동안 우리나라 머드게임 속에는 레벨 업을 위한 각종 장치들은 무수하게 많이 만들어 놓았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받아 낙오되는 아바타들을 위해 따뜻한 쉴 곳 하나 변변히 마련해 주질 않아 왔다. 그래서 갈 곳 없는 아바타가 스스로의 자유를 저버리고11) 게이머의 몸을 빌어 현실의 법에 피해구제를 호소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그 해결책은 형법 속에 있지 않다고 본다.

정의의 칼은 (다른 곳이 아닌) 암흑의 마법(가상사회) 속에서 나와야 한다는 나의 바람을 타이핑하면서 키보드에서 손을 뗀다.12)


1) DomainName은 현실에서 가상세계로의 출입구 역할을 한다. 이점은 머드게임 속의 ID 혹은 계정( account)과 같은 기능이다, 한편 사이버 머니는 일단 사이버 속에 들어간 후 그 안에서 통용되는 돈을 뜻하는 바 이점은 머드게임 속의 아이템과 같은 기능이라 하겠다. 따라서 필자의 생각은 머드 게임 속을 잘 관찰하면 위 모두에 대한 무언가의 해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2) 아바타란 분신 또는 화신이란 의미를 가진 단어로 가상사회(Virtual Community)에서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뜻한다. 사이버공간에서의 "또 다른 나"인 셈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 수준에 머무르던 아바타는 이제 현실로 등장하고 있다. VR(가상현실.Virtual Reality) 자바 3D캐릭터등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통신망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이버공간이 텍스트에서 그래픽 위주로 바뀐 데 따른 것이다. 이용자는 아바타를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웃고 울고 화내고 황당해 하기도 하는 등 감정도 표현할 수 있다. 내용을 입력하면 마치 만화의 주인공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아바타의 한쪽에 말풍선이 나타나 대화를 주고받기도 한다. 앞으로 아바타가 지능형에이전트기술 등과 결합, 인터넷쇼핑 이나 사이버공간의 고객서비스를 위한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머지않아 사이버공간의 육체적 신분인 아바타가 채팅 게임뿐 아니라 쇼핑 정보검색 동호회 등 가상사회에서의 모든 활동을 담당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3) 온라인 게임 속 '브리타니아' 대륙은 그 크기가 캐릭터를 조작하여 걸어서 이동하는데 실제 시간으로 3일이 걸린다. 그 곳에는 수도 브리튼을 포함한 크고 작은 마을들이 백여 곳이나 존재하고 각 마을에는 무기상점, 병원, 주점, 음식점, 잡화점, 의류상점, 길드, 그리고 개인자택 등의 수많은 건물들을 배경으로 수 천명의 캐릭터들이 리얼타임 방식으로 전투, 채팅, 낚시, 재단 및 재봉, 요리, 광석채취, 나무 베기, 가구 제작, 무기 제작, 동물 조련, 소매치기, 사냥, 집필, 마법 제작 및 사용, 예금 및 출금 등 거의 현실과 다름없는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4) 머드 게이머들은 아바타란 말 대신 케릭터 또는 이의 준말인 캐릭이란 말을 주로 쓴다.

5) 네트워크 게임과 온라인 머드게임의 차이는 전자는 한 판 붙어 승패를 겨루는 것임에 반해 후자는 마치 진짜 삶을 살 듯이 수개월 또는 수년을 두고 저장하고(save) 불러오기(load)를 통해 중단없이 게임이 이어서 즐기는 성장게임이란 데 있다.

6) 한 술 더 떠서 현피(현실 PK)도 벌어지고 있다. 다음은 '가상폭력 현실로' 라는 타이틀의 1999년 8월 19일자 KBS 뉴스 스크랩트의 일부이다.

  • 백 0 0 앵커 :

    이런 PC게임 속의 가상세계는 현실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게임에 빠져들면서 게임에 쓰는 도구를 구하기 위해 폭력까지 쓰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0 0 기자가 보도합니다.

  • 이 0 0 기자 :

    최근 PC게임방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리니지라는 게임입니다.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가상공간에 수천명의 사용자가 접속해 무기로 괴물이나 다른 사용자와 싸워 이기면서 자신의 힘을 키워 나갑니다. 게임에 빠져들수록 보다 가장 강한 무기를 지니고 싶은 욕구 때문에 아이템이라 부르는 이런 칼과 보호장비를 사용자끼리 서로 사고 파는 일이 생겨났습니다.

  • 게임 사용자 :

    싼 것은 만 원정도에서 비싼 거 한 120만 원정도 까지 한다고…

  • 이 0 0 기자 :

    가격이 최고 백만을 넘는 고가의 아이템을 확보하기 위해 폭력까지도 동원됩니다.

  • 게임 사용자 :

    자기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직접 만나서 사람을 폭행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템도 뺏어가고…

  • 이 0 0 기자 :

    게임 제작사는 이런 상황에 대해 속수무책입니다.

