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잃어버린 적이 한번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때로 교통방송을 듣고 있다 보면, 택시에 수백만원이 든 가방을 놓고 내렸다던지 하는 얘기를 듣게 된다. 얼마나 정신이 없으면 그럴까 하고 생각되기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뇌세포는 죽어가고, 건망증은 심해져 갈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돈 수백만원이 문제가 안될 정도의 커다란 정신적 충격 속에서 사소한(?) 수백만원에 신경쓰기 힘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철저한 사람이라도 평균적으로 1년에 1-2번은 물건을 잃어버리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만약 앞으로 50년을 더 산다면 50번에서 100번이다. 그 중에 정말 인생을 바꿀 정도로 중요한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다행히 그렇게 큰 영향이 없는 것들이라 해도, 뭔가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이다. 잃어버리는 것은 순간이고, 이것은 대단히 허무한 느낌을 준다.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했던 것이 잠깐의 방심 때문에 추억과 함께 사라져 버리는 것은, 전쟁터에 나가서 숱한 죽을 고비를 넘긴 백전의 노장이 전쟁에서 돌아오자마자 차에 치여 죽은 느낌이다.
잃어버리지않기의 의미론 ¶
잃어버리는 방법을 훈련받는 사람은 없다. 어려서부터 받는 모든 교육은 챙기고, 꾸리는 잃어버리지않기의 방법들이다.
무엇인가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그 대상에 지속적인 관심과 주의가 있어야 한다. 잃어버렸다는 것은 어느 순간 대상에 대한 주의가 흐려짐으로써 발생하는 현상이다. 주의가 전체적이지 못했고, 주의의 배분에 실패했다는 확실한 증거이다. 하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어떤 것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자신의 모든 일과 감각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소유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일지도 모른다.
선문답, 화두, 공안은 이러한 틈을 노린다. 얼마나 진정한 자기 자신에 주의 하고 있는가를 시험한다. 질문은 외부 세계의 대상을 가지고 묻는다. 하지만 대답은 내부 세계에서 요구한다. 이러한 불일치가 선문답의 기본 구조이다. 또한 이것은 마술의 기본적인 원리이기도 하다. 과장된 몸짓과 연기로 관심과 주의를 다른 곳으로 끈다. 이에 현혹되면 당연히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당연히 들어야 할 것을 듣지 못한다.
잃어버려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겠지만, 특히 나 를 잃어서는 안될 일이다. 선문답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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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가 제자와 함께 갈대숲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들의 발소리에 놀란 한떼의 새가 푸드득 날아올랐다. 그때 마조가 제자에게 불현 듯 물었다.
"뭐지?"
제자가 대답했다. "물오리입니다."
마조가 다시 물었다. "어디로 갔지?"
제자가 손가락으로 새들이 날아간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러자 마조는 곧 제자의 코를 비틀었다. '아이쿠!' 제자가 코를 쥐고 비명을 질렀다.
"날아갔다더니 여기 있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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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가 제자와 함께 갈대숲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들의 발소리에 놀란 한떼의 새가 푸드득 날아올랐다. 그때 마조가 제자에게 불현 듯 물었다.
"뭐지?"
제자가 대답했다. "물오리입니다."
마조가 다시 물었다. "어디로 갔지?"
제자가 손가락으로 새들이 날아간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러자 마조는 곧 제자의 코를 비틀었다. '아이쿠!' 제자가 코를 쥐고 비명을 질렀다.
"날아갔다더니 여기 있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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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달마에서성철까지
반복되는 사건의 의미 파악 ¶
이때까지는 한번도 그런 일이 없다가 갑자기 뭔가를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는 사실 드물다. 유사한, 하지만 훨씬 강도가 낮은 사건이 몇번 반복되다가 드디어 진짜 잃어버리게 된다. 이것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뭔가를 한번 잃어버릴 뻔했다면, 그 일은 어떤 형태로건 언젠가는 반드시 실제로 일어난다. 몇 달 살고 마는 인생이 아니지 않은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Refactoring ¶
지갑을 열어보라. 운전면허증과 주민등록증이 같이 있는가? 그렇다면 지갑을 잃어버리면 자신을 증명할 것이 한꺼번에 없어지는 것이다. 몇 개의 카드가 있는가? 꼭 그 수만큼의 카드가 있어야 하는가? 몇 개의 명함이 있는가? 명함에 있는 정보들을 간추릴 수는 없는가? 노스모크의 문서만이 아니라, 지갑에서, 자신의 삶에서 Refactoring 이 필요하다. 중복되는 것을 최대한 줄여서, 잃어버리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잃어버리면 타격이 되는 것을 점점 줄여가다가 0으로 만들면 걱정이 없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물리적인 방법과 심리적인 방법 두가지가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물건 찾기 ¶
잃어버린 것을 안 순간, 가까운 데서부터 찾아봐야한다. 대개는 바로 옆에 두고 잊고 있는 수가..-.-; 찾는 수고를 절약하기 위해 꼭 점검해볼 일이다. 가방 속, 주머니 속, 책상 위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전까진 어쩌면 아직 잃어버린 게 아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