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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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라는 표현의 잘못된 쓰임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의 옳은 뜻

개인적으로 라는 표현은 그 문자 그대로의 뜻도 그렇고, 원래의 쓰임새도 그렇고, "제가 소속된 어떤 단체의 조율된 의견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저 혼자의 의견이라고 받아 들이신다는 전제하에 말씀드리자면"의 뜻이었다.

예를 들면, 노무현 대통령이 "저는 개인적으로 커피가 몸에 안좋다고 봅니다." 라고 말한다면, 보건복지부의 조사가 내린 결론과도 상관없고, 대한민국 정부가 의논하여 내린 방침과도 관계없이 "노무현" 개인이 판단하기에 그냥 "커피가 몸에 안좋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무현이 우리나라 정부를 대변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커피가 몸에 안좋다"는 의견을 혹시 대한민국 정부가 내린 결론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기에, 이를 방지하고자 붙인 표현이다.

또다른 예는 어떤 영화에 출연한 주인공 배우가, 시사회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아무 생각없이 즐기기 좋은 코메디 액션 영화라고 생각하거든요."라고 말하는 경우다. 주인공 배우가 시사회에서 인터뷰를 한다면, 이 사람의 발언은 어느 정도 영화 자체를 대변할 수 있는 위치를 지닌다. 그런데, "이 영화가 좋은 코메디 액션 영화라는 생각"에 감독, 각본가, 제작자는 동의 안하고 있을 수도 있다. 감독은 액션은 그저 양념이라고 생각하고, 각본가는 멜로와 코메디를 동시에 지향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제작자는 사회비판적인 코메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그냥 "이 영화는 아무 생각없는 코메디 액션입니다."라고 하면, 감독, 각본가, 제작자 등등 영화를 만든 사람 모두 그런 영화로 만들기로 합의하고 결론 내린 것이라는 오해를 줄 수 있다. 그럴 때, '이 영화를 만든 여러 사람들이 합의한 영화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그냥 나 혼자 생각하기에' 라는 뜻으로 개인적으로라는 표현은 의미있게 쓰인 것이다.


"개인적으로"가 잘못 쓰이기까지

이와 같은 용법에 따라서 이런식의 "대변자 위치에 있는 사람의 대변하지 않는 개인적인 이야기"는 대부분, 중심내용에서 벗어난 가볍게 넘어가는 이야깃거리일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통일부 장관이 나와서 개성공단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개성공단이 환경오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겠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제 개인적으로는 영향이 작으리라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고 보자. 통일부가 개성공단의 환경 영향에 대해 서로 토론/조사 해서 결론을 내린바 없지만, 통일부 장관 혼자 생각에 그렇다는 이야기다. 통일부의 주 임무는 환경오염과는 관계가 멀다. 따라서, 통일부 여러 사람들이 합의한 결론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주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개인적인" 이야기로만 답할 수 있다.

비슷한 식으로, 많은 연예인들이 "개인적으로" 피력하는 의견은 이 연예인이 대표하려는 것과 관계가 적은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 위의 예를 들면, 영화의 성격이 중요한 영화였다면, 당연히 주인공은 이 영화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수없이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고, 당당히 "이 영화는 이런 영화입니다"라고 '개인적으로'없이 말해도 아무 오해의 소지가 없을 정도로 의견이 통일되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별로 안 중요한 이야기이며 대표자로서의 책임은 지지 않는 이야기"에서 "개인적으로"가 사용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다보니, TV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청자들이 "개인적으로"라는 말 자체의 뜻과는 상관없이, "별로 안 중요한 이야기 / 책임은 지지 않는 이야기"에 붙이는 말로 점차 사용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게시판에.

아무개 : 뭐 좋은 옛날 록밴드 들을 만한 팀들 없을까요?
홍춘이 : 저는 개인적으로 TheBeatles를 좋아해요~

라고 했다고 보자. 이 때 개인적으로는 말 뜻 그대로는 불필요한 표현이다. "홍춘이"는 당연히 개인이다. 자기의 호오를 이야기하는 표현에서 왜 자기가 "개인"임을 한 번 더 발표할 필요가 있는가. 어차피 자기 취향을 이야기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우리의 취향은 어떤 대세나 중론과 꼭 부합해야 옳은 것이 아니다. 그럼 저 상황에서,

홍춘이 : 저는 개인적으로TheBeatles를 좋아하고, 단체적으로는 옛날 록은 구닥다리라서 들을게 없다고 봐요.

이런 표현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때 개인적으로는, 말뜻과는 상관없이, 그냥 "유명인사나 연예인들이 엇비슷해 보였던 상황에서 앞에 붙였던 말과 내 상황이 엇비슷하다."라는 생각을 담고 있을 뿐이다. 이 때의 "개인적으로"라는 말은, "구체적인 근거는 생략하기로 하고", "논리적인 설명없이", "언뜻 드는 느낌에", "책임은 질 수 없지만", "다른 사람도 동의할 가능성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으나", "사회적인 통념과 관계없이", "유행, 중론과 다를 수도 있지만" 이런 뜻으로 쓰인 말이다.

