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과 겸손
1.1. 지상은 ¶
대개 겸손한 사람일수록 자기 비하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자신감, 자부심이 높은 사람은 잘난 체하고 남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자부심과겸손은 서로 독립적인 축이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이 독립적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이 얼마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그 사람이 얼마나 겸손한지를 아는 것에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단지 상관이 없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독립적인 뼈대를 가진 심적 구조가 갖추어져서 작동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관계가 끊어지면 상관은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독립적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1.2. bullsajo ¶
자신의 가치를 알고 그 가치가 자랑스러울 수 있는 사람만이 겸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부심'은 있는데 '겸손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오판'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요. '겸손한 사람'이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자기비하'에 빠지는 경향은 자부심과겸손이 독립적이어서라기보다는 겸손한 그 사람이 스스로 가진 가치를 깨닫지 못함이 아닐까요. 더욱이 객관적으로 누가 보아도 '잘난 사람'인 어떤 이가 자신을 선전하거나 다른 이를 멸시하는 일을 하지 않고 겸손함을 보인다 해서 그 사람이 자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아니잖은가 말입니다. 자부심은 가지되 내색하지 않을뿐이지요. 알이 찬 벼가 고개 숙인다.는 말도 있잖습니까. 사람의 경우라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기에는 알이 차야할 것이고,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은 겸손한 사람만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또한 자신을 아낄 줄 아는 사람만이 가능한 일로서, 자부심은 겸손의 필요조건이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자부심과겸손은 결코 독립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3. 숙영 ¶
김인숙의 초기 소설 "핏줄"에 보면 '겸손'에 대해 마구 비판한 부분이 있습니다. 참, 오만방자하게 들리기는 했지만 가식을, 스스로 나는 겸손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자만을 꼬집은 것이겠지요. 겸손한 사람은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는 말이 이런 경우에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겸손"이란 일관된 태도의 문제이고 "자부심"이란 변할 수도 있는 "질"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겸손이 태도라는 말은 동의합니다. '겸손'은 내가 보이는 태도에 대한 남들의 평가이고, '자부심'은 내가 나를 평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머리는 짧고 경험은 일천한 사람이 겸손 떨고 있으면 겸손하다고 말해 줍니까. 아니면, 머리에는 온갖 지식으로 가득차 있어 늘상 타인들과의 대화에서 밀리는 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 누구도 그 사람의 주도에 시비 걸 이유가 없는 겁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을 두고 우리는 '겸손하다'라는 평가를 해 주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지식과 경험을 겸비하고 있지만 항시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자, 만가지를 알고 있지만 상대방의 의견을 일축하지 않고, 자신의 만가지 지식을 부정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만 '겸손하다'는 평판이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고 있습니다. 그런 잘난 사람에게 자부심이 없을 턱이 없죠. 노스모크에서의 bullsajo를 예로 들어보면, 아는 것도 없지요 아는 것이 없으니 겸손이 뭔지를 알 턱이 없지요 그러니 남들이 보아 절대 겸손한 사람일 수 없지요 천박한 자신을 가꿀 줄도 모르니 그 어찌 자부심이 생기겠습니까. --bullsajo
1.5. naya ¶
이 문제는 다소 객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문학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지금부터
'자신의 능력' = a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기 스스로의 평가' = b
'자신의 능력에 대한 남들의 평가' = c
'타인에 대한 자신의 행동이나 말' = d
'보편적으로 알려진 보통사람의 능력' = e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기 스스로의 평가' = b
'자신의 능력에 대한 남들의 평가' = c
'타인에 대한 자신의 행동이나 말' = d
'보편적으로 알려진 보통사람의 능력' = e
로 두고 문제를 풀어보겠습니다. 그 단위는 모두 같을 수 있도록 환산했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나 겸손이나 자부심이라는 것은 ae인 경우만을 생각합니다. 또, a=b가 아닐 경우에는 모두 얘기할 가치가 없습니다. 자신의 능력도 모르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따라서 비교의 대상은 순서쌍으로 나타내면, (a,b),(b,c),(a,c),(b,d),(a,e) 이렇게 5가지에서 (b,c),(b,d)이렇게 2가지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a,c)는 a=b일 경우에 (b,c)만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에 자동으로 크기 비교가 필요없게 됩니다. 따라서 전체의 가지수는 (b,c)가 3개, (b,d)가 3개로 총 9가지 입니다.
간단히 말해 아래와 같은 가정을 합니다.
<가정>
a>e 논의의 대상은 능력있는 사람이다.
a=b 논의의 대상은 스스로의 능력이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다.
a>e 논의의 대상은 능력있는 사람이다.
a=b 논의의 대상은 스스로의 능력이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실제로 비교해볼 값들은 (b,c)와 (b,d) 입니다.
우선 b=c를 생각해봅시다.
. | 겸손 | 자부심 | 솔직 | 오만 | 밥통 |
b>d | o | o | x | x | x |
b=d | x | o | o | x | x |
bx | o | x | o | o | |
이는 아마 모두 인정할 것입니다. 3번의 경우는 오만인데.. 사실 오만한 사람은 자칫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렇게 스스로를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하는 것은 밥통이나 하는 짓입니다.
그렇다면, c>b일 경우를 생각해봅니다. a=b임은 이미 가정했으므로, 이는 남들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이 사람은
. | 겸손 | 자부심 | 솔직 | 오만 | 밥통 |
b>d | o | o | x | x | o |
b=d | x | o | o | x | x |
bx | o | x | x | x | |
3번의 경우 이 사람이 오만하다고 할 수 없는 이유는, 만일 이사람이 정말정말 남들의 인정을 받고 싶다면, 아예 이렇게 더 강하게 나와보는 것은 그저 일종의 자기 PR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결코 오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1번의 경우처럼 인정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게 겸손을 떠는 것은 자칫 평생을 그렇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채 살아가야하는 밥통입니다. 물론.. 우연히.. 인정받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
이번에는 c
. | 겸손 | 자부심 | 솔직 | 오만 | 밥통 |
b>d | o | o | x | x | x |
b=d | x | o | o | o | o |
bx | o | x | o | o | |
원래 능력이 있는 사람임은 이미 가정했지만, 이보다 더 높이 평가되는 사람은 무조건 밥통입니다. 뿐만아니라 그걸 알면서도 자신이 능력있음을 .. 솔직하게라도 말하는 사람은 오만한 것입니다. 만일 자신의 능력보다 높이 평가될 경우에는 그는 오히려 다시는 자기 능력만큼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이런 사람에게 겸손이 없으면 그는 무조건 밥통입니다.
나머지 경우들은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 생각에 이것을 통해서 겸손과 자부심의 관계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겸손하다고 항상 자부심이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또 때로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겸손이나 자부심때문에, 해를 입는 경우도(밥통의 경우.. ^^) 있을 것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물론 b=c,b>d의 경우이겠지만.. 개인적으로 9가지 경우모두.. 나름대로 개성이 있고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a>e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훌륭한데, a=b이기 까지하다면 또 얼마나 대단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