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버지가 만드신, 그리고 내가 만든 트리 ¶
Felix가 아주 어릴때 집에 은빛트리가 있었다.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오래된 가족사진을 보면 형제들이 고만고만 어리던 어느해 크리스마스날, 어디선가 선물로 들어온 케이크와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료수등(그 옛날, 지금은 흔하디 흔한 청량음료등을 이렇게 특별한 날에 다 모였을 때에야 내놓고 마시던 시절이 있었답니다.)을 놓고 다들 모여서 찍은 사진에 보면, 참 특이하게 생긴 트리가 여섯식구의 배경으로 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큰 원뿔모양으로 은빛줄이 주욱죽 내려오는 모던(?)한 스타일의 트리. 속은 나무각목등을 이어붙여서 버팀목을 만들고, 그 겉을 은색의 테이프를 잘게 갈라서 원뿔의 꼭지점으로부터 흡사 총채를 아래로 세워놓은 모양으로 풍부하게 내린, 아주 심플한 은빛의 원뿔기둥위에는 역시 은종이로 오려 만든 별. 시중에 파는 크리스마스 장식용품은 터무니없이 비싸서(요즘도 그렇더만요), 인조나무트리니 장식품이니 사서 꾸밀 여유가 없었던 경황이지만, 막내인 갓난둥이를 비롯한 올망졸망한 네 아이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고싶은데 기분을 못 낼 수는 없었던 일이라... 디자인이 전공이신 아버지는 있는 재료로 한껏 모양을 내 주셨다. 그 은빛원뿔트리는 너무도 모던하고 고상하고 심플하여... 어리디 어린 네 아이들이 보기엔 차라리 진초록나무에 빨간 방울, 오색반짝이였으면 하는 마음이 한쪽구석에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별과 반짝이는 은빛줄로 인해 즐거웠다. 꼭 별의 꽁무니로 무수한 은빛광선이 쏟아져내려오는 것 같지않은가?
그무렵 크리스마스날 모여서 노는 온가족의 주 레파토리는 아버지가 애지중지하시던 구식 녹음기에 온갖 장기자랑을 하고 노는 것이었다. 서로 먼저 하겠다고 벼르느라 쌈판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누구는 동화구연을, 누구는 유행가를, 누구는 동요를... 녹음 마이크에다 대고 발표를 하는 순서가 있었다. Felix의 그때 흔적이 아직도 구닥다리 녹음기에 남아있을 것인데, 아마도 동화구연과 유행가, 만화주제가등이 담겨있을것이다. 성탄절날 그렇게 모여서 녹음을 하고 노는 일은 그렇게 몇년을 갔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이 자라나고 각자 자기세계를 고집하는 나이들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져갔다.
세월은 흘러서 시중에 파는 트리나 장식용품을 아쉽지 않게 사서 집안에 장식할 수 있는 날이 왔었고, 입맛대로 골라서 오색전구까지 둘러 빛나는 트리를 보며 즐거워하기도 했지만, 그 옛날 아버지께서 손수 만들어주신 그 은빛줄로 빛나던 원뿔트리앞에서와 같은 벅찬 느낌은 다시오지 않는다.
또 하나의 트리는 Felix의 작업실에 있는 트리이다. 재작년 겨울, 연말이 다가오는데 작업장으로 출퇴근하는 Felix의 마음이 심란하였다. 라디오를 틀면 디제이들이 다투어서 캐롤을 틀어대고... 아 그런데 펠릭스의 작업공간은 이거 뭐야. 눈 오는 것도 심술이 나던 어느 해 겨울. 우연찮게 소나무를 자세히 그릴 일이 생겨서 여기저기 다니며 소나무가지를 구하고 있었다. 그무렵 근처 꽃집에 들어갔다가 그럴싸하게 만든 인조 소나무가지 하나를 헐값에 사가지고 나왔다. 막상 보고 그리자니 역시 인조여서...쓸데가 없어 한켠에 치워두고 있었는데, 작업하다 어느 날 하릴없이 그 인조 솔가지를 만지작거리게 되었다. (안에 철심을 넣고 만들어서 자유자재로 형태조절이 가능) 둘러보니 화분모양으로 생긴 철깡통이 있고, 솔가지는 큰 가지를 중심으로 잔가지를 방사형으로 뻗쳐놓으니 빈약하나마 소나무의 모양이 되는 듯도 했다. 철깡통안에 온갖폐품채워넣고, 솔가지 푹 꽂아놓고, 집에가서 방울 몇개, 한 3분의 일이 안들어와서 아무도 거들떠안보는 오색전구를 들고 나왔다. 오...그런데 방울을 달고, 전구 두르고, 불켜대니... 작업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환해지는 것이었다. 적어도 Felix에게는 그랬다. 그 이후로 그 작고 우스운 트리는 그대로 그 자리에 사계절 내내 버티고 있다. 전구는 물론, 연말에만 켜놓는다.
2. 아말감네 트리 ¶
올해엔 왠일로 동네에서 내가 직접 자그마한 장식용트리를 사왔다. 불이 켜지니 무지 이쁘다. ^0^* 그동안 '가난한' 아말감네엔 장식용트리를 사들인 적이 없었다.. 물론 우리가 커버리고 난 후에는 열정이 좀 식어서..그랬기도 하지만. 지금도 뒤지면 옛날에 우리가 직접 그리고 만든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나올거다. 우리는 대개 집에 있는 적당한 크기에 화분에다 장식들을 달았다. 바스락거리는 털 같은 반딱이는 요샌 팔지도 않던데, 그것만 산 것이고, 날개 달린 천사와 산타할아버지, 등등을 만들어서 솜씨를 뽐냈다. 그 외엔 크리스마스라는 것은 언제나 한가득 엄마가 사온 쵸코파이 등 쵸코-음식들과 성탄특집 영화들이었다. 어른이 되니까 좀 달라지긴 하지만.. 역시 밤새서 노는건 못할짓..
시청앞에는 매년 12월 1일 경이면 초대형 트리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수주의자들이나 종교간 갈등으로 인해 작년에는 이러한 트리를 철거할 것을 종용하는 민원이 시청에 들어오기도 했다. 물론 크리스찬의 만행들이 먼저 앞서 자행되어왔으니 누굴 탓하리요마는... 이러한 서로의 포용력 부족한 마음이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씁쓸하게 한다. --musiki
씁슬하군요. --Puzzlet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