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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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ustysnob과 러브레터

저는 이 영화를 10번은 본 것 같아요. 개봉하기 몇해전에 학교에서 두어번 보았고, 개봉후 극장에서 두번, V-CD로 구입하여 대여섯번 더 보았습니다. 볼때마다, 느낌이 다른데, 아직도 처음 보던 날은 잊지 못합니다. 비짜 비디오라서 눈이 아팠지만, 더러운 화질이 영화의 아름다움을 가릴수는 없었죠. 그 좁은 학교 강당에 들어찬 학생들이 마지막 장면에서(다들 아시죠? :) ) 아아..하는 탄성을 내뱉었고, 끝난뒤 dustysnob은 차가끊겨 택시를 타야했지만, 그런 것 따위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이영화의 묘미는 추억을 들추어 따라가는 여정과 숨어있던 마음들이 드러나는 반전이라 할 수 있잖아요. 반전을 알고나면 재미없는 영화들도 많지요. 식스센스나 유주얼서스펙트의 경우 반전을 알면 너무 싱거워져 버리지 않습니까. (이에 관한 에피소드들은 아주 많이 있지요. 심지어 어느 나라에서는 돈을 안주면 영화내용을 말해버리겠다며 협박하는 극장앞 걸인들도 있다더군요. ^^) 그러나, LoveLetter는 반전을 알아도 참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배우들의 아름다움에 침을 흘리며 볼 수도 있고 (나카야마 미호뿐 아니라, 사카이 미키, 카시와바라 타카시도 너무나 매력적이에요).. 살아있는 조연들(후이지 이쯔끼의 할아버지와 고모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인 엽기소녀 사나에, 우체부 등)..순간순간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아름다운 디테일들..아름다운 풍경과 음악..가슴을 뛰게 만드는 촬영과 편집.. 이와이 슈운지는 자신의 영화들에 대해 덧셈의 영화라고 말했는데, 이 영화를 보면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는 관객을 공명시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것 같아요. 인물들의 마음이 설레일때면 카메라도 함께 흔들리며 설레이는 것 처럼 느껴져요. 히로코가 이츠키의 앨범에서 옛주소를 찾아내고는 펜을 찾으러 방을 둘러보는 장면이 그 중 하나이지요. 제가 러브레터를 되풀이해서 보는건 춘향전을 거듭 읽는 것과 비슷합니다. 어차피 어사출두하고 해피엔딩이 될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가슴을 졸이고, 웃고, 기뻐하고, 그 구성과 대사의 밀고당김에 감칠맛도 느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러브레터를 거듭해 볼수록 dustysnob은 이 영화가 악몽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꾸, 언젠가 보았던 스릴러영화한편이 생각나는것이에요. 예전에 샤론스톤이 젊었을 때 출연한 "가위"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내용은....한 아가씨가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어느 아파트에 들어가게 되는데, 들어간 순간 문이 잠기고 그 안에는 가위에 찔려죽은 시체가 있습니다. 그곳에 갇혀 며칠 있는 동안 여자는 어린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착란상태에 빠져서, 자신이 그 사람을 죽인거라고 믿게 됩니다. 그리고, 며칠뒤 남녀한쌍이 들어와 미친채 그 아파트 안을 사람들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돌아다니는 여자를 보며, 남자가 설명하지요. 진상은 그 여자의 어린시절 기억을 알고있는 (아마 정신과 의사였던것 같네요) 남자가 그걸 이용하여 여자에게 죄를 덮어씌우려 했던 거지요. 그런데, 순간 문이 닫히며 그 남녀가 갇히게 됩니다. 놀란 남녀가 창밖을 내려다보니 미친줄 알았던 그여자가 차에 올라타며 마녀같은 미소를 씌익 띄우며 위를 한번 올려다보는데서 영화가 끝나지요.

러브레터를 거듭해 볼때마다, 저는 히로코와 이츠키의 관계가 이 영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히로코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자신이 빠져있던 이츠키(男)의 추억에서 벗어나는 의식을 치른셈이지요. 반대로, 이츠키(女)는 그때문에 자신도 몰랐던 자기의 마음과 그의 마음을 알고, 과거에 빠지게 됩니다. 그 두사람이 교차하는 지점이 바로, 오겡끼데스까 장면이라고 할 수 있지요. 히로코는 눈덮인 산에서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며 그를 벗어버리고, 이츠키는 병원에서 혼미한정신속에 오겡끼데스까를 읊조리며 그 안에 갇히게 됩니다. 마지막의 독서카드 장면은 참으로 아름답지만 저는 그 장면이 참 슬픕니다. 그의 마음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 실체는 이제 세상에 없으니, 두 이츠키의 마음은 어디에도 없는 시공에 갇힌 것이지요. 이츠키는 그 추억에서 빠져나오려면 한동안 홍역을 치뤄야 할 겁니다. (저라면 그럴거란 말이죠^^) 슬픈 악몽같지 않습니까 :)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더 아름다운 것이 첫사랑 아닐까요. ^^ --Gueller

