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추법 ¶
퍼스는 추론의 세 형태가 연역, 귀납, 가추(Abduction)라는 독특한 주장을 내세웠는데, 연역에서 가추로 갈수록 확실성은 줄어들지만 추론이 가져오는 풍요로움(uberty)은 증대된다. (추론의 가치가 높아진다.) 연역은 전제 안에 들어있는 결론을 확인하는 '공허한' 추론인데 비해 가추는 현실에서 새로운 지식을 얻어내는 '과학자나 탐정'의 추론방식이기 때문이다. (가추법을 중심으로 홈즈와 퍼스, 뒤팽을 비교한 논문 모음집으로 움베르토 에코와 토마스 시벅이 편집한 논리와추리의기호학을 참조할 수 있다.)
전통적인 삼단논법의 형식으로 이 셋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 연역 : 타자를 오래치면 소매가 닳는다 (법칙)
그녀는 타자를 오래쳤다. (사례)
그녀는 소매가 닳아있다. (결과)
- 귀납 : 그녀는 타자를 오래 쳤다. (사례)
그녀는 소매가 닳아있다. (결과)
타자를 오래치면 소매가 닳는다. (법칙)
- 가추 : 그녀는 소매가 닳아있다. (결과)
타자를 오래치면 소매가 닳는다. (법칙)
그녀는 타자를 오래 쳤다. (사례)
의사소통과 가추 ¶
재미있게도 퍼스는 과학자나 탐정, 혹은 과학철학자나 탐정철학자가 아닌 기호학자였고 그가 가추법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이것이 기호학적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은유는 가추가 사용되는 대표적인 의사소통이다. "너는 밥통이야."라는 은유 표현을 한번 살펴보자.
- 연역 : 밥통은 밥을 담는 쓸모만 있다. (법칙)
너는 밥통이다. (사례)
너는 밥먹는 외에 쓸모가 없다. (결과)
- 귀납 : 너는 밥통이다. (사례)
너는 밥먹는 외에 쓸모가 없다. (결과)
밥통은 밥을 담는 쓸모만 있다. (법칙)
- 가추 : 너는 밥먹는 외에 쓸모가 없다 (결과)
밥통은 밥을 담는 쓸모만 있다. (법칙)
너는 밥통이다. (사례)
의사소통 | 추론 | Input | Reference | Output |
은유생성 | 가추 | 의미(결과) | 법칙 | 은유(사례) |
은유해독 | 연역 | 은유(사례) | 법칙 | 의미(결과) |
이것을 앞서 제시된 가추는 과학자나 탐정의 추론방식이라는 명제와 연결하면 의미심장한 결론을 낳는다. 과학을 자연에서 인간에게로의 기호학적 의사소통으로 볼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