  • 김 0 0 대표 ((주)엔씨소프트) :

    저희들이 운영요원들도 계속 뽑고 9월달에도 대거 투입하고 이러는데 이것은 절대 따라 갈 수가 없어요. 확장속도 같은 것들은…

  • 이기문 기자 :

    게임 속에 아이템을 실제 돈으로 사고 팔며 폭력까지 동원하는 등 가상세계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 0 0입니다.

7) 게임사들은 위 매매가 아바타의 일관성을 파괴하며, 게임 속의 규범을 익히지도 않은 초보가 돈으로 고레벨의 아바타를 매수하여 게임 내에 들어와 게임 속의 질서를 어지럽히므로 이를 금지해야 다는 말을 한다. 아바타 무면허운전을 금지하자는 취지이다. 그리하여 게임사는 매매 그 자체를 금지하여 사는 자의 계정을 삭제하고 원 매도인에게도 그가 해킹당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으면 되돌려 주지 않고 있다.

8) 이메일 연계제나 실명제를 도입하여 현실계의 개인정보와 게임(가상사회)속 아바타간의 정보의 통합하게 되면 최근 크게 문제된 통신감청, 도청에 의한 프라이버시 침해문제가 마찬가지로 또는 더 크게 게임안밖에서 발생할 우려가 많다. 따라서 위 제도의 도입에 앞서 PRIVACY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게임 약관 등에 분명히 명기하고 게이머들에게 자기정보처리에 관한 공개여부권, 수정여부권, 처리결과 수령권과 같은 정보프라이버시권을 허용하여 아바타의 자유와 게이머의 책임의식 간의 군형을 잡아줘야 할 것이다.

9) 울티마 온라인 속에는 다음의 세 가지 분쟁예방, 해결 제도가 존재한다.

첫째로 GM(game master), 이는 게임회사측 운영진이 직접 게임속에 들어가 게임의 운영상황을 체크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역시 아바타의 모습을 띠고 있는데 황금테 두른 빨간 망토를 걸치고 다닌다. {이들은 종래 머드의 전통적인 위저드(wizard)처럼 게임 안에서 뭐든지 할 수 있는 신적인 존재이다} 위기나 곤경에 처한 울티마의 아바타들이 슈퍼맨 대신 GM을 호출하는 버튼을 누르면 그가 찾아온다 그는 모습을 숨길 수도 있다.

둘째로 울티마 하원(HOC: House of Commons)인데, 이는 2주에 1번 꼴로 rule라 불리는 GM과 people이라 불리는 울티마 게이머들이 게임내의 일에 대하여 자유로운 채팅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게임에 관한 여러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곳이다.

끝으로 고충처리사(counselor)인데, 이는 25세 이상의 경력 게이머 중에서 자원봉사격으로 게임사에 의한 심사를 거쳐 선발되고 교육받아 현장에 배치되는데, 정해진 자기 시간대에 담당 관할 구역을 순찰하면서 울티마 온라인의 초보 게이머들을 돕고, 치안을 유지하며 자기 능력 밖의 사건이 일어나면 GM에게 보고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황금테 두른 파란 망토를 걸치고 다닌다. 능력은 GM보다 못하지만 결코 공격당하지 않는 불사의 몸과 범법자를 게임속 감옥에 송치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반대급부로 게임 사용료가 면제되고 그밖에도 많은 혜택을 받는다.

10) 어쩌면 그렇게 성수대교 붕괴와 비슷할까. 무리한 건설 욕망과 그에 기한 갑작스런 붕괴....다행히 현재는 금만 가고 있을 뿐이다. 다리의 아픔이라 할 금이 보여주는 경고를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11) 나는 이 장면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의 21세기 묵시록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한 장면이 머리에 스친다. 3년이라는 짧은 수명이 입력된 사이보그가 "빗 속에 내 눈물...처럼"이라는 마지막 말로 숨을 거두는 그 찰라 두 손에 감싸여 있던 흰 비둘기가 창공으로 솟아 오르는 장면에서 그 눈물이 흐르는 빗물일까? 아니면 사이보그가 흘리는 눈물일까?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12) 현실 법은 전혀 게임이나 가상사회의 분쟁에 뒷짐 지고 있으라는 말로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미국에서 추진중인 UCITA(Uniform Computer Information Transanction Act)처럼 게임을 비롯한 정보재의 유통(매매, 라이센스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법을 마련하여 이 법을 통해 간접적으로 게임사 내지 가상사회의 운영주체로 하여금 그 자체적 분쟁해결기구의 모델을 정립하게 도울 수 있고,그밖에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등급제를 통하여 가상사회의 수질관리를 조율하며, 약관규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을 활용하여 게임사나 가상사회를 운영하는 자의 독점적이고 부당한 행태를 외부에서 규제하는 등 현실법 역시 가상사회에서 담당하여야 할 중요한 역할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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