사족1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히로코와 이츠키가 다른 인물이라는것을 중반까지는 제대로 알지못하고 헷갈려하는것 같은데, 일본사람들은 안그런가봐요. 저도 그랬는데요, 일본이름에 익숙하지 않은게 첫번째 이유인것 같습니다. 히로코건 이츠키건 이름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얼굴을 보니 헷갈릴수밖에요. 두번째로, 이 두 인물이 쓰는 말이 조금 다르대요. 히로코는 사투리도 쓴다고 하던데, 일본어를 하나도 모르는 제가 그 사람이 사투리를 쓰는지 어쩐지 알수가 있습니까. ^^

사족2 일본, 한국, 대만 등지에서는 이 영화가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영미권에서는 그렇지 못했나봅니다. 문화적배경이 다른데 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요새는 좀 달라졌지만, 유교 문화권에서는 남녀아이들이 내외하지 않나요? 좋아도 말못하고.. 그런것들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잘 공감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2. Another story

어릴 때 같은 반의 어떤 여자애를 좋아한 적이 있었는데, 한번도 제대로 얘기를 해 본 적이 없었어요. 나는 말을 걸지 않았고, 그애도 내게 말을 안 했죠. 심지어 짝으로 계속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번은 땅에 쪼그리고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그 애가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웃으면서 뭐라고 말을 걸었는데, 나는 "왜 그래? 계집애야" 뭐 이런 식으로 퉁명스럽게 대답해 놓고, 내가 왜 이러지 그러면서 속으로 놀랐던 때가 있었어요. 러브레터 보면서 그 생각이 자꾸 자꾸 떠오르더군요.

처음 봤을 때 며칠 동안 가슴 한 구석이 계속 아려서... 결국 극장에서 한번 더 봤죠. 두 번 다 여자친구랑 봤는데(당시의 ^^;), 나중에 누군가 여자친구가 두 번 보았다는 얘길 듣고... 그렇게 좋았냐고? 그게 아니고 남자 친구가 또 보자고 해서 보았다고... -_-;;;

너무나 아름다운 눈을 원없이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그곳에선... 눈이 삶의 일부고... 눈이 사랑하는 사람을 앗아가기도 하고... 하지만, 그 아픔과 슬픔도 눈이 다 덮어 버려서... 그렇게 또 아름다운 아침이 밝고... 장면, 장면들이 각인되어서... 도저히 잊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어요.

[http]Behind story도 재미있는데... 예를 들면, 히로꼬와 아끼바가 찻집에서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아끼바가 피우는 담배의 상표는 "Camel Lights"이고, 후지이 이츠키가 중학교때 빌려서 자신의 이름, 아니 또다른 후지이 이츠키의 이름을 적어 넣은 책들은 88권이 넘는데, 그 중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이루는 책들은, 金工品の製圖のしかた(김공품의 제도의 방법), 日韓合倂」とアリラン('한일합병'과 아리랑), 定義集 - ちくま哲學の森 別券 (정의집-철학의 숲 별권), 錢五とよばれた男(전오라고 불리운 남자), 男爵薯の父 川田?吉傳(男爵薯의 아버지 川田?吉전) 이렇게 5권이었답니다. ^^ 그리고 저 위에서 창문옆에서 보는 책은 파브르 곤충기이구요. 물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그 중 한권이겠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 영화가 주는 극적인 폐해는 이룬 사랑보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갖게 만든다는 점. ^^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에서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알았죠? dusty? ^^

3. Felix가 감명깊었던 대사


이 영화에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지요. 그 할아버지, 그리고 엉뚱한 소년 이츠키...저는 그중에서도 죽은 이츠키의 친구이자 히로꼬의 새연인, 아키바를 주목했습니다. 그 사려깊음과 털털함에 감탄하면서요.

아키바가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히로꼬를 데리고 이츠키가 잠든 눈덮인 산으로 갔을 때, 산장에서 추억담으로 밤을 지새고 다음날 새벽, 히로꼬를 깨워 죽은 이츠키에게 할말을 시키고, 그다음은...아시는 데로 히로꼬는 계속해서 외치고... 그 때 산장 아저씨가 부시시 일어나며 말하죠. "새벽부터 무슨 일이야?"

아키바 : 놔 두세요. 지금 한참 좋을 때니까...(미소짓고 있다.)



4. 나도 한마디

Dennis가 훌쩍거리며 재밌게 본 영화. Remedios의 음악도 그냥 들어줄만 함. 그리움, 파이란

이 영화 보고 살고 싶었음.
사소한 것은 중요한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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