"단체적으로"라는 말과 대비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때, "개인적으로"라는 표현을 자제하는 것이 어떠한가? 이런 언어사용은 자기가 뜻을 갖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텔레비전에서 한 표현을 이해없이 그냥 갖다 붙이는 표현이고, 좀 과장해서 말하면, 허세적인 말 치장하기에 지나지 않는다. 뜻이 있는 말로 "개인적으로"를 대체하거나, 말의 모양과 어느 정도 통하면서 구체적인 뜻을 담고 있는 "그저 혼자드는 생각에" 정도의 어구를 대신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예를 들면,

아무개 : 내가 그린 그림 어떻냐?
홍춘이 : 좀 칙칙한데요.
아무개 : 칙칙하다구요?
홍춘이 :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와 같은 경우를 보자. 이 상황에서 홍춘이가 "개인적"으로 생각했지 그럼 남과 의논해서 생각했던가? 여기의 "개인적"으로는 "당신이 별 염두에 둘 필요없는 정도로 나 혼자 근거 부족하게 생각하기에"의 뜻이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같은 다른 뜻의 말을 쓸 것이 아니라, "그냥 제 느낌에 그렇습니다" 내지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된다. 말뜻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힌 것은 아무런 의미의 추가가 없다. 다만, TV에 보니까 "개인적으로"라고 말하면, 말의 중요성을 가볍게 해달라는 거 같더라. 나도 따라하자. 보통 멋있는 사람들이 그 표현쓰더라. 같은 느낌을 개입시키려고 그 표현을 쓴 것이다.



gerecter는 이런 "개인적으로"라는 표현의 남용이 왠지, 내 생각이 다른 사람들 대부분의 의견과 다르다면, 미안할 수도 있겠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라는 표현은 자주, "이 의견에 너는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이 말은 반대로, "개인적으로" 없이 말하는 자신의 생각은 "너도 동의하고, 우리들 모두 동의하겠지"라는 말을 은근히 담은 뜻으로 쓴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갑돌이:저는 개인적으로 불은 짜장면을 좋아합니다.
을순이:저는 초밥을 정말 좋아합니다.

라고 말해보자. 둘 다 "개인"의 취향을 이야기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갑돌이의 말은 "불은 짜장면은 당신이나 이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안좋아할 가능성이 있지만 나는 좋아한다"는 표현이고, 을순이의 말은 "상당수의 많은 사람들처럼 저도 초밥을 좋아합니다. 혹시 당신도 초밥을 좋아할지도 모르겠군요." 정도의 뉘앙스를 띠고 있다. 이러한 "내가 이야기하는 생각은 유행이나 중론, 상대방의 생각과 같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태도는 "개인적으로"를 토론에서 사용할 때 확연히 드러난다.

홍춘이:오늘 우리 저녁에 뭐 먹을까요? 뭐 먹고 싶은지 말해봐요.
갑돌이:저는 볶음밥 먹고 싶어요.

홍춘이:오늘 우리 저녁에 뭐 먹을까요? 뭐 먹고 싶은지 말해봐요.
을순이:저는 개인적으로 짬뽕 먹고 싶습니다.

둘 다, 개인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때, 갑돌이는 "볶음밥 사주세요"에 거의 가까운 뜻이고, 을순이는 "이 의견은 당신 생각이나 전체의 생각과 달라서 묵살되어도 기분나쁘지는 않지만, 짬뽕이면 좋겠다" 정도의 뜻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이것은 다음을 보면 확연하다.

갑돌이:저는 볶음밥 먹고 싶은데요.
을순이:저도 볶음밥 먹고 싶어요.

갑돌이:저는 개인적으로 볶음밥 먹고 싶은데요.
을순이:저도 볶음밥 먹고 싶어요.

는 자연스럽지만,

갑돌이:저는 개인적으로 볶음밥 먹고 싶은데요.
을순이:저도 개인적으로 볶음밥 먹고 싶어요.

는 부자연스럽게, 내지는 "개인적으로"의 사용을 놀리는 언어유희처럼 들린다. "개인적으로"의 이러한 사용은, 우리의 일상 대화에서 "전체의 의견과 비슷한 것이 무조건 좋다"라는 생각의 예시가 된다. 왜 똑같이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데, "개인적"이라는 어감을 살려 쓰는 순간, "이 이야기는 약하게 받아들여도 됩니다" 하는 뜻이 되는가. 우리가 은근히 개인이라는 단어의 어감에, "안 좋은 것" "무시해도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개인주의라고 하면, 아직도 괜히 어감이 삭막하고 나쁘고 이기적인 것으로 들리지는 않는가.

gerecter는 가끔 개인적으로의 이러한 사용이, 전체주의, 파시즘, 혹은 성숙하지 못한 토론문화를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적이 있다. :)



내가 그린 그림 어떻냐?
객관적으로 노란색이 너무 많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노란색이 많이 들어간 그림을 좋아합니다.
--아무개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아무개의 좋아한다는 감상은 당연히 "개인적"인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를 빼고, 그냥 "저는"이라고 해도 아무런 뜻의 차이도 없습니다. "객관적으로"와 대비를 이루는 부사구를 써넣고 싶다면, "제 주관적으로는"를 밝혀 쓰면 될 것입니다. 그림에 대한 자기 의견을 물었을 때 자기가 "좋아하는 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당연히 "개인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지, "단체적"이나 "사회적"으로 어떤 감상이 드는지를 상정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좀 안좋은 평을 받을 듯 합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좋아합니다."

정도의 표현처럼, "개인적"이라는 말 뜻과 굳이 수식구조상에서 대비를 주는 문장은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와 같은 경우 외에도 "개인적으로"라는 단어를 "사회" "단체"와 대비를 이루는 그 뜻의 지시적 의미와는 관계없이, 그냥 막연히, 말의 어감에 신뢰성을 줄이는 의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점인 즉슨, 개인적인 물음에 대한 물음은, "개인적으로"가 없어도, 당연히 개인적인 것이 되는데, 우리는 "개인적으로" 없는 표현은 왠지 덜 겸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입니다. -- gerec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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